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가 일반고보다 6배 많아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월평균 150만원이 넘는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비율이 영재학교가 일반 고등학교에 비해 6배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3 학생의 경우 특목고·자사고를 희망하는 학생이 일반고를 희망하는 학생에 비해 최대 5.9배 더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희망 고교 유형별 사교육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월 평균 150만원 이상의 고액 사교육비 지출에 대한 응답. [제공=사교육걱정없는세상] |
조사는 2023년 12월 4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시도 413개교의 중3·고1 학생 5594명, 해당 학교의 중·고교 교사 174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고1 학생들의 월평균 150만원 이상 고액 사교육비 지출은 고교 유형에 따라 큰 격차를 보였다. 고액 사교육비 지출은 일반고에서 7.1%,였지만 영재학교는 43.8%였다. 영재학교 학생이 일반고 학생에 비해 6.1배 더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었다. 과학고는 일반고에 비해 5.4배, 자사고는 4배, 외고·국제고는 3배 많았다. 모두 일반고에 비해 높은 비율이다.
중학교 3학년에서도 희망 고등학교별로 고액 사교육비 비율에 큰 차이를 보였다. 고액 사교육비 지출 비율은 일반고 희망 학생의 경우 7.2%였지만 과학고 42.9%, 영재학교 25%, 외고·국제고 19.5%, 자사고 15.7%였다. 최소 2.1배에서 최대 5.9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이다.
강 의원은 "다양한 학교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고교체제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선택 기회도 사교육 접근성이 높은 이들에게만 담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3 학생들의 사교육 종료 시간도 희망 고교별로 차이가 났다. 밤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사교육을 받은 중학생은 일반고를 희망하는 학생의 경우 20.5%였지만 과학고 57.1%, 영재학교 50%, 자사고 41.4%, 외고·국제고 17.1%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사교육비 증가에 따른 우려가 있다고 응답했다. '사교육 비용 증가에 따른 가계 경제 부담 문제'가 있느냐는 물음에 '문제있음'을 지적한 교사는 95.7%였다.
고교 서열화와 관련한 인식에서 교사 65.7%가 '서열화된 현 고교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고교 서열에 따른 대입 결과 격차'에 대해서는 응답 교사의 95.5%가 문제 있다고 답했다. '우수 학생의 특정학교 쏠림으로 현상으로 인한 일반고 황폐화 문제'가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 교사의 94.8%가 문제 있다고 했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학생 학부모들은 보다 높은 서열의 고교로 진입하기 위한 경쟁과 사교육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 교사들만큼 교육 당국이 상황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대한민국 중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이 늦은 시간까지, 주말까지 사교육에 내몰리는 현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문조사 결과 현재의 서열화된 고교체제가 중·고등학생들의 고액 사교육비, 심야 및 주말 사교육 등 수많은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며 "교육부는 현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특단의 교육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