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긴급대담]미술시장전문가 김순응 "조각투자,내 딸에겐 안 권한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솔깃한 조각투자 문구에 개미들 '호갱'될 우려높아
미술품 가치산정과 미래예측,구호처럼 쉽지않고
이너서클 아니면 투자성높은 '블루칩'확보 어려워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지난 1년간 중단되었던 미술품 조각투자(분할구매)가 조만간 재개될 전망입니다. 금융위원회가 한 조각투자 업체가 낸 증권신고서를 심의 중이며, 곧 결론을 내린다고 합니다. 여타업체들도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 제출을 준비하는 등 제도권 진입을 위해 분주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미술시장 전문가인 김순응 씨(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가 뉴스핌에 긴급대담을 제안했습니다. 하나은행 자금본부장 출신으로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아트투자 어드바이저로 전문컨성팅과 기고및 강연을 하고 있는 김순응 대표는 조각투자의 위험성을 강도높게 경고합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미술시장 전문가 김순응 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 하나은행 자금본부장 출신으로, 국내 양대 미술품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대표를 역임한 김 대표는 미술품 조각투자가 내포한 여러 위험성을 경고하며, 자칫 무모한 투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미지제공=김순응] 2023.11.04 art29@newspim.com

김 대표는 미술품 조각투자를 '불가능에의 도전'이라며 비판합니다. 업체들이 선전하는 것처럼 미술품의 가치산정과 미래예측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는 우리 미술시장에 애정이 많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누구보다 원하지만, 조각투자는 '투자할만한 우수한 블루칩 확보'가 최대 관건임에도 업체의 홍보문구처럼 이 문제가 결코 쉽지 않다고 역설합니다. 또한 정확하고 공정한 작품값 산정과 되팔아 수익을 내는 것 역시 간단치 않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로부터 미술품 조각투자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듣고자 대담을 가졌습니다. 일부 논쟁적 요소도 있곘지만 전문가의 심도있는 진단은 조각투자를 고려하는 이들이라면 경청해볼만 합니다. 김 대표와 가진 긴급 인터뷰를 상·하 2회로 나눠 소개합니다.

Q;최근 한 연구소는 '2030년이면 조각투자(미술품, 와인, 명품 등 모든 투자가능한 자산을 기초로 한) 시장이 36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고가 자산의 대명사인 미술시장에서는 여러 업체들이 등장해 "만원 단위의 소액으로 피카소같은 작품에 투자해 억만장자들에게나 가능했던 수익률을 누릴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양대 미술품경매사인 서울옥션, 케이옥션이 자회사 혹은 지분투자의 형태로 가담하고 증권·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그들과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인가요?

▶김순응 대표(이하 김):최근 몇년간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 큰 화제를 뿌리며 각광받던 미술품 조각투자가 1년여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건전 발전을 위해 금융당국이 여러가지 법적, 제도적 요건들을 챙기자 예기치 못한(당연히 예상해야 했어야 했지만) 문제들에 부딪쳐 주춤거리는 모습입니다.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맨 먼저 제출했던 한 회사는 대주주인 경매회사와의 미술품 가치평가에 대한 이해상충이 문제가 되어 스스로 철회했습니다. 여타 업체들은 이 일정을 연기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한 업체는 일본의 인기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페인팅을 앞세워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계약증권 1호'로 선정받기 위해 막바지 관문에 서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여기저기서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만만치 않은 장애물에 부딪칠 것으로 우려합니다.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짚어보아야 합니다. 어떤 자산을 투자대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그 자산의 적정 가치를 객관적으로 계산해내고 미래가치도 설득력 있게 예측해야함은 물론, 투자에 따르는 만일의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런 것들을 담보하여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지속, 건강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갖춰져야겠지요. 이런 과정에 선행돼야 하는 것은 미술품의 특성과 미술시장의 작동방식에 대한 고찰입니다.

Q:그건 주식, 부동산, 금리, 환율, 금, 석유, 곡물 등 금융이건 실물이건 모든 투자대상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과정이 아닌가요. 현대의 발달된 통계학, 경제이론, 컴퓨터 기술로 미술품 가치를 분석, 예측하는 것은 특별히 어려울 게 없어 보이는데요.

▶김:그렇지요. 이를테면 우리가 특정회사의 주가(종속변수)를 평가할 때 그 회사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독립변수들을 감안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그 회사가 속해있는 산업의 전망, 경쟁 관계, 그 회사 제품의 경쟁력, 오너의 경영능력, 사업철학, 금리, 물가, 성장률 등 국내외 거시경제 전망,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정치적 리스크 등 무수히 많은 정성, 정량적 독립변수들을 넣고 슈퍼컴퓨터를 돌려서 주식 가치와 미래 전망을 예측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예측하는 방법도 성공확률도 다르겠지요.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국내의 한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가 조각투자 대상작품으로 선정했던 미국 작가 스탠리 휘트니의 페인팅 'Stay Song 61'. 가격산정 과정이 문제가 돼 이 작품은 일단 철회됐다. 2023.11.04 art29@newspim.com

Q:미술품에 대해서도 똑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김:이론상으론 그렇지만 미술품이라는 투자 상품의 특성(본질),그리고 미술시장의 독특한 구조와 작동 방식 때문에 현실적으론 어렵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술품에는 본질가치, 내재가치, 수익가치, 효용가치가 없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다면, 없는 겁니다.

오랜 미술시장 역사를 가진 서양에서 무수히 많은 학자들이 미술품의 가치를 계량화하려고 오랜 세월 온갖 방법으로 연구했지만 결론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없다"였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더욱 더 불가능하다"입니다. 미술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인간의 정서(욕망, 변덕, 허영, 어리석음이라고 읽어도 무방함)인데, 이걸 계량화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Q:그건 그렇다 쳐도, 그간 거래된 데이터나 수요와 공급 등에 관한 수치 등 소위 빅 데이터로 추정이 가능하지는 않을까요?

▶김:주먹구구식으론 추측해볼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미술품 거래는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분석에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만큼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거래량과 가격이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자(내부자)들의 거래에 의해 이뤄집니다. 이런 인위적인 데이터로 현상을 분석하거나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넌 센스지요. 필연적으로 오류를 내포합니다.

뿐만 아니라 미술품은 한 작가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다릅니다. 크기, 제작년도, 완성도, 보존상태, 도상, 거래 당시의 여건 등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가격(가치)이 크게 달라집니다. 팔리는 시간, 장소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소더비에서 팔린 작품이 만약 크리스티에서 팔렸다면? 뉴욕에서 판 작품을 런던에서 판다면? 오늘 판 작품을 내일 판다면? 모두 다른 가격을 기록했을 겁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세계 미술계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캐나다 출신의 미국 작가 애너 웨이안트(Anna Weyant b.1995). 데뷔초 LA의 대형 화랑 블룸앤포 소속이었다가 근래 가고시안으로 옮기며 더욱 승승장구 중이다. [사진= ] 2023.11.04 art29@newspim.com

Q:그런가요? 미술시장 관계자가 아닌 저한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한가지 사례를 들어드리지요. 지난 프리즈서울에 가고시안이라는 세계적인 갤러리(소위 Big4 중의 하나)에서 애너 웨이안트(Anna Weyant, 28세)라는 여성작가의 작품을 걸었습니다. A4용지 크기의 연필 드로잉으로 구석에 걸려 있어서 잘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

애너는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 78세)이라는 세계 최고 갤러리스트의 여자친구이자 최근 가고시안갤러리에 전속이 된 미녀 작가입니다. 가고시안은 뉴욕에만 6개, 전 세계에 16개의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글로벌 아트마켓을 쥐락펴락하는 최강의 아트딜러이자 '가고시안 왕국'의 오너인 래리 가고시안. 올해 78세. 전세계에서 16개 화랑을 운영하며 각국의 내로라 하는 컬렉터들이 수집하길 열망하는 최고의 블루칩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2023.11.04 art29@newspim.com

캐나다 태생의 애너는 대학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Rhode Island School of Design)'를 졸업했습니다. RISD에 간 것은 자기를 받아준, 뉴욕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2017년 대학졸업 이듬해에 그는 뉴욕으로 진출합니다. 그가 처음 작품을 판 것은 그해 '아트 햄튼'(Art Hamptons) 아트페어 장이 열리는 길거리에서였습니다. 400달러였지요. 그리곤 당시 작품판매를 도와준 '56 Henry'라는 갤러리에서 처음 연 개인전에서 작품은 솔드아웃(Sold-out)됩니다. 가격은 2000~12000달러로 올렸습니다. 이 때 래리가 처음 'Head'라는 애너의 작품을 샀습니다.

애너는 2021년에 '블럼 앤 포(Blum & Poe)'라는 LA의 대형 화랑에 전속하게 됩니다. 작품가격은 5만달러까지 올랐지요. 래리는 여기 전시에서 애너를 만나 그의 베버리힐즈(Beverly Hills)저택으로 초대, 래리가 좋아하는 진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합니다(진은 애너가 먼저 청해서 래리를 깜짝 놀래켰다고 합니다). 이후 바로 파리 등지에서 공개적인 데이트를 시작하지요. 둘이 래리의 자가용 제트기나 헬기를 타고내리고, 손을 잡고 다니는 장면이 미디어를 장식하기 시작합니다. 

래리는 그간 만나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그는 처자는 없음), 블럼 앤 포의 팀 블럼(Tim Blum)과 애너는 불편한 관계가 되지요. 구체적인 사연은 둘 다 함구합니다. 참고로 블럼 앤 포를 같이 창업했던 제프 포(Jeff Poe)는 지난 8월 화랑을 떠나, 현재는 블룸갤러리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1994년에 LA에서 출발한 블럼 앤 포는 뉴욕, 파리, 도쿄 등 5개 지점을 거느린 블루칩 갤러리입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지난해 5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추정가 15만~20만달러에 나왔으나 열띤 경합 끝에 높은 추정가의 8배에 달하는 160만달러에 팔린 애너 웨이안트의 유화 '추락하는 여자(Falling Woman)' 2020. 121.9 x 91.4cm. 이 화제의 작품으로 애너는 완전히 스타덤에 올랐다. [사진=소더비]. 2023.11.04 art29@newspim.com

팀은 그가 2020년에 1만5000달러에 산 애너의 작품 '추락하는 여자(Falling Woman)'를 소더비경매에 던지고 이 작품은 160만달러에 낙찰됩니다. 5년 전에 400달러에 팔리던 애너의 작품이 순식간에 160만달러가 되었지요. 물론 래리의 힘입니다. 래리는 "애너를 커다란 나쁜 늑대들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말했습니다(just trying to protect her from the big bad wolves). 언론에서는 이 일을 '미술계의 성과 권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Window into Art World Sexism and Power)'이라고 합니다.

Q:미술계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지요.

▶김:이 스캔들은 미술작품과 미술시장에 대해 많은 것들을 시사합니다. 우리나라의 한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대표가 잘 알고 있는 어떤 미국 딜러로부터 '애너의 작품을 사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고 가정해 볼까요. "당신이 좋은 작품을 구해달라는 부탁도 있고 해서 특별히 먼저 기회를 주지만 살 사람들이 줄서 있으니 24 시간 내에 결정해야 한다. 가격은 30만달러. 그리고 이 작품은 애너가 급전이 필요해서 팔았던 것이고, 세상에 알려지면 여러 사람이 곤란해지니 당분간은 극비로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조각투자 업체는 구입을 결정하기 위해 다음의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이 작품이 진품일까?(진위 여부) 30만달러는 적정한가?(가격 평가) 160만달러에 거래된 것과 크기는 유사하지만 많이 달라 보이는데?(가치 평가) 애너와 그의 작품의 미래는?(미래 예측). 이렇게 반드시 확인할 게 부지기수인데 단 하룻만에 결정하는 건 무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까딱하다간 사기에 휘말릴 수도 있겠지요.   

Q:그렇겠군요. 그러나 일반화하기에는 너무 특수한 경우 아닌가요.

▶김:특수해 보이지만 드물지 않습니다. 미술품은 만인이 공개적으로 경쟁하는 경매에서 사서, 이익을 내고 되팔긴 어렵습니다. 은밀한 거래에 기회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위험도 공존하지요. 위험이 클수록 대가도 크고요.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인 셈입니다.

미술품의 특성과 미술시장의 메카니즘에 관해 말씀드리기 위해 이 예를 든 겁니다. 래리는 애너가 그리는 작품에 대해서 독점적인 권리를 갖는다는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미처 확보하지 못한 작품이 시장에 나오면 모두 사들입니다. 가격은 높을수록 좋겠지요. 래리의 파워를 아는 그의 고객들은 애너의 작품을 사기 위해 앞다퉈 줄을 섭니다. 래리는 자기에 대한 충성도의 순으로, 배급하듯 애너의 작품을 나눠줄 거구요. 물론 계속 가격을 올려가면서 말이죠. 누구도 그 가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합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미국 시카고 출신의 여성 작가 크리스티나 퀄스(Christina Quarles, b.1985)의 2020년 작품. 'THA NITE COULD LAST FEREVER'. 캔버스에 아크릴릭. 213.3 x 182.8 x 5cm. 초현대미술을 뜻하는 '울트라 컨템포러리' 작가군 중 퀄스는 최정상에 오르며 컬렉터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이미지=하우저 앤 워스] 2023.11.04 art29@newspim.com

이런 기회를 얻기 위해 그들은 오랫동안 래리가 권하는 작품이라면 모두 사줬습니다. 크레딧을 쌓아온 것이지요. 그들은 물론 누구나 다 알만한, 영향력 있는 최고의 유명 컬렉터들입니다.

Q:그런다고 애너의 작품가격이 계속 오르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요?

▶김:후속작업이 이어지겠지요. 가고시안은 최고의 평론가, 학자들을 동원해 애너의 작품에 대한, 그녀의 천재성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할 겁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갤러리 전시와 가격인상이 뒤따릅니다. 틈틈이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그의 작품은 기록을 경신하면서 화제를 모을 거고요. 작품을 구하기 위한 고객들의 아우성은 더 높아지고 줄은 더욱 길어질 것입니다. 주요 뮤지엄들의 전시가 격을 높여가며 이어지면서 애너의 신화가 만들어질 겁니다.

가고시안, 하우저 앤 워스, 페이스, 데이비드 즈워너 같은 세계 미술시장을 지배하는 메가 갤러리들이 천재 작가(젊거나 늙거나 혹은 죽었거나)를 발굴해서 세상에 알리는 방식이 이러합니다. 인상파 이후 미술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화상들이 반 고흐나 피카소 같은 천재를 생전에, 혹은 사후에 발견하고 세상에 알리는 과정도 그러했습니다. 국내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건 미술계 인사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요. 인상파 작가들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알린 것은 화상 뒤랑 뤼엘, 앙브루아즈 볼라르였고 피카소는 칸바일러와 로젠버그였습니다.

래리는 크리스티나 소더비 경매에서 맨 앞자리에 앉아 패들을 높이 들어 자기 작가들의 작품을 최고가에 낙찰 받음으로써 그들의 천재성을 세상에 널리 알립니다. 해당 작가나 작품을 소장한 고객들 입장에서는 래리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울까요. 미술계에서 그는 거의 신적인 존재입니다. 갤러리, 작가, 평론가, 컬렉터들의 명성과 부는 이런 과정을 거쳐 딘단히 쌓여가지요.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40세이하 작가'를 지칭하는 '울트라 컨템포러리(UC) 그룹'을 대표하는 미국의 스타작가 에버리 싱어(Avery Singer, b.1987)의 마이애미 ICA에서의 전시 전경. 싱어의 작품 중 최고가 작품은 가격이 525만달러(약 70억원)에 달한다. [이미지=하우저 앤 워스] 2023.11.04 art29@newspim.com

Q:그래도 애너의 작품가격은 작가의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 같은데요.

▶김:블루칩 작가들의 연령대가 점점 내려오고 가격은 높이 높이 치솟고 있습니다. 'Ultra-Contemporary(약칭 UC. 초현대미술,40세이하 작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UC 슈퍼스타들의 작품가격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1987년생인 애버리 싱어(Avery Singer, 여성)의 작품 한 점의 최고가는 525만달러(약 70억원), 크리스티나퀄스(Christina Quarles, 1985, 여)의 작품은 450만달러(약 60억원)에 팔렸고,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 1990,여)의 기록은 360만달러(약 48억원)입니다. 모두 메가 갤러리 소속 여성 작가들입니다. 세계적인 성 평등(gender equality)추세를 반영한 것인지, Sexism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들 중에 천재가 많은 건지, 어쨌든 여성, 성소수자들이 많습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영국 출신의 인기 작가 플로라 유크노비치(Flora Yukhnovich,b.1990). 울트라 컨템포러리 작가군 중 주목받는 여성 아티스트로, 빅토리아 미로와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 소속이다. [사진=©Flora Yukhnovich. Courtesy the artist, Hauser&Wirth and Victoria Miro]. 2023.11.04 art29@newspim.com

2000년에는 40세이하 작가 중 최고가가 죽은 장-미쉘 바스키아(1960-1988)의 73만달러였다는 걸 생각하면 미술시장의 인플레이션이 정말 대단하지요. 작가 발굴과 영입을 위한 갤러리들 간의 경쟁과 유명 작가들의 갤러리간 이동도 치열합니다. 거기는 도덕, 윤리가 없습니다.

이런 신화가 전파되면서 대중들도 그림을 사서 벼락부자가 되는 꿈을 꿉니다. 그러나 이너 서클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이런 과정에 끼어든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미술시장의 진입장벽과 정보의 비대칭성은 가히 난공불락입니다.

하지만 이들 작품 가격이 영원히 올라가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너도 그렇습니다. 이너 서클의 암묵적인 합의가 깨질 수도 있습니다. 작가의 작풍이 돌연 바뀔 수도 있고, 시장의 트렌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천재들도 사실 많습니다.

Q:이건 전형적인 내부자 거래들로 보이는데, 문제가 없나요. 작품가격에도 미술계에서 보편적으로 수긍되는 상식적인 수준이라는 게 있을텐데요.

▶김:미술시장에는 다른 시장처럼 내부자 거래나 담합, 가격 조작 등 소위 불공정거래에 대해서 규제하는 법, 규정이나 감독기관이 없습니다.

래리가 애너의 어떤 작품의 가치가 '100억원이다'라고 주장한들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딜러가 작품을 팔았는데 산 사람이 후에 알아보니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가격의 10배를 받았더라. 이건 사기다' 라고 소송을 해봐야 그 딜러가 법정에서 '그 작품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두고 봐라 앞으로 틀림없이 그렇게 될 거다'라고 주장하면 그만입니다. 판례도 그렇습니다. (대담은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art2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레임덕' 오나…민주당 상·하원 '싹쓸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휩쓰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대승의 파도)'를 일으켰다. 3일(현지시간) 밤, 아직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민주당의 상·하원 다수당 석권을 일제히 예측 보도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이미 과반인 51석 이상을 확보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과반(218석)을 무난히 넘기는 대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전반기의 성적표 격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그야말로 '트럼프 심판론'의 압도적 승리였다.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가 미국인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코린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신디 하이드스미스를 위해 지원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NBC, CNN, CBS 등 미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 4곳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뼈아픈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라틴계 표심의 반감을 사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밤 개표 상황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할 의향이 분명히 있다(absolutely willing)"며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일단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공화당 선거 패배에 일조했다"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민주당이 "터무니없는(insane)" 법안을 내놓을 경우 대통령 거부권(Veto·비토)을 족족 행사하겠다고 강조하며 날을 세웠다. ◆ 입법 주도권 상실… 트럼프 '미스터 비토' 전략과 행정명령 우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형성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국정 운영 방식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 차로 의회 주도권을 쥠에 따라 주요 국정 과제 관련 입법과 예산안 심의, 인사 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스스로 '미스터 비토(Mr. Veto)'가 될 것임을 경고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폭스뉴스를 통해 선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 예고편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아마 내가 '미스터 비토'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올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면 그들도 시간 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선거 전부터 이미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쳤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8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출생시민권 및 폴리실리콘 산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거부권 행사만으로는 국가 예산안 타결이나 행정부 국정 운영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입법권이 막힌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 권한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집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미 몇 달 전부터 '여소야대' 정국에 대비해 비밀 대책 수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장(OMB) 등 핵심 참모진은 지난 4월부터 법률고문실과 협력해 이민 정책, 관세, 주택 비용 감축 등 의회 승인 없이 행정권한만으로 강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정밀 검토해 왔다. 하지만 행정명령 역시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력이 제한적인 데다, 사법부의 가처분 신청 등에 가로막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 레임덕 회기 속 공화당의 '속전속결' 입법전  민주당이 새 의회의 의사봉을 쥐는 내년 1월 3일 전까지,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남아있는 '레임덕 회기' 동안 양당 간의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거 패배를 직감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는 레임덕 기간을 활용해 시급한 국정과제와 법안, 공직 인준안을 전격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과제는 당장 내달 11일 만료되는 연방정부 임시 예산안(CR)의 연장 및 2027 회계연도 정식 예산안 타결이다. 다만 상원 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과의 타협이 필수적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방 예산 등 핵심 부처 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나머지 항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차선책도 거론된다.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처리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하원 안만 통과하고 상원 군사위원회 안은 계류 중이다. 이 역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고려하면 협상이 필수적이다.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 유지, 미 해군 함정 정비·건조 관련 한미 조선 협력 등 한국의 안보 및 통상 이해관계와 직접 결부된 사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국내 산업계와 정부도 초유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불은 연방정부 부채한도(현 41조 1,000억 달러) 상향이다. 한도 도달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늘리지 못할 경우 향후 2년 간 국정 수행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지렛대 삼아 복지 정책 확대를 요구할 태세다. ◆ 민주당의 대대적 청문회와 '트럼프 가족 비즈니스' 조준… 탄핵 국면 재현되나 상·하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와 각종 사법 리스크를 향해 대대적인 청문회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의회 조사의 핵심 타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비즈니스다. 출구조사에서도 고물가에 이어 '부패와 사적 이익 추구'가 주요 불만 이슈로 지목된 만큼 민주당의 고강도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저속 셔터로 촬영한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로이터의 지난 9월 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은 집권 2기 들어 가상자산, 드론, 인공지능(AI), 예측시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약 2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민간 기업의 경우 대통령 행정권 특권을 이유로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나 소환장 발급을 거부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개원 첫날부터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1789캐피털'이 투자한 희토류 스타트업 '벌칸 엘리먼츠'가 거론된다. 이 회사는 투자 불과 3개월 만에 국방부로부터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받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동 국유펀드와 사모펀드 거래를 이어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이해충돌 의혹, 대선 기부의 대가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석유 기업들, 카리브해 바하마 결혼식 비용의 러시아 올리가르히 대납 의혹 등도 파상공세 대상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 1기 임기 당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소추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제 대통령 파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하원에서는 과반(218석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상원 탄핵 재판에서 최종 유죄를 확정하려면 출석 의원의 3분의 2인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의석은 51석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상당한 공화당 상원의원 이탈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상원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트럼프 2기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의 파상적인 청문회 공격과 하원의 탄핵 시도,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쇄 거부권 행사와 행정명령 강행이 맞물리며 미국 국정이 극심한 대치와 경색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15:21
사진
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