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냉랭해도 재건축 기대감이 더 강해
잠실주공5·은마 등 주요 재건축 단지 최고가 근접
팔려는 집주인 적어 급격한 가격 조정 제한적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경기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주택경기가 약세로 전환된 상황에서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은 여전히 상승거래가 이어져 향후 집값 움직임이 주목된다.
서울시 한강변을 중심으로 적용됐던 '35층' 규제가 풀리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대폭 개선된 상태다. 덩달아 지분 가치가 높아지다 보니 집주인들은 행정절차가 진행될수록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택을 급하게 처분하겠다는 집주인이 적어 주택경기 하락이 본격화해도 급격한 시세 하향이 제한적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살 사람은 산다"...최고가 근접한 잠실주공5·은마아파트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경기 악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직전 거래가격을 웃도는 손바뀜이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119㎡는 지난달 29억46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7월)보다 5000만원 오른 것으로 연중 가장 높은 거래금액이다. 올해 초 23억원까지 하락했던 것을 감안할 때 10개월새 6억5000만원 정도 상승한 것이다. 2020년 4월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31억원도 넘어설 기세다.
주택경기 한파에도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실거래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2롯데월드에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모습 [사진=이동훈기자] |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강세다. 전용 76㎡는 올해 초 17억9500만원을 바닥으로 반등하더니 지난 9월 24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지난달에는 2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거래된 매물이 1층이란 점을 감안할 때 집값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앞둔 여의도 일대도 상황이 비슷하다. 1971년 준공해 올해로 '52살'을 맞은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가장 작은 면적인 전용 60㎡가 지난달 17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기존 최고가인 17억4500만원을 뛰어넘은 금액이다. 전용 79㎡도 지난달 19억4500만원에 거래돼 기존 최고가(10억1000만원)에 이어 두 번째 높은 가격에 손바뀜했다.
잠실역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분위기에 올해 상반기와 비교해 매수 문의 및 실거래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재건축 기대감이 높다 보니 직전 거래가보다 가격을 대폭 낮춘 급매물이 드물고, 매도호가 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매수세 줄었지만 급매물도 적어...급격한 가격조정 제한적
재건축 기대감이 주택경기 한파 우려를 뚫고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경쟁적으로 60~70층 조성을 계획하면서 사업성이 기존보다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은 일반분양이 늘어나면 사업성이 개선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일반분양 분양대금이 사업의 주요 재원으로, 수익금이 늘어날수록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든다.
잠실주공5단지는 층수 상향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2월 서울시로부터 최고 50층 높이의 정비계획안을 승인받았다. 그러나 서울시가 올해 초에 층수 제한을 사실상 폐지하면서 조합측은 최고 층수를 70층 규모로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작년 최고 35층으로 정비 계획안이 확정됐으나 올해에는 최고 49층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아파트 주변이 업무지구와 상업시설로 둘러싸인 여의도 일대도 최고층 경쟁이 뜨겁다. 한양아파트를 시작으로 시공사 선정 작업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시범아파트와 대교, 진주, 한양 등은 최고 54~65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리얼 인베스트먼트 민수진 센터장은 "서울 핵심 재건축 단지들은 재건축으로 최고 50층 이상 규모로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시세에 반영되며 주택경기 하락기에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행정절차가 가시화하고 있어 고금리, 경기둔화 우려만으로 시세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