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경태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얻은 유명세를 통해 6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택배기사 커플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1-3형사항소부(소병석 부장판사)는 이날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34)씨와 여자친구 A(39)씨에 대해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3년 형을 선고했다. 또한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어 배상명령 신청 역시 각하했다.
앞서 지난 1월 재판부는 1심에서 이들 커플에게 각각 징역 2년과 7년 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후 김씨와 검찰은 해당 판결에 대해 쌍방항소를 했다.
경태아부지 인스타그램 캡처[사진=반려견 경태] 2022.10.07 allpass@newspim.com |
재판부는 일부 범행에 대해 가담하지 않았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SNS '경태 아부지' 계정은 김씨 소유의 계정이며 A씨가 피해자와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같은 메시지함을 쓰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또한 피해 금액 대부분이 김씨 소유의 계좌로 입금됐으며 해당 계좌 알림 기능을 통해 입금 사실을 인지했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원심에서 A씨의 단독범행으로 판결이 난 4억 8000여만원에 대해서는 "A씨의 범행은 문자나 통화로 이뤄졌으며 김씨가 이를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김씨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위해선 대포 통장을 이용해 도박했거나 입금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판단할 자료가 충분치 않다"며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5일 김씨가 A씨와 후원금을 편취한 대포계좌 정보 등 추가 증거를 제출하며 1심과 같이 5년 형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한편 A씨는 형이 무겁다는 취지로 벌인 해당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4년이나 감형된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이날 자신의 아이와 함께 재판에 참석했다.
재판부는 "A씨는 출산을 이유로 구속정지결정 처분을 받아 석방되었지만 정해진 기일에 입소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아이 보호자인 점이 이해돼도 상당 기간 구속집행 정지가 됐던 점을 고려하면 불리한 요소"라고 질타했다.
다만 "동종전과가 없는 점, 보호해야 할 자녀가 있는 점, 피해자와 합의하는 등 피해 금액 상당 부분 변제한 점, 동물보호 협회에 약 4000만원을 기부한 점 등은 유리한 정황"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씨와 A씨는 지난 2020년 유기견이었던 경태를 택배 차량에 태우고 다니며 이를 SNS에 올려 '경태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반려견의 치료비 명목으로 계좌를 열어 1만2808명으로부터 약 6억1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았지만 횡령 의혹이 불거지자 돌연 SNS 계정을 닫고 잠적했다.
검찰 측에 따르면 이들은 횡령한 후원금을 인터넷 도박 등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의 조사 요구에 불응하고 도피 생활을 전전하다 6개월 만에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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