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 있다고 보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호텔 조리사의 유족들이 산업재해를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업무로 인한 과로·스트레스와 뇌출혈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앞서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에서 조리부 총괄부장으로 근무해왔다. 그러다 지난 2020년 7월 뇌출혈로 쓰러졌고 발견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A씨의 아내는 A씨가 업무상 재해를 입었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업무와 사망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지급 처분했다.
유족들은 "A씨는 근무시간 중 1000도가 넘는 고온의 주방과 식자재가 있는 냉동창고를 오가며 온도의 급격한 변화를 겪었고, 회사 측 권유로 휴일에도 학원을 다니며 기능장 시험 준비를 하는 등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업무로 인한 과로와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사망한 것이기 때문에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망인의 업무로 인한 과로 내지 스트레스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구체적으로 "원고가 근무한 주방 내 온도와 외부온도 사이에 일정한 차이는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이 사건 주방이 고온에 일반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이었다고 볼 수 없는 점, 회사에서 망인에게 조리 기능장 시험을 준비하는 것에 도움을 준 것은 자기계발을 지원하는 측면이 더 많아 보이고 해당 시험 준비가 업무의 일부로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인의 업무가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다른 근로자들의 통상적인 업무 내용과 비교해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객관적으로 과중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망인의 과거 건강검진결과 등을 보면 망인은 혈압, 당뇨병, 비만 등 뇌출혈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었고 망인의 흡연력과 음주습관 등에 비춰보면 망인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기 전까지 적절한 건강관리를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감정의들도 '망인의 업무가 만성적 과중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망인의 기저질환 중 비만, 고혈압, 당뇨, 흡연, 음주 등이 대뇌동맥류 형성 및 파열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서를 제시했다"며 "원고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와 같은 의학적 견해를 뒤집을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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