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 폐지 판결에 이어 낙태약 판매 규제를 검토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의 중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 대법원은 경구 낙태약 판매와 관련한 검토에 들어간다.
검토 대상약은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널리 판매되고 있는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이다. 미국 낙태의 절반 가량이 미페프리스톤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페프리스톤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2000년에 사용을 허가했으며 안전성이 입증된 약이다. 미소프로스톨이 성관계 후 24~48시간 내 복용하는 약이라면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초기 자궁 내막의 발달을 돕는 황체호르몬인 프르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하는 약이어서 임신 후 48시간이 지나도 임신중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연방 대법원 앞에서 낙태권 폐지 판결에 항위하는 시위대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에서 낙태 약물은 임신 10주까지 사용하도록 승인하고 있다. 미페프리스톤은 원격 처방 및 우편 배송도 가능하다.
지난 8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있는 제5 연방항소법원은 미페프리스톤의 사용을 기존 임신 10주에서 7주 이내로 축소하고 원격 처방과 우편 배송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이보다 앞선 올해 4월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이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FDA의 사용 허가를 취소하라고 판결한 데 따른 연방정부의 항소에 대한 판결이었다.
미 법무부와 약물 제조사 댄코 래보라토리가 이에 다시 불복해 대법원이 이 사안을 맡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미페프리스톤의 사용 가능 임신 주기 축소와 원격 처방 및 우편 배송 금지 여부를 판결할 예정이다. 내년 봄에 심리를 시작해 그해 6월 말까지는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대법원 판결까지 미페프리스톤 판매는 유지된다.
대법원의 낙태약 규제가 내년 11월 대선에 큰 이슈로 부상할 예정이다. 현재 대법원은 6대 3으로 보수 성향 대법관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지난해 6월 임신 6개월까지의 낙태권을 지난 50년간 보장해 온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어 낙태권을 사실상 폐지한 일은 당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낙태권 폐지는 같은 해 11월 중간선거의 여성 표심을 민주당으로 향하게 하는 효과도 낳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낙태가 다시 한번 민주당 선거 캠페인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악관도 성명을 내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의 생식 관리에 대한 접근성을 보호하는 데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낙태권 폐지 후 미국에서는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주(州)가 늘어 낙태가 합법인 주로의 원정 임신중절이 증가했고, 미페프리스톤 등 낙태약 수요도 덩달아 급증했다. 대법원이 낙태약 사용까지 제한한다면 더 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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