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대장동·위례·성남FC'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열린 재판에서 이례적으로 30여분간 입을 열었다.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가 하면, 검찰의 기소 자체에 대해서도 대놓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해 "원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영개발하고 있었는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민간이 돈 벌 수 있는 일을 왜 공사가 하느냐'고 지시해 포기했다"며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이렇게 돈이 많이 남는 대장동 사업을 LH가 포기한 것 자체가 중대 배임행위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 말에 따르면 '누룽지 긁듯이 딱딱 긁어서 이익을 다 회수해야지 왜 못했느냐, 그러니 배임이다'라고 하는 것 같다"라며 "다 그렇게 해버리면 사회주의 국가, 소위 말하는 공산주의 아닌가" 지적도 이어졌다.
사회부 김기락 차장 |
이 대표가 피고인으로서, 또 인권변호사 출신답게 '변호사'로서 못할 말은 아니다. 그의 말을 뒤집어보면 LH가 개발하지 않은 대장동 사업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와 함께 개발에 나선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고 민주적이라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8월경 유 전 본부장 등과 공모해 김씨 등 민간업자를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로 선정되도록 하고 이들이 7886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야 할 적정 배당이익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확정이익 1830억원만 배당받도록 해 4895억원의 손해를 공사에 입힌 것이라는 게 대장동 배임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기소 요지다.
이 대표는 또 재판에서 "검찰의 얘기를 들어보면 제가 징역 50년을 받겠는데 이런 일을 왜 하겠느냐"며 "업자들과 차 한 잔 마신 적도 없고 10원짜리 하나 개발이익을 얻지도 않았다"라고 검찰과 날을 세웠다.
조사, 소환, 구속영장 청구 등 검찰 수사 과정에서야 개인적 및 정치적 입장을 내세울 수 있다고 본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몇년째 수사를 받고 있고, 검사 수십명이 투입됐다. 이미 이 대표는 검찰 수사를 받는 동안 자신의 입장을 부족하지 않게 알렸다.
앞서 이달 6일 첫 재판에서도 검찰을 겨냥해 "제가 살아 있는 한 계속 수사할 것", "제가 2013년에 민간사업자들과 유착이 됐다는 건지 모멸감을 느낀다" 등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변호사 출신의 이 대표는 현재 피고인이다. 법정에서 이 대표의 발언 하나하나가 해명, 설명, 변명 등으로 얼마든지 다른 해석을 낳을 수 있다. 검찰에 대한 과한 부정적 표현도 마찬가지다.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법정에서 이 대표는 피고인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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