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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담]미술시장전문가 김순응 "조각투자,내 딸에겐 안 권한다"

기사입력 : 2023년11월04일 22:34

최종수정 : 2023년11월07일 16:33

솔깃한 조각투자 문구에 개미들 '호갱'될 우려높아
미술품 가치산정과 미래예측,구호처럼 쉽지않고
이너서클 아니면 투자성높은 '블루칩'확보 어려워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지난 1년간 중단되었던 미술품 조각투자(분할구매)가 조만간 재개될 전망입니다. 금융위원회가 한 조각투자 업체가 낸 증권신고서를 심의 중이며, 곧 결론을 내린다고 합니다. 여타업체들도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 제출을 준비하는 등 제도권 진입을 위해 분주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미술시장 전문가인 김순응 씨(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가 뉴스핌에 긴급대담을 제안했습니다. 하나은행 자금본부장 출신으로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아트투자 어드바이저로 전문컨성팅과 기고및 강연을 하고 있는 김순응 대표는 조각투자의 위험성을 강도높게 경고합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미술시장 전문가 김순응 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 하나은행 자금본부장 출신으로, 국내 양대 미술품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대표를 역임한 김 대표는 미술품 조각투자가 내포한 여러 위험성을 경고하며, 자칫 무모한 투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미지제공=김순응] 2023.11.04 art29@newspim.com

김 대표는 미술품 조각투자를 '불가능에의 도전'이라며 비판합니다. 업체들이 선전하는 것처럼 미술품의 가치산정과 미래예측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는 우리 미술시장에 애정이 많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누구보다 원하지만, 조각투자는 '투자할만한 우수한 블루칩 확보'가 최대 관건임에도 업체의 홍보문구처럼 이 문제가 결코 쉽지 않다고 역설합니다. 또한 정확하고 공정한 작품값 산정과 되팔아 수익을 내는 것 역시 간단치 않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로부터 미술품 조각투자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듣고자 대담을 가졌습니다. 일부 논쟁적 요소도 있곘지만 전문가의 심도있는 진단은 조각투자를 고려하는 이들이라면 경청해볼만 합니다. 김 대표와 가진 긴급 인터뷰를 상·하 2회로 나눠 소개합니다.

Q;최근 한 연구소는 '2030년이면 조각투자(미술품, 와인, 명품 등 모든 투자가능한 자산을 기초로 한) 시장이 36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고가 자산의 대명사인 미술시장에서는 여러 업체들이 등장해 "만원 단위의 소액으로 피카소같은 작품에 투자해 억만장자들에게나 가능했던 수익률을 누릴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양대 미술품경매사인 서울옥션, 케이옥션이 자회사 혹은 지분투자의 형태로 가담하고 증권·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그들과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인가요?

▶김순응 대표(이하 김):최근 몇년간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 큰 화제를 뿌리며 각광받던 미술품 조각투자가 1년여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건전 발전을 위해 금융당국이 여러가지 법적, 제도적 요건들을 챙기자 예기치 못한(당연히 예상해야 했어야 했지만) 문제들에 부딪쳐 주춤거리는 모습입니다.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맨 먼저 제출했던 한 회사는 대주주인 경매회사와의 미술품 가치평가에 대한 이해상충이 문제가 되어 스스로 철회했습니다. 여타 업체들은 이 일정을 연기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한 업체는 일본의 인기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페인팅을 앞세워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계약증권 1호'로 선정받기 위해 막바지 관문에 서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여기저기서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만만치 않은 장애물에 부딪칠 것으로 우려합니다.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짚어보아야 합니다. 어떤 자산을 투자대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그 자산의 적정 가치를 객관적으로 계산해내고 미래가치도 설득력 있게 예측해야함은 물론, 투자에 따르는 만일의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런 것들을 담보하여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지속, 건강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갖춰져야겠지요. 이런 과정에 선행돼야 하는 것은 미술품의 특성과 미술시장의 작동방식에 대한 고찰입니다.

Q:그건 주식, 부동산, 금리, 환율, 금, 석유, 곡물 등 금융이건 실물이건 모든 투자대상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과정이 아닌가요. 현대의 발달된 통계학, 경제이론, 컴퓨터 기술로 미술품 가치를 분석, 예측하는 것은 특별히 어려울 게 없어 보이는데요.

▶김:그렇지요. 이를테면 우리가 특정회사의 주가(종속변수)를 평가할 때 그 회사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독립변수들을 감안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그 회사가 속해있는 산업의 전망, 경쟁 관계, 그 회사 제품의 경쟁력, 오너의 경영능력, 사업철학, 금리, 물가, 성장률 등 국내외 거시경제 전망,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정치적 리스크 등 무수히 많은 정성, 정량적 독립변수들을 넣고 슈퍼컴퓨터를 돌려서 주식 가치와 미래 전망을 예측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예측하는 방법도 성공확률도 다르겠지요.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국내의 한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가 조각투자 대상작품으로 선정했던 미국 작가 스탠리 휘트니의 페인팅 'Stay Song 61'. 가격산정 과정이 문제가 돼 이 작품은 일단 철회됐다. 2023.11.04 art29@newspim.com

Q:미술품에 대해서도 똑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김:이론상으론 그렇지만 미술품이라는 투자 상품의 특성(본질),그리고 미술시장의 독특한 구조와 작동 방식 때문에 현실적으론 어렵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술품에는 본질가치, 내재가치, 수익가치, 효용가치가 없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다면, 없는 겁니다.

오랜 미술시장 역사를 가진 서양에서 무수히 많은 학자들이 미술품의 가치를 계량화하려고 오랜 세월 온갖 방법으로 연구했지만 결론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없다"였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더욱 더 불가능하다"입니다. 미술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인간의 정서(욕망, 변덕, 허영, 어리석음이라고 읽어도 무방함)인데, 이걸 계량화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Q:그건 그렇다 쳐도, 그간 거래된 데이터나 수요와 공급 등에 관한 수치 등 소위 빅 데이터로 추정이 가능하지는 않을까요?

▶김:주먹구구식으론 추측해볼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미술품 거래는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분석에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만큼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거래량과 가격이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자(내부자)들의 거래에 의해 이뤄집니다. 이런 인위적인 데이터로 현상을 분석하거나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넌 센스지요. 필연적으로 오류를 내포합니다.

뿐만 아니라 미술품은 한 작가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다릅니다. 크기, 제작년도, 완성도, 보존상태, 도상, 거래 당시의 여건 등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가격(가치)이 크게 달라집니다. 팔리는 시간, 장소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소더비에서 팔린 작품이 만약 크리스티에서 팔렸다면? 뉴욕에서 판 작품을 런던에서 판다면? 오늘 판 작품을 내일 판다면? 모두 다른 가격을 기록했을 겁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세계 미술계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캐나다 출신의 미국 작가 애너 웨이안트(Anna Weyant b.1995). 데뷔초 LA의 대형 화랑 블룸앤포 소속이었다가 근래 가고시안으로 옮기며 더욱 승승장구 중이다. [사진= ] 2023.11.04 art29@newspim.com

Q:그런가요? 미술시장 관계자가 아닌 저한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한가지 사례를 들어드리지요. 지난 프리즈서울에 가고시안이라는 세계적인 갤러리(소위 Big4 중의 하나)에서 애너 웨이안트(Anna Weyant, 28세)라는 여성작가의 작품을 걸었습니다. A4용지 크기의 연필 드로잉으로 구석에 걸려 있어서 잘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

애너는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 78세)이라는 세계 최고 갤러리스트의 여자친구이자 최근 가고시안갤러리에 전속이 된 미녀 작가입니다. 가고시안은 뉴욕에만 6개, 전 세계에 16개의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글로벌 아트마켓을 쥐락펴락하는 최강의 아트딜러이자 '가고시안 왕국'의 오너인 래리 가고시안. 올해 78세. 전세계에서 16개 화랑을 운영하며 각국의 내로라 하는 컬렉터들이 수집하길 열망하는 최고의 블루칩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2023.11.04 art29@newspim.com

캐나다 태생의 애너는 대학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Rhode Island School of Design)'를 졸업했습니다. RISD에 간 것은 자기를 받아준, 뉴욕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2017년 대학졸업 이듬해에 그는 뉴욕으로 진출합니다. 그가 처음 작품을 판 것은 그해 '아트 햄튼'(Art Hamptons) 아트페어 장이 열리는 길거리에서였습니다. 400달러였지요. 그리곤 당시 작품판매를 도와준 '56 Henry'라는 갤러리에서 처음 연 개인전에서 작품은 솔드아웃(Sold-out)됩니다. 가격은 2000~12000달러로 올렸습니다. 이 때 래리가 처음 'Head'라는 애너의 작품을 샀습니다.

애너는 2021년에 '블럼 앤 포(Blum & Poe)'라는 LA의 대형 화랑에 전속하게 됩니다. 작품가격은 5만달러까지 올랐지요. 래리는 여기 전시에서 애너를 만나 그의 베버리힐즈(Beverly Hills)저택으로 초대, 래리가 좋아하는 진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합니다(진은 애너가 먼저 청해서 래리를 깜짝 놀래켰다고 합니다). 이후 바로 파리 등지에서 공개적인 데이트를 시작하지요. 둘이 래리의 자가용 제트기나 헬기를 타고내리고, 손을 잡고 다니는 장면이 미디어를 장식하기 시작합니다. 

래리는 그간 만나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그는 처자는 없음), 블럼 앤 포의 팀 블럼(Tim Blum)과 애너는 불편한 관계가 되지요. 구체적인 사연은 둘 다 함구합니다. 참고로 블럼 앤 포를 같이 창업했던 제프 포(Jeff Poe)는 지난 8월 화랑을 떠나, 현재는 블룸갤러리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1994년에 LA에서 출발한 블럼 앤 포는 뉴욕, 파리, 도쿄 등 5개 지점을 거느린 블루칩 갤러리입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지난해 5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추정가 15만~20만달러에 나왔으나 열띤 경합 끝에 높은 추정가의 8배에 달하는 160만달러에 팔린 애너 웨이안트의 유화 '추락하는 여자(Falling Woman)' 2020. 121.9 x 91.4cm. 이 화제의 작품으로 애너는 완전히 스타덤에 올랐다. [사진=소더비]. 2023.11.04 art29@newspim.com

팀은 그가 2020년에 1만5000달러에 산 애너의 작품 '추락하는 여자(Falling Woman)'를 소더비경매에 던지고 이 작품은 160만달러에 낙찰됩니다. 5년 전에 400달러에 팔리던 애너의 작품이 순식간에 160만달러가 되었지요. 물론 래리의 힘입니다. 래리는 "애너를 커다란 나쁜 늑대들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말했습니다(just trying to protect her from the big bad wolves). 언론에서는 이 일을 '미술계의 성과 권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Window into Art World Sexism and Power)'이라고 합니다.

Q:미술계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지요.

▶김:이 스캔들은 미술작품과 미술시장에 대해 많은 것들을 시사합니다. 우리나라의 한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대표가 잘 알고 있는 어떤 미국 딜러로부터 '애너의 작품을 사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고 가정해 볼까요. "당신이 좋은 작품을 구해달라는 부탁도 있고 해서 특별히 먼저 기회를 주지만 살 사람들이 줄서 있으니 24 시간 내에 결정해야 한다. 가격은 30만달러. 그리고 이 작품은 애너가 급전이 필요해서 팔았던 것이고, 세상에 알려지면 여러 사람이 곤란해지니 당분간은 극비로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조각투자 업체는 구입을 결정하기 위해 다음의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이 작품이 진품일까?(진위 여부) 30만달러는 적정한가?(가격 평가) 160만달러에 거래된 것과 크기는 유사하지만 많이 달라 보이는데?(가치 평가) 애너와 그의 작품의 미래는?(미래 예측). 이렇게 반드시 확인할 게 부지기수인데 단 하룻만에 결정하는 건 무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까딱하다간 사기에 휘말릴 수도 있겠지요.   

Q:그렇겠군요. 그러나 일반화하기에는 너무 특수한 경우 아닌가요.

▶김:특수해 보이지만 드물지 않습니다. 미술품은 만인이 공개적으로 경쟁하는 경매에서 사서, 이익을 내고 되팔긴 어렵습니다. 은밀한 거래에 기회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위험도 공존하지요. 위험이 클수록 대가도 크고요.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인 셈입니다.

미술품의 특성과 미술시장의 메카니즘에 관해 말씀드리기 위해 이 예를 든 겁니다. 래리는 애너가 그리는 작품에 대해서 독점적인 권리를 갖는다는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미처 확보하지 못한 작품이 시장에 나오면 모두 사들입니다. 가격은 높을수록 좋겠지요. 래리의 파워를 아는 그의 고객들은 애너의 작품을 사기 위해 앞다퉈 줄을 섭니다. 래리는 자기에 대한 충성도의 순으로, 배급하듯 애너의 작품을 나눠줄 거구요. 물론 계속 가격을 올려가면서 말이죠. 누구도 그 가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합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미국 시카고 출신의 여성 작가 크리스티나 퀄스(Christina Quarles, b.1985)의 2020년 작품. 'THA NITE COULD LAST FEREVER'. 캔버스에 아크릴릭. 213.3 x 182.8 x 5cm. 초현대미술을 뜻하는 '울트라 컨템포러리' 작가군 중 퀄스는 최정상에 오르며 컬렉터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이미지=하우저 앤 워스] 2023.11.04 art29@newspim.com

이런 기회를 얻기 위해 그들은 오랫동안 래리가 권하는 작품이라면 모두 사줬습니다. 크레딧을 쌓아온 것이지요. 그들은 물론 누구나 다 알만한, 영향력 있는 최고의 유명 컬렉터들입니다.

Q:그런다고 애너의 작품가격이 계속 오르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요?

▶김:후속작업이 이어지겠지요. 가고시안은 최고의 평론가, 학자들을 동원해 애너의 작품에 대한, 그녀의 천재성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할 겁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갤러리 전시와 가격인상이 뒤따릅니다. 틈틈이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그의 작품은 기록을 경신하면서 화제를 모을 거고요. 작품을 구하기 위한 고객들의 아우성은 더 높아지고 줄은 더욱 길어질 것입니다. 주요 뮤지엄들의 전시가 격을 높여가며 이어지면서 애너의 신화가 만들어질 겁니다.

가고시안, 하우저 앤 워스, 페이스, 데이비드 즈워너 같은 세계 미술시장을 지배하는 메가 갤러리들이 천재 작가(젊거나 늙거나 혹은 죽었거나)를 발굴해서 세상에 알리는 방식이 이러합니다. 인상파 이후 미술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화상들이 반 고흐나 피카소 같은 천재를 생전에, 혹은 사후에 발견하고 세상에 알리는 과정도 그러했습니다. 국내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건 미술계 인사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요. 인상파 작가들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알린 것은 화상 뒤랑 뤼엘, 앙브루아즈 볼라르였고 피카소는 칸바일러와 로젠버그였습니다.

래리는 크리스티나 소더비 경매에서 맨 앞자리에 앉아 패들을 높이 들어 자기 작가들의 작품을 최고가에 낙찰 받음으로써 그들의 천재성을 세상에 널리 알립니다. 해당 작가나 작품을 소장한 고객들 입장에서는 래리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울까요. 미술계에서 그는 거의 신적인 존재입니다. 갤러리, 작가, 평론가, 컬렉터들의 명성과 부는 이런 과정을 거쳐 딘단히 쌓여가지요.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40세이하 작가'를 지칭하는 '울트라 컨템포러리(UC) 그룹'을 대표하는 미국의 스타작가 에버리 싱어(Avery Singer, b.1987)의 마이애미 ICA에서의 전시 전경. 싱어의 작품 중 최고가 작품은 가격이 525만달러(약 70억원)에 달한다. [이미지=하우저 앤 워스] 2023.11.04 art29@newspim.com

Q:그래도 애너의 작품가격은 작가의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 같은데요.

▶김:블루칩 작가들의 연령대가 점점 내려오고 가격은 높이 높이 치솟고 있습니다. 'Ultra-Contemporary(약칭 UC. 초현대미술,40세이하 작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UC 슈퍼스타들의 작품가격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1987년생인 애버리 싱어(Avery Singer, 여성)의 작품 한 점의 최고가는 525만달러(약 70억원), 크리스티나퀄스(Christina Quarles, 1985, 여)의 작품은 450만달러(약 60억원)에 팔렸고,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 1990,여)의 기록은 360만달러(약 48억원)입니다. 모두 메가 갤러리 소속 여성 작가들입니다. 세계적인 성 평등(gender equality)추세를 반영한 것인지, Sexism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들 중에 천재가 많은 건지, 어쨌든 여성, 성소수자들이 많습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영국 출신의 인기 작가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b.1990). 울트라 컨템포러리 작가군 중 주목받는 여성 아티스트로, 빅토리아 미로와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 소속이다. [사진=©Flora Yukhnovich. Courtesy the artist, Hauser&Wirth and Victoria Miro]. 2023.11.04 art29@newspim.com

2000년에는 40세이하 작가 중 최고가가 죽은 장-미쉘 바스키아(1960-1988)의 73만달러였다는 걸 생각하면 미술시장의 인플레이션이 정말 대단하지요. 작가 발굴과 영입을 위한 갤러리들 간의 경쟁과 유명 작가들의 갤러리간 이동도 치열합니다. 거기는 도덕, 윤리가 없습니다.

이런 신화가 전파되면서 대중들도 그림을 사서 벼락부자가 되는 꿈을 꿉니다. 그러나 이너 서클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이런 과정에 끼어든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미술시장의 진입장벽과 정보의 비대칭성은 가히 난공불락입니다.

하지만 이들 작품 가격이 영원히 올라가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너도 그렇습니다. 이너 서클의 암묵적인 합의가 깨질 수도 있습니다. 작가의 작풍이 돌연 바뀔 수도 있고, 시장의 트렌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천재들도 사실 많습니다.

Q:이건 전형적인 내부자 거래들로 보이는데, 문제가 없나요. 작품가격에도 미술계에서 보편적으로 수긍되는 상식적인 수준이라는 게 있을텐데요.

▶김:미술시장에는 다른 시장처럼 내부자 거래나 담합, 가격 조작 등 소위 불공정거래에 대해서 규제하는 법, 규정이나 감독기관이 없습니다.

래리가 애너의 어떤 작품의 가치가 '100억원이다'라고 주장한들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딜러가 작품을 팔았는데 산 사람이 후에 알아보니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가격의 10배를 받았더라. 이건 사기다' 라고 소송을 해봐야 그 딜러가 법정에서 '그 작품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두고 봐라 앞으로 틀림없이 그렇게 될 거다'라고 주장하면 그만입니다. 판례도 그렇습니다. (대담은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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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 135억 JLPGA 통산 상금 1위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올해로 프로 20년째를 맞이한 '골프 지존' 신지애(37)가 일본 여자 프로골프(JLPGA) 통산 상금왕이라는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신지애는 9일(한국시간) 일본 오키나와현 류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JLPGA 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골프토너먼트(총상금 1억2000만엔)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공동 준우승 상금 872만엔을 받은 신지애는 13억8074만3405엔(135억3708만원)을 쌓아 후도 유리(13억7262만382엔·일본)를 제치고 JLPGA투어 통산 상금왕에 올랐다. 이날 JLPGA 투어 300번째 출전 경기에 나선 신지애는 한때 공동 선두에 나서 개인 통산 66번째 우승과 JLPGA 투어 통산 31번째 우승을 바라보기도 했다. 후도가 총 495개 JLPGA 투어에서 거둔 통산 상금을 신지애는 300번째 경기에서 뛰어넘었다. 오는 10월 만 49세가 되는 후도는 JLPGA 투어에서 50승을 거둬 영구 시드를 지녀 대회 출전은 계속하고 있지만 컷 통과조차 버거워 그동안 상금을 거의 보태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후도는 공동 83위로 컷을 통과하지 못해 신지애는 2라운드 컷 통과 뒤 이미 통산 상금왕을 예약했었다. 신지애. [사진 = JLPGA] 지난해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려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원정에 많이 출전한 신지애는 올해는 그동안 숙원이던 JLPGA 투어 상금왕을 노리고 JLPGA 투어에 전념할 계획이라서 JLPGA 투어 통상 상금 1위는 당분간 독주할 전망이다. JLPGA 투어 통산 상금 3위는 586경기에서 13억1983만엔을 쌓은 전미정, 4위는 610경기에서 12억5661만엔을 벌어들인 이지희, 5위는 255개 대회에 11억엔을 번 안선주다. 이들은 최근 거의 대회에 나서지 않는다. 이날 우승컵은 쌍둥이 골프 자매 중 동생인 이와이 치사토가 차지했다. 지난달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와이는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2년 연속 우승했다. 쌍둥이 언니 이와이 아키에는 공동 7위(3언더파 285타)에 올랐다. 신지애는 타고난 재능에 부단한 노력과 뜨거운 열정을 더해 슬럼프 없이 20년 넘게 세계 여자 골프계를 주름잡고 있다. 2006년 KLPGA투어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0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해 활약했고, 2014년 JLPGA투어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신지애. [사진 = LPGA]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1승,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 6승, JLPGA 투어 30승, KLPGA 투어 21승, 호주여자프로골프 5승을 거뒀고 레이디스 아시안 투어에서도 한 차례 정상에 올랐다. 이를 더하면 74승이 되지만 공동 주관 대회가 있기 때문에 통산 우승 횟수는 65승이다. 한국 남녀 골퍼를 통틀어 프로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이다. 37세의 나이에 신지애가 리빙 레전드로 활약하는 원동력은 강한 멘털과 집중력이다. 지난해 메이저대회 AIG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하며 건재를 과시했고 생애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큰 파리 올림픽에 도전하기도 했다. 신지애는 올해도 일본뿐 아니라 호주, 대만에서 정상급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psoq1337@newspim.com 2025-03-0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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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딥시크" 中 마누스 성능 알고보니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 벤처기업이 지난 5일 공개한 '마누스(Manus)'라는 이름의 AI 모델에 중국 IT 업계가 "제2의 딥시크(DeepSeek)가 나타났다"며 술렁이고 있다. 중국 관영 경제지인 중신징웨이(中新經緯)는 "6일 새벽 중국 IT 전문가들은 마누스의 충격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라며 "이는 딥시크 충격 당시의 현상과 유사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AI 게시판은 모두 마누스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마누스가 중국 AI 업계에 충격을 주면서 6일 중국 증시 AI 섹터에 상한가 종목들이 속출했다"라고도 평가했다. 마누스를 개발한 업체는 '후뎨샤오잉(蝴蝶效應)'이라는 이름의 벤처기업이다. 후뎨샤오잉은 '나비효과'라는 뜻이다. 후뎨샤오잉은 지난 5일 마누스 테스트 버전을 공개했다. 사용을 원하는 사람은 테스트 신청을 할 수 있으며, 회사는 테스트 코드를 부여하고 있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6일 마누스의 서버는 다운됐고, 테스트 코드 부여를 중단했다. 한때 테스트 코드는 7000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이에 6일 저녁 후뎨샤오잉은 성명을 발표했다. 회사는 "이처럼 많은 관심이 쏟아질 줄 몰랐고, 우리의 서버 용량은 확실히 한계가 있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사용자가 마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또한 "현재 마누스는 갓난아이 상태로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라며 "우리가 마누스 정식 버전에서 구현하고 싶은 경험과는 차이가 크다"라고 밝혔다. 마누스는 챗GPT, 딥시크와 달리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 혹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마누스는 이력서 심사, 부동산 연구, 주식 분석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회사 측은 "GAIA 벤치마크라는 AGI(범용 인공지능) 성능 평가에서 오픈AI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라며 "마누스는 생각과 행동을 연결하는 AI"라고 설명했다. 후뎨샤오잉의 수석 엔지니어인 지이차오(季逸超)는 애플의 생태계 혁신 대회에서 '맥월드 특등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 기업의 핵심 인원들은 텐센트와 바이트댄스의 엔지니어 출신들이다. 마누스를 개발한 벤처기업 후뎨샤오잉의 수석 엔지니어인 지이차오. [사진=후뎨샤오잉] ys1744@newspim.com 2025-03-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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