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은행권 향해 또 작심 비판
당혹한 금융당국, 상생금융 해답찾기 골몰
정책 예측가능성↓, 금융 불확실성↑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소상공인은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 한다. 은행의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방치해선 절대 안 된다"
한 달여 전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향해 작심 비판을 쏟아내자 당혹스러운 건 은행들 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의 작심 발언 후 어떤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솔직히 아직 준비된 게 없다"고 했다. 지난 2월 윤 대통령의 '은행 돈잔치' 발언처럼 이번 '종노릇 발언' 역시 당국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통상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며칠 간격으로 해당 부처에서 후속 대책이 잇따른다. 대통령실이 사전에 정부부처와 정책 협의와 조율을 한 후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떄문이다.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금융증권부 김연순 차장 y2kid@newspim.com |
하지만 이번 은행 '종노릇 발언' 상황 역시 공매도 금지와 마찬가지로 금융당국과 사전 조율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은행 직격 후 금융당국이 후속 대응에 바로 나서지 못한 것도 사전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내놓은 1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은 당국의 시큰둥한 반응 속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금융당국 수장은 "국민 공감대를 만족하는 방안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20여 일이 거의 지나서야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단과 회동을 갖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이자 비용을 낮춰주는 등 '상생금융 시즌2'의 기본적인 방향을 정했다. 그 사이 '횡재세 도입'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은행권의 상생금융 지원 규모는 2조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은행권은 아직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지원 방식을 놓고 한 달 넘게 논의를 진행중이다. 또 '종노릇 발언'으로 촉발된 금융권의 상생금융 시즌2 논의는 이제 은행을 넘어 보험, 카드사 등 제2금융권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을 만난 손보업계는 자동차 보험료를 2~3%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카드사도 상생금융 해답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관치·포퓰리즘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갑작스런 대통령의 발언에 당혹스런 금융당국과 전 금융권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부자연스럽다. 상생금융의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정책의 예측가능성은 사라지고 금융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실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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