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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가습기살균제 사태' 前 SK케미칼·애경산업 대표 무죄→유죄...금고 4년

기사입력 : 2024년01월11일 15:50

최종수정 : 2024년01월11일 15:58

가습기살균제 원료와 폐질환·천식 인과관계 인정
안전성 검사 미시행...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유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이용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직 SK케미칼, 애경산업 대표가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는 11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복역하되 노역은 하지 않는 형이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등을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의 2011년 가습기메이트(CMIT/MIT) 독성실험 적정성'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의 모습. [사진=뉴스핌DB]

앞서 이들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을 원료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 유통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됐다.

SK케미칼은 하청업체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했고 애경산업은 SK케미칼로부터 해당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쓰인 CMIT·MIT 물질 사용이 피해자들의 폐질환이나 천식을 발생시켰다거나 악화시켰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피해자들의 폐질환, 천식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은 가습기살균제의 주 원료인 CMIT·MIT가 폐에 도달하거나 축적되기 어려운 물리화학적 특성 및 쥐를 이용한 독성시험결과 등을 근거로 해당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사람에 대한 폐질환 또는 천식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기에 부족하다고 봤다"며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CMIT·MIT의 물리화학적 특성 및 독성기전의 차이와 사람과 쥐 간의 종간 차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 "CMIT·MIT는 세포독성이 매우 높은 저분자 화학물질로 세포와 접촉하여 빠른 시간 내 독성을 발현시키고 다른 대사체로 변환하는 물질이므로 폐 축적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폐에 도달하는 양, 노출기간 등이 독성 발현의 주요한 기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6~2019년 진행된 동물실험에서 CMIT·MIT의 폐 손상 가능성이 증명된 점, 2022년 진행된 체내거동평가연구에서 가습기를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CMIT·MIT가 기체상 또는 에어로졸의 형태로 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 환경부 종합보고서와 전문가 증언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함유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판매한 회사의 임직원들로 맡은 업무에 따라 제품 출시 전 수행하도록 요구되는 안전성 검사를 수행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제품 출시 후 요구되는 관찰의무도 이행하지 않아 그 피해를 확대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이러한 과실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폐질환 또는 천식으로 큰 고통을 겪었고 상당수의 피해자들은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피해를 입는 등 그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며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그동안 겪었던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가적·사회적 비용이 소요됐고 현재까지도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들에 대해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지원 대상 피해자는 5691명으로 이 가운데 사망자는 1262명에 달한다.

jeongwon10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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