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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담]미술시장전문가 김순응 "조각투자,내 딸에겐 안 권한다"

기사입력 : 2023년11월04일 22:34

최종수정 : 2023년11월07일 16:33

솔깃한 조각투자 문구에 개미들 '호갱'될 우려높아
미술품 가치산정과 미래예측,구호처럼 쉽지않고
이너서클 아니면 투자성높은 '블루칩'확보 어려워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지난 1년간 중단되었던 미술품 조각투자(분할구매)가 조만간 재개될 전망입니다. 금융위원회가 한 조각투자 업체가 낸 증권신고서를 심의 중이며, 곧 결론을 내린다고 합니다. 여타업체들도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 제출을 준비하는 등 제도권 진입을 위해 분주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미술시장 전문가인 김순응 씨(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가 뉴스핌에 긴급대담을 제안했습니다. 하나은행 자금본부장 출신으로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아트투자 어드바이저로 전문컨성팅과 기고및 강연을 하고 있는 김순응 대표는 조각투자의 위험성을 강도높게 경고합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미술시장 전문가 김순응 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 하나은행 자금본부장 출신으로, 국내 양대 미술품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대표를 역임한 김 대표는 미술품 조각투자가 내포한 여러 위험성을 경고하며, 자칫 무모한 투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미지제공=김순응] 2023.11.04 art29@newspim.com

김 대표는 미술품 조각투자를 '불가능에의 도전'이라며 비판합니다. 업체들이 선전하는 것처럼 미술품의 가치산정과 미래예측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는 우리 미술시장에 애정이 많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누구보다 원하지만, 조각투자는 '투자할만한 우수한 블루칩 확보'가 최대 관건임에도 업체의 홍보문구처럼 이 문제가 결코 쉽지 않다고 역설합니다. 또한 정확하고 공정한 작품값 산정과 되팔아 수익을 내는 것 역시 간단치 않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로부터 미술품 조각투자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듣고자 대담을 가졌습니다. 일부 논쟁적 요소도 있곘지만 전문가의 심도있는 진단은 조각투자를 고려하는 이들이라면 경청해볼만 합니다. 김 대표와 가진 긴급 인터뷰를 상·하 2회로 나눠 소개합니다.

Q;최근 한 연구소는 '2030년이면 조각투자(미술품, 와인, 명품 등 모든 투자가능한 자산을 기초로 한) 시장이 36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고가 자산의 대명사인 미술시장에서는 여러 업체들이 등장해 "만원 단위의 소액으로 피카소같은 작품에 투자해 억만장자들에게나 가능했던 수익률을 누릴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양대 미술품경매사인 서울옥션, 케이옥션이 자회사 혹은 지분투자의 형태로 가담하고 증권·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그들과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인가요?

▶김순응 대표(이하 김):최근 몇년간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 큰 화제를 뿌리며 각광받던 미술품 조각투자가 1년여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건전 발전을 위해 금융당국이 여러가지 법적, 제도적 요건들을 챙기자 예기치 못한(당연히 예상해야 했어야 했지만) 문제들에 부딪쳐 주춤거리는 모습입니다.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맨 먼저 제출했던 한 회사는 대주주인 경매회사와의 미술품 가치평가에 대한 이해상충이 문제가 되어 스스로 철회했습니다. 여타 업체들은 이 일정을 연기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한 업체는 일본의 인기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페인팅을 앞세워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계약증권 1호'로 선정받기 위해 막바지 관문에 서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여기저기서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만만치 않은 장애물에 부딪칠 것으로 우려합니다.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짚어보아야 합니다. 어떤 자산을 투자대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그 자산의 적정 가치를 객관적으로 계산해내고 미래가치도 설득력 있게 예측해야함은 물론, 투자에 따르는 만일의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런 것들을 담보하여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지속, 건강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갖춰져야겠지요. 이런 과정에 선행돼야 하는 것은 미술품의 특성과 미술시장의 작동방식에 대한 고찰입니다.

Q:그건 주식, 부동산, 금리, 환율, 금, 석유, 곡물 등 금융이건 실물이건 모든 투자대상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과정이 아닌가요. 현대의 발달된 통계학, 경제이론, 컴퓨터 기술로 미술품 가치를 분석, 예측하는 것은 특별히 어려울 게 없어 보이는데요.

▶김:그렇지요. 이를테면 우리가 특정회사의 주가(종속변수)를 평가할 때 그 회사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독립변수들을 감안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그 회사가 속해있는 산업의 전망, 경쟁 관계, 그 회사 제품의 경쟁력, 오너의 경영능력, 사업철학, 금리, 물가, 성장률 등 국내외 거시경제 전망,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정치적 리스크 등 무수히 많은 정성, 정량적 독립변수들을 넣고 슈퍼컴퓨터를 돌려서 주식 가치와 미래 전망을 예측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예측하는 방법도 성공확률도 다르겠지요.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국내의 한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가 조각투자 대상작품으로 선정했던 미국 작가 스탠리 휘트니의 페인팅 'Stay Song 61'. 가격산정 과정이 문제가 돼 이 작품은 일단 철회됐다. 2023.11.04 art29@newspim.com

Q:미술품에 대해서도 똑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김:이론상으론 그렇지만 미술품이라는 투자 상품의 특성(본질),그리고 미술시장의 독특한 구조와 작동 방식 때문에 현실적으론 어렵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술품에는 본질가치, 내재가치, 수익가치, 효용가치가 없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다면, 없는 겁니다.

오랜 미술시장 역사를 가진 서양에서 무수히 많은 학자들이 미술품의 가치를 계량화하려고 오랜 세월 온갖 방법으로 연구했지만 결론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없다"였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더욱 더 불가능하다"입니다. 미술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인간의 정서(욕망, 변덕, 허영, 어리석음이라고 읽어도 무방함)인데, 이걸 계량화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Q:그건 그렇다 쳐도, 그간 거래된 데이터나 수요와 공급 등에 관한 수치 등 소위 빅 데이터로 추정이 가능하지는 않을까요?

▶김:주먹구구식으론 추측해볼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미술품 거래는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분석에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만큼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거래량과 가격이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자(내부자)들의 거래에 의해 이뤄집니다. 이런 인위적인 데이터로 현상을 분석하거나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넌 센스지요. 필연적으로 오류를 내포합니다.

뿐만 아니라 미술품은 한 작가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다릅니다. 크기, 제작년도, 완성도, 보존상태, 도상, 거래 당시의 여건 등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가격(가치)이 크게 달라집니다. 팔리는 시간, 장소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소더비에서 팔린 작품이 만약 크리스티에서 팔렸다면? 뉴욕에서 판 작품을 런던에서 판다면? 오늘 판 작품을 내일 판다면? 모두 다른 가격을 기록했을 겁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세계 미술계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캐나다 출신의 미국 작가 애너 웨이안트(Anna Weyant b.1995). 데뷔초 LA의 대형 화랑 블룸앤포 소속이었다가 근래 가고시안으로 옮기며 더욱 승승장구 중이다. [사진= ] 2023.11.04 art29@newspim.com

Q:그런가요? 미술시장 관계자가 아닌 저한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한가지 사례를 들어드리지요. 지난 프리즈서울에 가고시안이라는 세계적인 갤러리(소위 Big4 중의 하나)에서 애너 웨이안트(Anna Weyant, 28세)라는 여성작가의 작품을 걸었습니다. A4용지 크기의 연필 드로잉으로 구석에 걸려 있어서 잘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

애너는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 78세)이라는 세계 최고 갤러리스트의 여자친구이자 최근 가고시안갤러리에 전속이 된 미녀 작가입니다. 가고시안은 뉴욕에만 6개, 전 세계에 16개의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글로벌 아트마켓을 쥐락펴락하는 최강의 아트딜러이자 '가고시안 왕국'의 오너인 래리 가고시안. 올해 78세. 전세계에서 16개 화랑을 운영하며 각국의 내로라 하는 컬렉터들이 수집하길 열망하는 최고의 블루칩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2023.11.04 art29@newspim.com

캐나다 태생의 애너는 대학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Rhode Island School of Design)'를 졸업했습니다. RISD에 간 것은 자기를 받아준, 뉴욕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2017년 대학졸업 이듬해에 그는 뉴욕으로 진출합니다. 그가 처음 작품을 판 것은 그해 '아트 햄튼'(Art Hamptons) 아트페어 장이 열리는 길거리에서였습니다. 400달러였지요. 그리곤 당시 작품판매를 도와준 '56 Henry'라는 갤러리에서 처음 연 개인전에서 작품은 솔드아웃(Sold-out)됩니다. 가격은 2000~12000달러로 올렸습니다. 이 때 래리가 처음 'Head'라는 애너의 작품을 샀습니다.

애너는 2021년에 '블럼 앤 포(Blum & Poe)'라는 LA의 대형 화랑에 전속하게 됩니다. 작품가격은 5만달러까지 올랐지요. 래리는 여기 전시에서 애너를 만나 그의 베버리힐즈(Beverly Hills)저택으로 초대, 래리가 좋아하는 진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합니다(진은 애너가 먼저 청해서 래리를 깜짝 놀래켰다고 합니다). 이후 바로 파리 등지에서 공개적인 데이트를 시작하지요. 둘이 래리의 자가용 제트기나 헬기를 타고내리고, 손을 잡고 다니는 장면이 미디어를 장식하기 시작합니다. 

래리는 그간 만나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그는 처자는 없음), 블럼 앤 포의 팀 블럼(Tim Blum)과 애너는 불편한 관계가 되지요. 구체적인 사연은 둘 다 함구합니다. 참고로 블럼 앤 포를 같이 창업했던 제프 포(Jeff Poe)는 지난 8월 화랑을 떠나, 현재는 블룸갤러리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1994년에 LA에서 출발한 블럼 앤 포는 뉴욕, 파리, 도쿄 등 5개 지점을 거느린 블루칩 갤러리입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지난해 5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추정가 15만~20만달러에 나왔으나 열띤 경합 끝에 높은 추정가의 8배에 달하는 160만달러에 팔린 애너 웨이안트의 유화 '추락하는 여자(Falling Woman)' 2020. 121.9 x 91.4cm. 이 화제의 작품으로 애너는 완전히 스타덤에 올랐다. [사진=소더비]. 2023.11.04 art29@newspim.com

팀은 그가 2020년에 1만5000달러에 산 애너의 작품 '추락하는 여자(Falling Woman)'를 소더비경매에 던지고 이 작품은 160만달러에 낙찰됩니다. 5년 전에 400달러에 팔리던 애너의 작품이 순식간에 160만달러가 되었지요. 물론 래리의 힘입니다. 래리는 "애너를 커다란 나쁜 늑대들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말했습니다(just trying to protect her from the big bad wolves). 언론에서는 이 일을 '미술계의 성과 권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Window into Art World Sexism and Power)'이라고 합니다.

Q:미술계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지요.

▶김:이 스캔들은 미술작품과 미술시장에 대해 많은 것들을 시사합니다. 우리나라의 한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대표가 잘 알고 있는 어떤 미국 딜러로부터 '애너의 작품을 사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고 가정해 볼까요. "당신이 좋은 작품을 구해달라는 부탁도 있고 해서 특별히 먼저 기회를 주지만 살 사람들이 줄서 있으니 24 시간 내에 결정해야 한다. 가격은 30만달러. 그리고 이 작품은 애너가 급전이 필요해서 팔았던 것이고, 세상에 알려지면 여러 사람이 곤란해지니 당분간은 극비로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조각투자 업체는 구입을 결정하기 위해 다음의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이 작품이 진품일까?(진위 여부) 30만달러는 적정한가?(가격 평가) 160만달러에 거래된 것과 크기는 유사하지만 많이 달라 보이는데?(가치 평가) 애너와 그의 작품의 미래는?(미래 예측). 이렇게 반드시 확인할 게 부지기수인데 단 하룻만에 결정하는 건 무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까딱하다간 사기에 휘말릴 수도 있겠지요.   

Q:그렇겠군요. 그러나 일반화하기에는 너무 특수한 경우 아닌가요.

▶김:특수해 보이지만 드물지 않습니다. 미술품은 만인이 공개적으로 경쟁하는 경매에서 사서, 이익을 내고 되팔긴 어렵습니다. 은밀한 거래에 기회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위험도 공존하지요. 위험이 클수록 대가도 크고요.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인 셈입니다.

미술품의 특성과 미술시장의 메카니즘에 관해 말씀드리기 위해 이 예를 든 겁니다. 래리는 애너가 그리는 작품에 대해서 독점적인 권리를 갖는다는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미처 확보하지 못한 작품이 시장에 나오면 모두 사들입니다. 가격은 높을수록 좋겠지요. 래리의 파워를 아는 그의 고객들은 애너의 작품을 사기 위해 앞다퉈 줄을 섭니다. 래리는 자기에 대한 충성도의 순으로, 배급하듯 애너의 작품을 나눠줄 거구요. 물론 계속 가격을 올려가면서 말이죠. 누구도 그 가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합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미국 시카고 출신의 여성 작가 크리스티나 퀄스(Christina Quarles, b.1985)의 2020년 작품. 'THA NITE COULD LAST FEREVER'. 캔버스에 아크릴릭. 213.3 x 182.8 x 5cm. 초현대미술을 뜻하는 '울트라 컨템포러리' 작가군 중 퀄스는 최정상에 오르며 컬렉터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이미지=하우저 앤 워스] 2023.11.04 art29@newspim.com

이런 기회를 얻기 위해 그들은 오랫동안 래리가 권하는 작품이라면 모두 사줬습니다. 크레딧을 쌓아온 것이지요. 그들은 물론 누구나 다 알만한, 영향력 있는 최고의 유명 컬렉터들입니다.

Q:그런다고 애너의 작품가격이 계속 오르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요?

▶김:후속작업이 이어지겠지요. 가고시안은 최고의 평론가, 학자들을 동원해 애너의 작품에 대한, 그녀의 천재성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할 겁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갤러리 전시와 가격인상이 뒤따릅니다. 틈틈이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그의 작품은 기록을 경신하면서 화제를 모을 거고요. 작품을 구하기 위한 고객들의 아우성은 더 높아지고 줄은 더욱 길어질 것입니다. 주요 뮤지엄들의 전시가 격을 높여가며 이어지면서 애너의 신화가 만들어질 겁니다.

가고시안, 하우저 앤 워스, 페이스, 데이비드 즈워너 같은 세계 미술시장을 지배하는 메가 갤러리들이 천재 작가(젊거나 늙거나 혹은 죽었거나)를 발굴해서 세상에 알리는 방식이 이러합니다. 인상파 이후 미술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화상들이 반 고흐나 피카소 같은 천재를 생전에, 혹은 사후에 발견하고 세상에 알리는 과정도 그러했습니다. 국내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건 미술계 인사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요. 인상파 작가들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알린 것은 화상 뒤랑 뤼엘, 앙브루아즈 볼라르였고 피카소는 칸바일러와 로젠버그였습니다.

래리는 크리스티나 소더비 경매에서 맨 앞자리에 앉아 패들을 높이 들어 자기 작가들의 작품을 최고가에 낙찰 받음으로써 그들의 천재성을 세상에 널리 알립니다. 해당 작가나 작품을 소장한 고객들 입장에서는 래리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울까요. 미술계에서 그는 거의 신적인 존재입니다. 갤러리, 작가, 평론가, 컬렉터들의 명성과 부는 이런 과정을 거쳐 딘단히 쌓여가지요.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40세이하 작가'를 지칭하는 '울트라 컨템포러리(UC) 그룹'을 대표하는 미국의 스타작가 에버리 싱어(Avery Singer, b.1987)의 마이애미 ICA에서의 전시 전경. 싱어의 작품 중 최고가 작품은 가격이 525만달러(약 70억원)에 달한다. [이미지=하우저 앤 워스] 2023.11.04 art29@newspim.com

Q:그래도 애너의 작품가격은 작가의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 같은데요.

▶김:블루칩 작가들의 연령대가 점점 내려오고 가격은 높이 높이 치솟고 있습니다. 'Ultra-Contemporary(약칭 UC. 초현대미술,40세이하 작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UC 슈퍼스타들의 작품가격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1987년생인 애버리 싱어(Avery Singer, 여성)의 작품 한 점의 최고가는 525만달러(약 70억원), 크리스티나퀄스(Christina Quarles, 1985, 여)의 작품은 450만달러(약 60억원)에 팔렸고,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 1990,여)의 기록은 360만달러(약 48억원)입니다. 모두 메가 갤러리 소속 여성 작가들입니다. 세계적인 성 평등(gender equality)추세를 반영한 것인지, Sexism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들 중에 천재가 많은 건지, 어쨌든 여성, 성소수자들이 많습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영국 출신의 인기 작가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b.1990). 울트라 컨템포러리 작가군 중 주목받는 여성 아티스트로, 빅토리아 미로와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 소속이다. [사진=©Flora Yukhnovich. Courtesy the artist, Hauser&Wirth and Victoria Miro]. 2023.11.04 art29@newspim.com

2000년에는 40세이하 작가 중 최고가가 죽은 장-미쉘 바스키아(1960-1988)의 73만달러였다는 걸 생각하면 미술시장의 인플레이션이 정말 대단하지요. 작가 발굴과 영입을 위한 갤러리들 간의 경쟁과 유명 작가들의 갤러리간 이동도 치열합니다. 거기는 도덕, 윤리가 없습니다.

이런 신화가 전파되면서 대중들도 그림을 사서 벼락부자가 되는 꿈을 꿉니다. 그러나 이너 서클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이런 과정에 끼어든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미술시장의 진입장벽과 정보의 비대칭성은 가히 난공불락입니다.

하지만 이들 작품 가격이 영원히 올라가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너도 그렇습니다. 이너 서클의 암묵적인 합의가 깨질 수도 있습니다. 작가의 작풍이 돌연 바뀔 수도 있고, 시장의 트렌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천재들도 사실 많습니다.

Q:이건 전형적인 내부자 거래들로 보이는데, 문제가 없나요. 작품가격에도 미술계에서 보편적으로 수긍되는 상식적인 수준이라는 게 있을텐데요.

▶김:미술시장에는 다른 시장처럼 내부자 거래나 담합, 가격 조작 등 소위 불공정거래에 대해서 규제하는 법, 규정이나 감독기관이 없습니다.

래리가 애너의 어떤 작품의 가치가 '100억원이다'라고 주장한들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딜러가 작품을 팔았는데 산 사람이 후에 알아보니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가격의 10배를 받았더라. 이건 사기다' 라고 소송을 해봐야 그 딜러가 법정에서 '그 작품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두고 봐라 앞으로 틀림없이 그렇게 될 거다'라고 주장하면 그만입니다. 판례도 그렇습니다. (대담은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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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 고양·과천도 30일부터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11월 30일 첫 차부터 고양시와 과천시까지 서비스를 확장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서울~고양~과천을 오가는 시민들도 월 5만~6만원대로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출발한 기후동행카드는 3월 30일 김포골드라인, 8월 10일 진접선·별내선까지 확대됐다. 서울 공동생활권인 인구 100만의 대규모 도시 고양시와 지리적으로 서울시와 경기남부의 길목에 위치한 과천시까지 연결됨에 따라 수도권으로 본격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서울 외 지역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도시철도 구간 [이미지=서울시] 서울시와 고양시, 과천시는 지난해 2~3월 기후동행카드 참여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11월 30일 고양시(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 과천시(4호선)의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확정지었다. 관계기관들과 함께 시스템 개발·최종 점검을 완료했다. 이번 확대로 3호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서울시 송파구 오금역까지 모든 역사(44개)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경의중앙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역에서 구리시 구리역까지 34개 역사, 서해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역에서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7개 역사, 4호선은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사까지 34개 역사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재 기후동행카드 서비스 범위에 이미 고양시를 경유하는 서울 시내버스 28개 노선과 과천시를 경유하는 6개 노선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서울과 고양·과천을 통근·통학하는 약 17만 시민의 이동 편의가 더욱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용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과천·고양 등 시민들도 기후동행카드의 다양한 문화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과천시 4호선 확대로 대공원역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방문 시 서울대공원 50% 할인 등 혜택을 참고하면 된다.  기후동행카드는 올해 1월 23일 서비스 시작 이후 70일 만에 100만 장이 팔리는 등 시범사업 단계부터 큰 호응이 확인된 바 있다. 7월부터 본사업에 들어가면서 청년할인권·관광객을 위한 단기권 등 다양한 혜택이 더해졌다. 평일 최대 이용자가 65만명이 넘어가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양·과천 지하철 적용을 시작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시스템 개발 검토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확장을 위한 타 경기도 지자체와의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고 시는 덧붙였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려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에서 '모바일티머니'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충전하면 된다. 실물카드는 서울교통공사 1~8호선 고객안전실, 지하철 인근 편의점 등에서 구매한 후 서울교통공사 1~8호선, 9호선, 신림선·우이신설선 역사 내 충전기에서 권종을 선택·충전 후 사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고양시, 과천시 확대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고양시(031-909-9000), 과천시(02-3677-2285),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김포·남양주·구리에 이어 고양·과천 확대로 경기도 동서남북 주요 시군까지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대중교통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통비 절감·생활 편의·친환경 동참 등 일상 혁명을 수도권 시민들까지 누릴 수 있도록 수도권 지역 서비스 확대·편의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h99@newspim.com 2024-11-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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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시흥R&D캠퍼스 첫 방문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공식 출범한 한화오션 사업장을 처음 찾았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20일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R&D캠퍼스'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김승연 회장(가운데)이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오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현장을 둘러본 김 회장은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해양 탈탄소 시대를 선도할 그린십(Green Ship) 기술과 방산 기술 혁신으로 조선·해양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손영창 한화오션 제품전략기술원장도 참석했다.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의 상업용 세계 최대 공동수조를 방문해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사진=한화그룹]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는 상업용 세계 최대 규모의 공동수조와 예인수조, 국내 유일의 음향수조 등 첨단 시험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선·해양·방산 분야 친환경 초격차 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핵심 연구 거점이다. 기술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김승연 회장이 시흥R&D캠퍼스를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김승연 회장은 먼저 공동수조(Cavitation Tunnel)를 방문해 연구진의 시연을 지켜봤다. 상업용 세계 최대 규모의 한화오션 공동수조는 길이 62m, 높이 21m의 대형 터널로, 최대 출력 4.5MW 모터와 3600톤의 물을 통해 최대 15m/s의 유속을 형성할 수 있다. 특히, 선박의 추진력을 높이고 수중 방사 소음을 줄이는 연구 성과는 함정의 은밀성과 생존성을 강화하는 방산 기술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예인수조를 방문한 김 회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수조 내 모형선을 끄는 예인전차에 탑승해 고품질 선박 성능 시험을 참관했다. 한화오션의 예인수조는 길이 300m·폭 16m, 담수량 3만3,600톤으로 세계 최대 규모 최신 시설을 자랑한다. 상선, 함정 등 다양한 선박의 저항, 운동, 조종 성능 등에 맞춤식으로 시험할 수 있다. 김승연 회장이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 예인수조를 둘러본 후 임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김 회장은 이 날 임직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여러분은 한화그룹의 자산이자 대한민국 산업의 자산"이라며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격에 기여한다는 뜨거운 사명감을 갖고 연구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더 밝게 빛날 한화의 미래에 조선해양 부문이 가장 앞에 서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한화 가족 모두는 우리 그룹의 일원으로서 함께 나아갈 한화오션의 미래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여러분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기술 역량으로 새 시대를 선도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승연 회장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동일한 형상으로 축소된 프로펠러 모형을 제작하여 다양한 성능을 예측·평가하는 모형제작워크샵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이곳에서 김승연 회장은 한화오션이 수출형 모델로 독자 개발한 2000톤급 잠수함 모형에 'K잠수함 수출로 글로벌 No.1 도약을 기원합니다'라고 적고 친필 서명하며 해외 수출 성공을 기원했다. 한화오션의 2000톤급 잠수함은 현존하는 디젤 잠수함 중 최고로 평가 받는 장보고-III 플랫폼에 기반해 자체 개발한 중형급 잠수함으로 최신 기술과 다양한 요구사항을 적용한 모델이다. 김승연 회장은 직원 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오찬도 함께 했다.  김승연 회장이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를 방문해 임직원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김 회장은 이 날 한화오션 임직원들에게 "한화는 여러분들이 마음껏 연구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든든한 방파제가 될 것"이라며 굳건한 신뢰의 뜻을 전했다. 한화오션은 시흥R&D캠퍼스의 첨단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해양 솔루션을 개발하고 미래 해양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aykim@newspim.com 2024-11-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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