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씨, 당초 9개 혐의 무죄 주장→사기 등 2개 혐의 등 인정
미 검찰과 유죄 인정 협상으로 형량 낮춰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스테이블코인 '테라USD'(TerraUSD) 발행과 관련한 대규모 사기 사건으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설립자가 기존의 무죄 주장을 철회하고 유죄를 인정했다.
미국 뉴욕 남부 연방법원 폴 엥겔마이어 판사 주재로 12일(현지 시간) 열린 공판에서 권 씨는 사기와 통신망 사기 등 두 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답변을 했다.
권 씨는 법정에서 "거래 업체의 개입 사실을 숨기고 왜 페그가 복원됐는지 허위 진술을 했다"며 "잘못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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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 설립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는 맨해튼 연방검찰과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나머지 시세 조종 공모, 자금 세탁 공모 등 7개 혐의는 취하됐다. 권 씨는 당초 지난 1월 열린 기소 인부 심리에서 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었다.
미 연방법상 사기와 통신 사기 혐의는 각각 최대 20년 형이 가능하나, 연방검찰은 권 씨가 범행 책임을 인정한 만큼 12년 이하의 형을 구형하는 데 동의했다. 유죄 인정을 통해 당국과의 협상을 통해 형량을 낮추는 '플리 바겐'(plea bargain·유죄 협상)에 따른 것이다. 최종 선고는 12월 11일 내려질 예정이다.
권 씨는 2021년 테라USD 가치가 1달러 고정 기준(페그) 아래로 떨어졌을 당시, 이를 '테라 프로토콜' 알고리즘이 복원했다고 투자자들에게 허위 설명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로는 고빈도 거래 업체를 동원해 수백만 달러 상당의 토큰을 비밀리에 매입, 가격을 인위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허위 주장과 오도 행위로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이 테라폼랩스의 가상 자산을 대거 매수했고, 변동성 코인 '루나'(Luna)의 시가총액은 2022년 봄 500억 달러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약 4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다.
권 씨는 2023년 3월 해외 도피 중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돼 지난해 말 미국으로 송환됐으며, 현재 구금 상태다. 2024년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45억 5천만 달러 규모의 민사 합의에 도달, 8천만 달러 벌금 납부와 향후 가상 자산 거래 영구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번 사건은 2022년 가상화폐 시장 폭락 이후 미국 연방 당국이 암호화폐 업계 거물들을 상대로 단행한 강경 수사의 대표 사례로, 향후 글로벌 가상 자산 규제 강화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