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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담]미술시장전문가 김순응 "조각투자,내 딸에겐 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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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깃한 조각투자 문구에 개미들 '호갱'될 우려높아
미술품 가치산정과 미래예측,구호처럼 쉽지않고
이너서클 아니면 투자성높은 '블루칩'확보 어려워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지난 1년간 중단되었던 미술품 조각투자(분할구매)가 조만간 재개될 전망입니다. 금융위원회가 한 조각투자 업체가 낸 증권신고서를 심의 중이며, 곧 결론을 내린다고 합니다. 여타업체들도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 제출을 준비하는 등 제도권 진입을 위해 분주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미술시장 전문가인 김순응 씨(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가 뉴스핌에 긴급대담을 제안했습니다. 하나은행 자금본부장 출신으로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아트투자 어드바이저로 전문컨성팅과 기고및 강연을 하고 있는 김순응 대표는 조각투자의 위험성을 강도높게 경고합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미술시장 전문가 김순응 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 하나은행 자금본부장 출신으로, 국내 양대 미술품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대표를 역임한 김 대표는 미술품 조각투자가 내포한 여러 위험성을 경고하며, 자칫 무모한 투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미지제공=김순응] 2023.11.04 art29@newspim.com

김 대표는 미술품 조각투자를 '불가능에의 도전'이라며 비판합니다. 업체들이 선전하는 것처럼 미술품의 가치산정과 미래예측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는 우리 미술시장에 애정이 많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누구보다 원하지만, 조각투자는 '투자할만한 우수한 블루칩 확보'가 최대 관건임에도 업체의 홍보문구처럼 이 문제가 결코 쉽지 않다고 역설합니다. 또한 정확하고 공정한 작품값 산정과 되팔아 수익을 내는 것 역시 간단치 않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로부터 미술품 조각투자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듣고자 대담을 가졌습니다. 일부 논쟁적 요소도 있곘지만 전문가의 심도있는 진단은 조각투자를 고려하는 이들이라면 경청해볼만 합니다. 김 대표와 가진 긴급 인터뷰를 상·하 2회로 나눠 소개합니다.

Q;최근 한 연구소는 '2030년이면 조각투자(미술품, 와인, 명품 등 모든 투자가능한 자산을 기초로 한) 시장이 36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고가 자산의 대명사인 미술시장에서는 여러 업체들이 등장해 "만원 단위의 소액으로 피카소같은 작품에 투자해 억만장자들에게나 가능했던 수익률을 누릴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양대 미술품경매사인 서울옥션, 케이옥션이 자회사 혹은 지분투자의 형태로 가담하고 증권·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그들과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인가요?

▶김순응 대표(이하 김):최근 몇년간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 큰 화제를 뿌리며 각광받던 미술품 조각투자가 1년여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건전 발전을 위해 금융당국이 여러가지 법적, 제도적 요건들을 챙기자 예기치 못한(당연히 예상해야 했어야 했지만) 문제들에 부딪쳐 주춤거리는 모습입니다.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맨 먼저 제출했던 한 회사는 대주주인 경매회사와의 미술품 가치평가에 대한 이해상충이 문제가 되어 스스로 철회했습니다. 여타 업체들은 이 일정을 연기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한 업체는 일본의 인기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페인팅을 앞세워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계약증권 1호'로 선정받기 위해 막바지 관문에 서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여기저기서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만만치 않은 장애물에 부딪칠 것으로 우려합니다.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짚어보아야 합니다. 어떤 자산을 투자대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그 자산의 적정 가치를 객관적으로 계산해내고 미래가치도 설득력 있게 예측해야함은 물론, 투자에 따르는 만일의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런 것들을 담보하여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지속, 건강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갖춰져야겠지요. 이런 과정에 선행돼야 하는 것은 미술품의 특성과 미술시장의 작동방식에 대한 고찰입니다.

Q:그건 주식, 부동산, 금리, 환율, 금, 석유, 곡물 등 금융이건 실물이건 모든 투자대상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과정이 아닌가요. 현대의 발달된 통계학, 경제이론, 컴퓨터 기술로 미술품 가치를 분석, 예측하는 것은 특별히 어려울 게 없어 보이는데요.

▶김:그렇지요. 이를테면 우리가 특정회사의 주가(종속변수)를 평가할 때 그 회사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독립변수들을 감안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그 회사가 속해있는 산업의 전망, 경쟁 관계, 그 회사 제품의 경쟁력, 오너의 경영능력, 사업철학, 금리, 물가, 성장률 등 국내외 거시경제 전망,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정치적 리스크 등 무수히 많은 정성, 정량적 독립변수들을 넣고 슈퍼컴퓨터를 돌려서 주식 가치와 미래 전망을 예측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예측하는 방법도 성공확률도 다르겠지요.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국내의 한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가 조각투자 대상작품으로 선정했던 미국 작가 스탠리 휘트니의 페인팅 'Stay Song 61'. 가격산정 과정이 문제가 돼 이 작품은 일단 철회됐다. 2023.11.04 art29@newspim.com

Q:미술품에 대해서도 똑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김:이론상으론 그렇지만 미술품이라는 투자 상품의 특성(본질),그리고 미술시장의 독특한 구조와 작동 방식 때문에 현실적으론 어렵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술품에는 본질가치, 내재가치, 수익가치, 효용가치가 없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다면, 없는 겁니다.

오랜 미술시장 역사를 가진 서양에서 무수히 많은 학자들이 미술품의 가치를 계량화하려고 오랜 세월 온갖 방법으로 연구했지만 결론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없다"였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더욱 더 불가능하다"입니다. 미술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인간의 정서(욕망, 변덕, 허영, 어리석음이라고 읽어도 무방함)인데, 이걸 계량화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Q:그건 그렇다 쳐도, 그간 거래된 데이터나 수요와 공급 등에 관한 수치 등 소위 빅 데이터로 추정이 가능하지는 않을까요?

▶김:주먹구구식으론 추측해볼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미술품 거래는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분석에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만큼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거래량과 가격이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자(내부자)들의 거래에 의해 이뤄집니다. 이런 인위적인 데이터로 현상을 분석하거나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넌 센스지요. 필연적으로 오류를 내포합니다.

뿐만 아니라 미술품은 한 작가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다릅니다. 크기, 제작년도, 완성도, 보존상태, 도상, 거래 당시의 여건 등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가격(가치)이 크게 달라집니다. 팔리는 시간, 장소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소더비에서 팔린 작품이 만약 크리스티에서 팔렸다면? 뉴욕에서 판 작품을 런던에서 판다면? 오늘 판 작품을 내일 판다면? 모두 다른 가격을 기록했을 겁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세계 미술계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캐나다 출신의 미국 작가 애너 웨이안트(Anna Weyant b.1995). 데뷔초 LA의 대형 화랑 블룸앤포 소속이었다가 근래 가고시안으로 옮기며 더욱 승승장구 중이다. [사진= ] 2023.11.04 art29@newspim.com

Q:그런가요? 미술시장 관계자가 아닌 저한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한가지 사례를 들어드리지요. 지난 프리즈서울에 가고시안이라는 세계적인 갤러리(소위 Big4 중의 하나)에서 애너 웨이안트(Anna Weyant, 28세)라는 여성작가의 작품을 걸었습니다. A4용지 크기의 연필 드로잉으로 구석에 걸려 있어서 잘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

애너는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 78세)이라는 세계 최고 갤러리스트의 여자친구이자 최근 가고시안갤러리에 전속이 된 미녀 작가입니다. 가고시안은 뉴욕에만 6개, 전 세계에 16개의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글로벌 아트마켓을 쥐락펴락하는 최강의 아트딜러이자 '가고시안 왕국'의 오너인 래리 가고시안. 올해 78세. 전세계에서 16개 화랑을 운영하며 각국의 내로라 하는 컬렉터들이 수집하길 열망하는 최고의 블루칩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2023.11.04 art29@newspim.com

캐나다 태생의 애너는 대학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Rhode Island School of Design)'를 졸업했습니다. RISD에 간 것은 자기를 받아준, 뉴욕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2017년 대학졸업 이듬해에 그는 뉴욕으로 진출합니다. 그가 처음 작품을 판 것은 그해 '아트 햄튼'(Art Hamptons) 아트페어 장이 열리는 길거리에서였습니다. 400달러였지요. 그리곤 당시 작품판매를 도와준 '56 Henry'라는 갤러리에서 처음 연 개인전에서 작품은 솔드아웃(Sold-out)됩니다. 가격은 2000~12000달러로 올렸습니다. 이 때 래리가 처음 'Head'라는 애너의 작품을 샀습니다.

애너는 2021년에 '블럼 앤 포(Blum & Poe)'라는 LA의 대형 화랑에 전속하게 됩니다. 작품가격은 5만달러까지 올랐지요. 래리는 여기 전시에서 애너를 만나 그의 베버리힐즈(Beverly Hills)저택으로 초대, 래리가 좋아하는 진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합니다(진은 애너가 먼저 청해서 래리를 깜짝 놀래켰다고 합니다). 이후 바로 파리 등지에서 공개적인 데이트를 시작하지요. 둘이 래리의 자가용 제트기나 헬기를 타고내리고, 손을 잡고 다니는 장면이 미디어를 장식하기 시작합니다. 

래리는 그간 만나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그는 처자는 없음), 블럼 앤 포의 팀 블럼(Tim Blum)과 애너는 불편한 관계가 되지요. 구체적인 사연은 둘 다 함구합니다. 참고로 블럼 앤 포를 같이 창업했던 제프 포(Jeff Poe)는 지난 8월 화랑을 떠나, 현재는 블룸갤러리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1994년에 LA에서 출발한 블럼 앤 포는 뉴욕, 파리, 도쿄 등 5개 지점을 거느린 블루칩 갤러리입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지난해 5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추정가 15만~20만달러에 나왔으나 열띤 경합 끝에 높은 추정가의 8배에 달하는 160만달러에 팔린 애너 웨이안트의 유화 '추락하는 여자(Falling Woman)' 2020. 121.9 x 91.4cm. 이 화제의 작품으로 애너는 완전히 스타덤에 올랐다. [사진=소더비]. 2023.11.04 art29@newspim.com

팀은 그가 2020년에 1만5000달러에 산 애너의 작품 '추락하는 여자(Falling Woman)'를 소더비경매에 던지고 이 작품은 160만달러에 낙찰됩니다. 5년 전에 400달러에 팔리던 애너의 작품이 순식간에 160만달러가 되었지요. 물론 래리의 힘입니다. 래리는 "애너를 커다란 나쁜 늑대들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말했습니다(just trying to protect her from the big bad wolves). 언론에서는 이 일을 '미술계의 성과 권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Window into Art World Sexism and Power)'이라고 합니다.

Q:미술계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지요.

▶김:이 스캔들은 미술작품과 미술시장에 대해 많은 것들을 시사합니다. 우리나라의 한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대표가 잘 알고 있는 어떤 미국 딜러로부터 '애너의 작품을 사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고 가정해 볼까요. "당신이 좋은 작품을 구해달라는 부탁도 있고 해서 특별히 먼저 기회를 주지만 살 사람들이 줄서 있으니 24 시간 내에 결정해야 한다. 가격은 30만달러. 그리고 이 작품은 애너가 급전이 필요해서 팔았던 것이고, 세상에 알려지면 여러 사람이 곤란해지니 당분간은 극비로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조각투자 업체는 구입을 결정하기 위해 다음의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이 작품이 진품일까?(진위 여부) 30만달러는 적정한가?(가격 평가) 160만달러에 거래된 것과 크기는 유사하지만 많이 달라 보이는데?(가치 평가) 애너와 그의 작품의 미래는?(미래 예측). 이렇게 반드시 확인할 게 부지기수인데 단 하룻만에 결정하는 건 무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까딱하다간 사기에 휘말릴 수도 있겠지요.   

Q:그렇겠군요. 그러나 일반화하기에는 너무 특수한 경우 아닌가요.

▶김:특수해 보이지만 드물지 않습니다. 미술품은 만인이 공개적으로 경쟁하는 경매에서 사서, 이익을 내고 되팔긴 어렵습니다. 은밀한 거래에 기회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위험도 공존하지요. 위험이 클수록 대가도 크고요.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인 셈입니다.

미술품의 특성과 미술시장의 메카니즘에 관해 말씀드리기 위해 이 예를 든 겁니다. 래리는 애너가 그리는 작품에 대해서 독점적인 권리를 갖는다는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미처 확보하지 못한 작품이 시장에 나오면 모두 사들입니다. 가격은 높을수록 좋겠지요. 래리의 파워를 아는 그의 고객들은 애너의 작품을 사기 위해 앞다퉈 줄을 섭니다. 래리는 자기에 대한 충성도의 순으로, 배급하듯 애너의 작품을 나눠줄 거구요. 물론 계속 가격을 올려가면서 말이죠. 누구도 그 가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합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미국 시카고 출신의 여성 작가 크리스티나 퀄스(Christina Quarles, b.1985)의 2020년 작품. 'THA NITE COULD LAST FEREVER'. 캔버스에 아크릴릭. 213.3 x 182.8 x 5cm. 초현대미술을 뜻하는 '울트라 컨템포러리' 작가군 중 퀄스는 최정상에 오르며 컬렉터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이미지=하우저 앤 워스] 2023.11.04 art29@newspim.com

이런 기회를 얻기 위해 그들은 오랫동안 래리가 권하는 작품이라면 모두 사줬습니다. 크레딧을 쌓아온 것이지요. 그들은 물론 누구나 다 알만한, 영향력 있는 최고의 유명 컬렉터들입니다.

Q:그런다고 애너의 작품가격이 계속 오르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요?

▶김:후속작업이 이어지겠지요. 가고시안은 최고의 평론가, 학자들을 동원해 애너의 작품에 대한, 그녀의 천재성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할 겁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갤러리 전시와 가격인상이 뒤따릅니다. 틈틈이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그의 작품은 기록을 경신하면서 화제를 모을 거고요. 작품을 구하기 위한 고객들의 아우성은 더 높아지고 줄은 더욱 길어질 것입니다. 주요 뮤지엄들의 전시가 격을 높여가며 이어지면서 애너의 신화가 만들어질 겁니다.

가고시안, 하우저 앤 워스, 페이스, 데이비드 즈워너 같은 세계 미술시장을 지배하는 메가 갤러리들이 천재 작가(젊거나 늙거나 혹은 죽었거나)를 발굴해서 세상에 알리는 방식이 이러합니다. 인상파 이후 미술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화상들이 반 고흐나 피카소 같은 천재를 생전에, 혹은 사후에 발견하고 세상에 알리는 과정도 그러했습니다. 국내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건 미술계 인사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요. 인상파 작가들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알린 것은 화상 뒤랑 뤼엘, 앙브루아즈 볼라르였고 피카소는 칸바일러와 로젠버그였습니다.

래리는 크리스티나 소더비 경매에서 맨 앞자리에 앉아 패들을 높이 들어 자기 작가들의 작품을 최고가에 낙찰 받음으로써 그들의 천재성을 세상에 널리 알립니다. 해당 작가나 작품을 소장한 고객들 입장에서는 래리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울까요. 미술계에서 그는 거의 신적인 존재입니다. 갤러리, 작가, 평론가, 컬렉터들의 명성과 부는 이런 과정을 거쳐 딘단히 쌓여가지요.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40세이하 작가'를 지칭하는 '울트라 컨템포러리(UC) 그룹'을 대표하는 미국의 스타작가 에버리 싱어(Avery Singer, b.1987)의 마이애미 ICA에서의 전시 전경. 싱어의 작품 중 최고가 작품은 가격이 525만달러(약 70억원)에 달한다. [이미지=하우저 앤 워스] 2023.11.04 art29@newspim.com

Q:그래도 애너의 작품가격은 작가의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 같은데요.

▶김:블루칩 작가들의 연령대가 점점 내려오고 가격은 높이 높이 치솟고 있습니다. 'Ultra-Contemporary(약칭 UC. 초현대미술,40세이하 작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UC 슈퍼스타들의 작품가격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1987년생인 애버리 싱어(Avery Singer, 여성)의 작품 한 점의 최고가는 525만달러(약 70억원), 크리스티나퀄스(Christina Quarles, 1985, 여)의 작품은 450만달러(약 60억원)에 팔렸고,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 1990,여)의 기록은 360만달러(약 48억원)입니다. 모두 메가 갤러리 소속 여성 작가들입니다. 세계적인 성 평등(gender equality)추세를 반영한 것인지, Sexism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들 중에 천재가 많은 건지, 어쨌든 여성, 성소수자들이 많습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영국 출신의 인기 작가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b.1990). 울트라 컨템포러리 작가군 중 주목받는 여성 아티스트로, 빅토리아 미로와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 소속이다. [사진=©Flora Yukhnovich. Courtesy the artist, Hauser&Wirth and Victoria Miro]. 2023.11.04 art29@newspim.com

2000년에는 40세이하 작가 중 최고가가 죽은 장-미쉘 바스키아(1960-1988)의 73만달러였다는 걸 생각하면 미술시장의 인플레이션이 정말 대단하지요. 작가 발굴과 영입을 위한 갤러리들 간의 경쟁과 유명 작가들의 갤러리간 이동도 치열합니다. 거기는 도덕, 윤리가 없습니다.

이런 신화가 전파되면서 대중들도 그림을 사서 벼락부자가 되는 꿈을 꿉니다. 그러나 이너 서클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이런 과정에 끼어든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미술시장의 진입장벽과 정보의 비대칭성은 가히 난공불락입니다.

하지만 이들 작품 가격이 영원히 올라가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너도 그렇습니다. 이너 서클의 암묵적인 합의가 깨질 수도 있습니다. 작가의 작풍이 돌연 바뀔 수도 있고, 시장의 트렌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천재들도 사실 많습니다.

Q:이건 전형적인 내부자 거래들로 보이는데, 문제가 없나요. 작품가격에도 미술계에서 보편적으로 수긍되는 상식적인 수준이라는 게 있을텐데요.

▶김:미술시장에는 다른 시장처럼 내부자 거래나 담합, 가격 조작 등 소위 불공정거래에 대해서 규제하는 법, 규정이나 감독기관이 없습니다.

래리가 애너의 어떤 작품의 가치가 '100억원이다'라고 주장한들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딜러가 작품을 팔았는데 산 사람이 후에 알아보니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가격의 10배를 받았더라. 이건 사기다' 라고 소송을 해봐야 그 딜러가 법정에서 '그 작품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두고 봐라 앞으로 틀림없이 그렇게 될 거다'라고 주장하면 그만입니다. 판례도 그렇습니다. (대담은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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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韓 경제, 회색코뿔소 상황"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가 29일 지명 후 첫 출근길에서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무시하고 방관했을 때 치명적인 위협에 빠지게 되는 회색코뿔소(Gray Rhino)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임시 집무실이 차려진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제가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고물가 고환율의 이중고가 민생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12.29 choipix16@newspim.com '회색코뿔소'라는 용어는 미국 경제학자 미셸 워커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사용했다.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이 후보자는 "단기적 대응을 넘어서서 더 멀리 더 길게 보는 그런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며 "이런 맥락에서 기획예산처가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5대 구조적 문제점으로는 인구, 기후, 극심한 양극화, 산업 대격변, 지방 소멸을 꼽았다. 다만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발생한 '위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과 기획을 연동하는 방식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기획과 예산을 연동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지출은 찾아내서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그런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민의 세금이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게 하고, 그 투자는 또다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런 전략적 선순환을 기획예산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후보자는 '현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별도로 (간담회 등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야당 정치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기획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12-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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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청와대'…李대통령, 오늘 첫 출근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부터 청와대로 공식 출근한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지 약 3년 7개월 만으로, 대통령실의 공식 명칭도 '청와대'로 다시 돌아간다. 이 대통령이 출근하기에 앞서 이날 오전 0시부터 용산 대통령실에 걸려 있던 봉황기가 내려가고 동시에 청와대에 게양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옛 국방부 청사인 용산 대통령실로 마지막 출근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9일부터는 청와대에서 집무한다. [사진=대통령실] 봉황기는 대통령 재임 중 상시 게양되는 국가수반의 상징이다. 우리나라의 국화(國花)인 무궁화를 가운데 두고, 상상 속의 새 봉황 두 마리가 마주 보는 문양이다. 봉황기는 윤석열정부 시절 한 번 하기된 바 있다. 올해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면서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출근함에 따라, 업무표장(로고) 역시 과거 청와대 것으로 돌아간다. 용산 시대가 저물고 청와대 시대가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의 청와대 연내 복귀는 많은 해석을 낳는다. 새해부터 국민주권정부의 새 출발을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과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등의 사건이 벌어진 지난 정부와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 등이다.  청와대가 다시 문을 열면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통령 집무실이 여민관에 마련된 점이다. 청와대는 크게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본관' ▲비서관실과 수석실이 분산 배치된 '여민관 1~3동' ▲외빈 맞이와 행사를 갖는 '영빈관' ▲'대통령 관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 등으로 구성된다. 박근혜 정부까지는 대통령 집무실이 본관에 위치했다. 참모들이 근무하는 여민관과 500m 떨어져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참모진이 있는 여민관에 마련해 거리를 좁힌 바 있는데, 이 대통령도 여민관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이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과 여민관 집무실을 함께 쓴다는 방침이다. 주로 쓰는 집무실은 여민관이다. 여민관에서 일하는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참모진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다.  국가상징구역 종합계획도 [자료=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대통령 집무실이 '구중궁궐'이라는 비판을 듣는 청와대로 이전을 한 만큼 국민과의 소통이 제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도 이를 의식 중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지난 7일 "청와대 이전 후에는 대통령 일정과 업무에 대한 온라인 생중계 등을 더 확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청와대 시대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꾸준히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2일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의 입지가 확정되기도 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의 대통령 세종집무실 목표 준공 연도는 2030년 상반기다. 아직 목표만 세운 단계라 더 늘어질 수도, 더 당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지난 12일 행복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조금 더 서둘러야 할 것 같다"며 공정 단축을 주문한 바 있어 준공 시기가 조금 더 앞당겨 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pcjay@newspim.com 2025-12-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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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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