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양 죽도해변 ART by H.M파트너스에서 내년 1월 7일까지 초대 개인전
유기적이고 매혹적인 'Regeneration' 유화 출품
생성과 소멸, 현실과 꿈 넘나들며 생명성 표현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부드럽고 유려한 선과 세련된 색채로 생명이미지를 표현해온 작가 원애경(Won, Ae-Kyung·1964~)이 강원도 양양에서 개인전을 개막했다. 원애경은 강원도 양양 현남면 죽도 해변가에 위치한 'THE ART by H.M PARTNERS' 초대로 2024년 1월7일까지 작품전을 갖는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원애경 '재생성(Regeneration)' 2019. oil on canvas. 162×130cm [이미지 제공=Won, Ae-Kyung] 2023.12.02 art29@newspim.com |
원애경의 30회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초대전의 부제는 '재생성'(The Regeneration). '재생' 또는 '재생성'을 뜻하는 Regeneration은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화두다. 원애경은 생성과 소멸, 안과 밖, 현실과 내세, 꿈과 이상을 넘나들며 생성과 재생성의 반복적 순환관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원애경의 전시를 기획한 H.M 파트너스는 강원도 양양 죽도 해변에 세워진 복합공간이다. 아름다운 동해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이 공간에서의 개인전은 현대미술을 통해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살펴보기 위해 기획됐다. 그런데 원애경의 유려하고 풍성한 작품은 생명에 바치는 헌사라는 점에서 아름다운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공간과 맞춤하게 어우러지고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원애경 '재생성(Regeneration)'. 유화와 입체작품. [이미지 제공=Won, Ae-Kyung] 2023.12.02 art29@newspim.com |
따라서 이번 H.M 파트너스에서의 전시는 그 구성과 규모에 있어서 전통적인 화이트큐브(갤러리, 미술관)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죽도 바닷가의 '대자연'과 작가의 열린 공간해석이 시너지를 이루며 미술전시의 새 포맷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데뷔이래 원초적 원형의 유기적 곡선과 둥근 형태, 차분한 색감으로 일관되게 생명이미지를 표현해왔다. 원애경은 이번에도 우주와 자연 속 생명의 원형을 그린 'Regeneration' 근작과 신작 회화를 출품했다. 작가는 빠르게 마르고 작업하기 수월한 아크릴물감 대신, 유화작업을 고집하고 있다. 유화만이 줄 수 있는 자연스럽고 미묘한 질감과 깊이감 때문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원애경 '재생성(Regeneration)',2021. oil on canvas, 65×53cm [이미지 제공=Won, Ae-Kyung] 2023.12.02 art29@newspim.com |
또한 이번 전시에 작가는 입체작업도 선보인다. 글래스 블로잉 작업을 통해 3차원의 둥글고 풍성한 형상으로 만든 원애경의 유리조각 또한 생명의 원초적 이미지를 압축한 것이란 점에서 회화와 맥을 같이 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생명의 유한함을 일찍이 체험한 바 있다. 그래서 더욱 간절하고도 절실하게 생명성을,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독특한 조형언어로 구현해왔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원애경 '재생성(Regeneration), Glass work 36x36x18cm 2022. [이미지 제공=Won, Ae-Kyung] 2023.12.02 art29@newspim.com |
원애경의 회화에서 청초한 꽃잎과 꽃술, 나비처럼 보이는 형상들은 마치 살아움직이는 듯 화폭을 유영한다. 너른 공간을 유유히 나는 형상들로 그의 화폭은 신비로운 환영을 보여준다. 그의 회화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진 않지만 보이지 않는 생명의 에너지와 이미지가 은연 중 도드라져 감상자를 사로잡는다. 생명주의를 바탕으로 움직임과 촉각적 표현이 강조된 원애경의 작품은 리드미컬한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
미술평론가 안현정(예술철학박사)은 "공감각적 차원을 넘나드는 원애경의 작품은 생성과 소멸에 대한 다층적 에너지를 표출하는 '유기적 상상체'로 요약된다"며 "현실을 초월하는 미적 정서, 생의 숭고(sublimity)를 다루는 방식은 조형언어를 통한 물질성과 비물질성, 신체성과 정신성,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세계를 종합한 '두개의 순환에너지'를 한데 모음으로써, 대상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한다"고 평했다.
또 "원애경의 작품은 매끈하게 미끄러지는 물성을 통해 '생성과 소멸 사이'의 비물질성을 정형성의 조건으로 전환하면서 초월적이고 상징적인 세계를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극복케 한다"고 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자신의 유화 작품 앞에 선 작가 원애경. [이미지 제공=Won, Ae-Kyung] 2023.12.02 art29@newspim.com |
작가는 "어머니, 아버지와 이른 작별을 하면서 생명의 유한성을 목도하게 됐다. 너무나 큰 충격이었고, 그 결과 생성과 소멸이라는 테마를 줄곧 모색하게 됐다. 그런데 현실의 모순과 대립 속에서 새로운 통합의 세계가 열리듯 이제 나의 작품은 생을 처음과 끝이 아닌, '무한대'로 확장시켜 '재생'의 영역으로 진입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경외이자 찬가"라고 밝혔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원애경, '재생성(Regeneration)', 2020. Oil on canvas, 51x65 cm [이미지제공=Won, Ae-Kyun] 2023.12.03 art29@newspim.com |
유재길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명예교수(미술평론가)는 "원애경의 작품세계는 심리적 표상(表象)과 생명주의를 표현하고 있다. 그의 표상개념은 재현을 바탕으로 내부와 외부세계와의 교감을 중요시한다. 이러한 작업은 꽃의 이미지를 연상케하는 유기적 형태와 세포이미지의 형상으로 나타나며 생명의 외경을 표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원애경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미술대학을 거쳐 홍익대 대학원 미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9년 이래 꾸준히 작품활동을 펼치며 국내외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아울러 타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에도 활발히 참여 중이다.
지난해 원애경은 서울 이태원의 예술가구 전시장인 '하우스 오브 핀율'에서 콜라보레이션 전시를 가졌다. 오늘날 '덴마크 디자인'이 자리잡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핀율의 가구들에, 작가는 부드러운 촉각성을 품은 생명력(Vitality) 넘치는 회화를 내걸어 멋진 하모니를 보여주었다. 이 전시는 ERD갤러리가 기획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원애경이 지난해 서울 이태원의 핀율 가구전시장에서 가진 콜라보레이션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ERD 갤러리] 2023.12.04 art29@newspim.com |
2018년에는 현대미술에서 표현된 원초적 원형(natal form)의 생명의 발현현상을 '세포'시리즈로 구현한 작품을 순천향대학교 병원에 설치 전시했고, 2016년에는 세브란스병원 내 아트스페이스에서 재생성 연작으로 전시회를 갖는 등 열린 시각으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전시를 수행해왔다.
원애경은 또한 한국 추상조각의 개척자 최만린(1935-2020) 작가의 '최만린 스튜디오'에서 10년간 연구원 또는 디렉터로 활동했다. 조각가 최만린의 공공조형물(Public art)의 주요작들에 대한 연구와 분석작업을 했고, 그에 따른 입체적 사유와 조형적 모색을 수행했다.
이에따라 화가이지만 입체및 설치작업도 능동적으로 전개하게 됐다. 최만린의 유기적 형태와 둥근 볼륨감에서 받은 영감을 자신의 오랜 화두인 근원적 생명이미지에 투영시켜 원초적 원형으로 구현하기도 했다. 원애경은 거장인 최만린 조각가와 함께 2인전을 세차례 개최하기도 했다. 원애경의 작품은 E.U(유럽연합)대사관, 순천향대학병원, 삼성제일병원, 토탈미술관, 샤넬코리아(CHANEL Korea), 에스플러스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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