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 진료과 중 4곳 지원율 50% 미만
소아청소년과 '최저'…전공의 150명 부족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핵의학과가 전공의 모집 정원 대비 지원율이 50% 미만으로 드러났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과에 연 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으나 필수 의료과 전공의 유입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복지부는 지난 7일 정신건강의학과, 안과 등 26개 진료과에 대한 전공의 지원율을 공개했다. 140개 수련병원에 접수된 전기모집의 결과, 모집 정원 대비 지원율이 절반 이하인 진료과는 가정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핵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총 4곳이다.
◆ 26개 진료과 중 꼴지는 '소아청소년과'…연간 300억 투입 정책 역부족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전공의) 1년차 전기 모집 지원결과에 따르면 가정의학과의 모집 정원은 229명이었으나 114명이 지원해 지원율 49.8%를 기록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63명 모집에 24명만 지원했다. 핵의학과 모집 정원은 27명인 반면 10명만 지원해 지원율이 37%에 그쳤다.
26개 진료과 중 가장 지원율이 낮은 진료과는 소아청소년과다. 모집 정원 205명 중 53명이 지원했다. 지원율로 따지면 25.9%에 불과하다. 복지부가 지난 10월 소아진료 정상화를 위해 정책가산금을 지원하는 등 연간 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원인에 대해 "복지부가 올해 발표한 정책이 실질적인 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는 의원은 작년 기준 총 2135개다.
임 회장은 "의원 한 곳당 월 100만원씩 지원하는 방식인데 소득세 빼면 50만원"이라며 "의사 2명만 있어도 각 25만원씩밖에 안돌아간다"고 설명했다. 300억원 투입이 큰 지원처럼 보이지만 의사 개인 1명이 얻는 이익은 적다는 것이다.
내년 전공의 모집 미달로 '소아과 오픈런'은 더 심화될 예정이다.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 4년차가 전문의 시험을 위해 병원을 나가면 그 뒤를 전공의 1년차가 이어야 하는데 전공의가 없는 것이다. 임 회장은 "전공의 미달로 올해 소아청소년과 오픈런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1만원 수준인 소아진찰료 인상 필요…전문가 "정부가 속도감있게 추진해야"
의료계에서는 정원이 부족한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로 전공의를 유입하려면 체감가능한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지원율을 회복하기 위해 소아과 의사로서 먹고 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방안으로 1만원 수준인 국내 소아 진찰료를 해외 수준에 맞춰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 회장에 따르면 일본의 소아 진찰료는 약 7만원이다. 미국과 호주는 각각 약 27만원, 29만원에 달한다.
정부의 정책 대안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복지부가 권역응급의료센터 등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가 인상과 제도 개선에 관한 발표를 속도감 있게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개인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실현돼야 정책을 체감할 수 있는데 일하기 바쁜 현장 의사들은 정부의 발표만으로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임 회장은 "법적 책임 완화 정책과 진찰료 수가를 다른 나라만큼 올려주는 방안을 빠르게 추진하면 소아청소년과 지원이 정상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공의에게 미래가 있는 삶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