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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싫어서] ④-2 "희망이 사라진 진보…'운동' 아닌 '책임지는 정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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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봉 새로운선택(현 개혁신당) 공보부실장
"'옳음'만 주장하는 '진보 운동'…정치는 결과로 책임져야"
"달라도 동료가 될 수 있어야…정치 복원이 가장 시급"

총선을 앞두고 속속 떠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정당이 싫어서, 정치가 싫어서. 오랜 기간 자신이 몸담았던 곳을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정치에 남은 이들은 어떤 희망을 걸고 있을까.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여기'의 정치 현실을 짚어본다. 더 나아가 좋은 정치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김윤희 기자 = "소주 한 병을 들이켜고 나서야 '탈당' 버튼을 누를 수 있었어요."

영봉(28)은 자신의 20대를 온전히 보낸 정의당을 떠나왔다.

처음 정의당(현재 녹색정의당)에 입당한 계기는 유시민 작가를 향한 선망 때문이다. 좋아하는 정치인과 같은 당적을 갖고 싶었다. 2014년, 대학 신입생이 됨과 동시에 당원이 됐다.

[정치가 싫어서] 글싣는 순서

1. '갈등=표'···"선거 유불리로만 갈등을 대하는 정당"
2-1. 오영환, '나 아니면 안 된다'···"기득권 오만에 빠질까 두려워"
2-2. 지지자만 대변하는 정당···"대의민주주의 무너져"
3. 힘의 논리만 작동하는 정당 구조···"양당의 적대적 공생"
4-1. "이긴 사람이 진리가 되는 공간···희망은 3지대에서 시작"
4-2. "희망이 사라진 진보···'운동' 아닌 '책임지는 정치' 필요"
5. "희망 잃고 떠나는 현실이지만···결국 정치가 바뀌어야"

정치를 직업으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은 그 이후에 들었다. 2016년 총선이 끝나고 부산시당 청년위원장을 하면서다. 당시 총선 청년 공약 중 하나였던 표준 이력서 법제화를 주장하기 위해 정의당 청년위원회에서 부산시와 부산시 산하 출연기관, 공기업 등 54곳의 이력서 양식을 전수조사했다. 그러고 기자회견 한 게 제법 반향이 있었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던 이정미 대표가 전국 차원으로 조사를 확대했다. 그렇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까지 동의하면서 2019년 표준계약서를 도입하자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을 느꼈다. 세상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그 후로 탈당하기까지 꼬박 10년을 정의당에서 활동했다.

더는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절망스러운 곳이 됐을지라도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아 있는 정당이었다. 그래서 탈당할 때, 차마 맨정신에 탈당계를 전송할 수가 없었다. 소주 한 병을 '원샷'하고 나서야 겨우 전송 버튼을 눌렀다.

뉴스핌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근처의 카페에서 영봉과 만나 탈당을 결심한 이유와 신당으로 간 이유를 들었다.

◆ '옳음'만 주장하는 '진보 운동'…정치는 결과로 책임져야

영봉은 정의당이 더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탈당했다. 쉬운 결심은 아니었다. 고통스러운 결정이기도 했다. 그가 입당했을 때 정의당은 생긴 지 2년 정도 된 신생 정당이었다. 조직은 물론 당원 수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적었다. 그래도 그때는 뭔가 될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고 영봉은 기억한다.

정의당이 창당되고 처음 치렀던 2014년 지방선거 때 처음으로 선거운동이란 걸 해봤다. 아는 선배가 부산 해운대의 구의원으로 출마해 도왔다. 신생정당이라 사람들이 잘 몰랐다. 그래도 '노회찬·유시민·심상정(노유심)이 있는 당'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다 알았다. 당시 '노유심'하면 괜찮은 정치인이고 당장 표는 안 주더라도 지켜볼 만하다 이런 분위기가 있었다. 사람들의 눈길이 차갑지만은 않았다.

당시 정의당 후보들의 득표율은 2% 정도로 가장 최근의 정의당 득표율과 비슷했다. 많이 받아야 5%였다. 같은 2%라도 현재의 2%와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한다. 현재는 희망이 사라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영봉은 차가워진 민심을 재작년 지방선거에 후보로 출마하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 '쟤네 한번 키워볼 만하다'고 바라보던 시민들의 시선이 이제는 '쟤네 더 이상 안 돼'로 바뀌었다는 거다. 정당만 놓고 보면 2014년이 더 희망적이었다고 그는 평가한다.

정의당의 희망이 사라진 건 단순히 선거 결과 때문만은 아니었다. 진보 정치가 아닌 진보 운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치와 운동은 다른 거다. 운동은 우리가 옳다고 믿는 주장을 하면 된다. 근데 선거는 '옳음'만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다. 시민들은 옳다고 찍어주지 않는다. 그런데 영봉이 보기에 정의당은 옳다고 믿는 주장을 하는 게 더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영봉은 그건 정치가 아닌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운동은 책임성이 더 약하다고 본다.

그가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수원시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다. 수원시도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소각장 이전, 지하철역 신설, 도서관 리모델링 등 산적한 현안들이 있었다.

"정의당의 시각에서 보면 지하철역을 하나 더 만드는 건 토건 개발이었다. 그러나 지역구 후보로 나가는 사람이 지하철역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할 순 없었다. 적어도 검토하겠다고는 해야 했다. 그런데 정의당의 많은 사람들은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정치는 결과로 책임지는 일이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자족할 수도 있지만 대중의 시각에서 봤을 때 과연 책임의 정치인가. 의문이 커졌다. 그의 문제의식은 정의당의 혁신재창당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해소되지 않았다.

영봉은 정의당에서는 1에서 10까지 모든 게 같아야 동지가 될 수 있는 '최대주의'적인 문화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의당의 기치는 가져가되 그 가치를 더 빨리 실현하기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지난해 6월 당 전국위원회에서 "해당행위"라고 비판받았다. 그때 더는 당을 같이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어쩌면 당을 나가야 할 수도 있겠다고 처음 생각했다.

◆ "달라도 동료가 될 수 있어야…정치 복원이 가장 시급"

영봉은 신당에서는 1부터 10까지 모두 같아야 동지가 되는 정치가 아닌 10가지 중 7개 정도만 같아도 동료가 되는 정치를 지향한다. 조금씩이라도 세상을 바꿔 나가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가치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가는 길과 방식에 차이가 생겼다.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들 하지만, 진보가 분열로 망하는 건 결과론적인 얘기다. 오히려 (다른 방식을) 관용하고 포용하지 못해서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지역구 후보로 출마한 사람이 지역 주민들의 요구나 이해관계에 대해 마냥 반대하는 건 무책임하다. 정치는 결국 권력을 행사하는 일이다. 또한 정치는 옳다고 믿는 걸 완벽히 실현시키기보다 시민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일들을 조금씩 해나가는 것에 가깝다. 그렇기에 그가 비판하는 '정치 운동'에는 어떤 면에선 선민의식이 담겨있다. 결국 그는 '세상을 바꾸자'보다 결과로서 사회를 진보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영봉은 3당이 희망이 되길 바란다. 아니 희망이 되게끔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제3당을 반드시 성공시켜 정치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믿고 있다.

제3당의 이념 스펙트럼이 명확지 않다는 지적에는 "정치를 복원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답했다. "지금은 보수와 진보라고 하는 기존의 이념 틀에서 정치를 규정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본다. 어떤 정치 세력이든 기존의 양당 정치로 인해 방기된 문제들이 있어서다. 연금, 인구 위기의 문제이기도 하고 노동자들의 산업전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 문제들을 전면화해서 대안들을 보여줘야 하는 게 지금 제3지대 정당의 역할이다."

더 나아가 그는 장기적으로 보수나 진보를 떠나서 보통 시민, 평범한 사람들의 이해와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꿈꾼다.

(왼쪽에서 두번째) 이영봉 새로운선택(현 개혁신당) 공보부실장. [사진=본인 제공]

heyj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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