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공정 등 첨단 반도체 라인 신설 영향
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량 이전 전략 마련 필요성 ↑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내 설비 확장 가능 규모를 5% 이내로 제한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중국 신규 투자가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반도체법상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의 최종안을 확정했다. 미국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의 경우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법상 웨이퍼 기준 10년 간 5% 이하까지만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 확장을 허용해주기로 했다.
당초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미국 정부에 요청한 '5%→10% 상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허용치인 5% 기준 이상으로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장하면 미국 정부에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이번에 미국이 내놓은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 확장 5% 제한은 국내 기업들이 기존 중국 내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생산시설 투자 등 중국 내 사업 확장이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미국 정부에 보조금 신청을 완료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내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는 상태라 향후 생산 시설 확장에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의 40%,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과 다롄 공장에서 각각 D램의 40%, 낸드플래시의 30%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10년 간 5% 초과해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 최종 확정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중국 내 사업 확장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기자회견하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현재까지 국내 기업들은 중국 현지 공장의 웨이퍼 투입량을 높여왔던데다 현재 중국 공장의 반도체 생산 비중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초미세공정 등 첨단 반도체 공정 경쟁이 심화되면서 공장 라인 신설 등 생산 시설의 증설 필요성이 커질 것을 감안하면 현재 중국 위주의 반도체 생산 구조를 전환할 수 있는 별도의 전략 수정이 요구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기조가 계속되는 와중에 중국 정부 또한 자국의 갈륨과 게르마늄 등 반도체 재료 수출 금지로 반격에 나서고 있는 점도 장기적인 중국 공장 운영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는 전략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사업장 집중화 및 중국 공장의 구형 공정 비율 전환 등을 당장 국내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고 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이번 가드레일 조항은 중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더 이상 키우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미세 공정 등 첨단 반도체 생산력을 국내로 이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기 보다는 생산 능력을 전환하는 작업을 먼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미국은 각 기업들의 상황을 봐주지 않는 이례적인 급진적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즉각적으로 생산 계획을 바꾸기 어려운 만큼 중국 내 생산을 일부 줄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경석 KB경영연구소 연구원도 "중국 이외의 지역(한국·미국 등)에서 중국 생산량을 대체할 수 있는 공장 증설 완료 시점까지 중국 내 메모리 생산물량을 서서히 줄이는 전략 모색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기술 개발로 집적도를 높여 같은 웨이퍼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증산을 할 수 있어 생산 능력 확장 제한이 국내 기업들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또 5% 초과 확장시 투자 금액을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로 제한했던 3월 가드레일 초안을 이번 최종안에서는 기업과 협약을 통해 정하도록 변경한 점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요구가 일부 수용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