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스테로이드 복용해 면역기능 저하 상태
염증발생 위험 높은 상태 알면서 주의의무 위반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면역 기능이 저하된 만성 피부염 환자에게 염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수술을 진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앞서 A씨는 만성 피부염을 앓고 있는 피해자 B씨에 대해 염증검사 진행 및 염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 등을 취한 뒤 수술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하여 수술 부위 감염 및 근력 저하 장해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17년 5월 엉치 부위 통증 및 다리 저림 등의 증상으로 병원에 방문한 B씨는 의사인 A씨로부터 '척추 전방전위증, 추간판탈출증'의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했다.
그런데 수술 바로 다음날 B씨는 체온이 38.6도까지 상승하고 감염수치가 증가했으며, 좌측 하지의 근력 저하 및 통증 등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결국 B씨는 대학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사건 수술 부위의 감염과 관련된 병변으로 척추 신경이 압박돼 근력 저하의 신경학적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후 B씨는 A씨와 병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검찰은 지난 2021년 A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은 의사로서 피해자에 대한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면서 시술 부위에 염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위험이 충분히 제거되기 전 수술을 시행함으로써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유죄 판결했다.
구체적으로 "피해자는 만성 피부염으로 수년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면역기능이 저하된 상태일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이러한 경우 수술에 의한 감염성 질환의 발병률이 높고 그 병증의 정도도 중한 양상을 보일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수술을 시행하기 전 염증 발생 부위를 확인하고 염증에 의한 위험을 충분히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건 수술 당시 피해자에 대한 추가 검사를 진행해 감염수치가 정상으로 확인된 후에 수술을 시행할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없이 급박한 상태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질타했다.
박 판사는 "다만 이 사건 수술이 정상적으로 시행됐더라도 신경 손상이 유발돼 하지 근력 저하 등 증상이 발생할 수는 있었던 점, 피해자는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해 수술 후 감염이 증가할 위험인자를 갖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관련 민사사건에서 손해배상금 6200만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한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