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고 대응센터, 지난달 4일부터 정식 운영
상담원 26명이 하루 평균 1116건 신고·상담 처리
보이스피싱 예·경보 발령... 문자 차단 서비스 도입 예정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 지난 8월 18일, 통합신고 대응센터 상담 직원은 검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계좌를 개설한 민원인의 상담요청을 받았다. 직원은 1차 상담 직후 계좌 정지 등 민원인의 조치여부 확인을 위해 재차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직원은 112에 신고자 위치추적을 요청했고 경찰은 민원인이 인출책에게 4000만원을 건네주려던 현장에 출동해 인출책을 검거했다.
"선생님, 보이스피싱 전화 받으신 것 같은데 이 번호로 일단 계좌정지 요청하셔야 합니다"
8일 오전 찾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 사무실에서는 상담원들이 보이스피싱 등 사기 관련해 민원인들의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통합신고 대응센터는 지난 7월 20일 개소 이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지난달 4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개소 직후 신고와 상담 총 4만152건을 처리했으며 정식 운영 직후 첫 주에는 하루 평균 568건을 기록했으나 4주차에는 1116건으로 상담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상담원 1인당 70건에 해당한다.
센터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인력은 총 26명으로 경찰과 금융감독원,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방송통신위원회, 통신3사 직원 등이 파견인력으로 포함돼 있다.
통합신고 대응센터가 만들어진 데에는 그동안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창구가 기관별로 나눠져 있어 피해자들이 신고에 어려움을 느껴 이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신고·상담 정보를 부처간 공유하고 분석해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범정부 합동 대응체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응센터는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창구를 112로 통합해 사건 접수 뿐 아니라 악성 앱 등 범행수단 차단, 피해구제 및 지급정지와 추가예방 등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게 했다. 피해가 없거나 단순 상담건인 경우에는 피해구제 방법을 안내하고 추가 예방 방법등을 알려준다.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 사무실에서 상담원들이 민원인들의 전화에 대응하고 있다. 2023.11.08 krawjp@newspim.com |
센터는 피해 신고 해결 뿐 아니라 피해자들의 추가 피해 예방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후속 상담도 진행한다. 현재 센터에서는 하루 평균 45건의 후속 상담을 사건접수 후 24시간 내에 진행하고 있다. 또 고령자들을 대상으로는 1차 상담 후 조치여부를 재확인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담 포기와 관련된 응대율이 정식 운영 첫 주 99.1%에서 94.1%로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응센터는 포기건수 감소를 위해 적절한 상담인력과 시간 유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향후 유관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위원회 등 자문관 직제를 추가하는 등 인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응센터 관계자는 "상담원들의 포기건수 감소를 위해 상담시간을 줄이면 형식적인 상담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적극적이고 심도있는 상담을 위해서는 충분한 상담인력과 적절한 상담시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응센터는 신고된 내용을 바탕으로 ▲범죄데이터 수집·분석 강화 ▲피싱 추세 분석·신종 유형 발굴 ▲미끼 단어·세부 수법 분석 ▲피해사건 후속상담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고 접수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죄종별로는 보이스피싱이 34%로 가장 많았고 미끼문자(25%), 스미싱(13%)이 뒤를 이었고, 단순상담은 21%를 차지했다. 발생유형별로는 기관 및 금융기관 사칭 유형이 66%로 가장 많았고 스미싱이 19%였다.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 사무실에 있는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신고접수된 범죄 발생 유형과 답변 유형들이 나타나고 있다. 2023.11.08 krawjp@newspim.com |
센터는 전화상담 과정에서 신종사기 유형이 확인되는 경우 새로운 수법과 미끼 단어 등을 관리해 상담과 분석에 활용 중에 있다.
특히 스미싱의 경우 범행 발생의 패턴을 발견하기도 했다. 스미싱 신고는 평소 전체 신고의 12.8%를 차지하나 연휴 전후나 월요일에 신고량이 16.8~24%로 특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연휴와 휴일에는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이 운영되지 않아 기관사칭 수법을 사용하기 어려워 스미싱 문자를 대량 발송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스미싱 유형에는 부고장과 청첩장이 37.3%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사건 분석 결과 연령별로 피해 유형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사회 초년생으로 수사기관의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수사기관 사칭(93.8%)이나 상품권 편취 및 휴대폰 소액결제(61.3%)에 의한 피해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30대는 전 연령에서 피해 비중이 6.3%로 가장 낮았지만 평균 피해금액은 1868만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40대와 50대는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인해 대환대출 등 대출빙자 금융기관 사칭 피해가 각각 81.5%, 73.1%로 비중이 높았다.
60대 이상은 지인을 사칭한 범죄가 19.5%로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자녀 독립과 판단력 저하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 조직도 [자료=경찰청] |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미끼단어등을 분석해 향후 관련 단어 중복시 문자를 실시간으로 차단하거나 예·경보 발령 등을 통해 선제적인 범죄 대응에 활용할 계획이다.
경찰은 내년에 '통합대응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플랫폼을 통해 관련 기관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이스피싱를 포함해 다양한 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사기정보분석원' 설치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 중에 있다.
김종민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장은 "이제는 매일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데이터가 나오는데 피해가 날 수 있는 부분을 빠르게 예측을 해서 마치 일기예보를 하듯이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려 한다"며 "사기수법이 너무나 고도화되는 만큼 센터를 중심으로 여기에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