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만성질환자·워킹맘 등 소비자 도움되는 비대면진료
법제화 앞두고 난항…책임 소재 따지기도 어려워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정부가 주관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중 가장 많은 국민에게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는 제도는 단연 '비대면 진료'다. 하지만 제도화 추진을 앞두고 비대면 진료는 '의료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명목이 무색해지고 있다. 다양한 규제로 사업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사업모델이 정착되더라도 사각지대 때문에 무용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원격의료학회는 오는 23일 공청회를 연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비대면진료는 지난 6월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돼 왔으며, 오는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법제화가 논의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7일 서울 중구 보아스 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오재국 원장이 어제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전화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 있다. 2022.02.17 pangbin@newspim.com |
현 정부가 육성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에는 다양한 사업이 있지만 비대면 진료는 특히 의료 소비자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인공지능(AI) 진단이 의학계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정신질환에서 부상하고 있다면 비대면 진료는 보다 많은 의료 소비자에게 닿을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과 만성 질환자가 집에서 편하게 진료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아과 오픈런이 벌어지는 최근에는 워킹맘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 역시 의료서비스에 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환자들이 병원에 갈 때 전문의 진료과목을 모르는 경우도 있는 등 의료시장에서 정보 격차가 심하다"며 "비대면진료 앱에서는 지금까지 받았던 진료 리스트를 볼 수 있으며, 약국에서 어떤 약을 받았다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의 고질적 문제점 '갑질'이 비대면진료 플랫폼에서 불거질 가능성도 낮다. 진료를 받은 지 3년 안에 의료수가가 책정되는 건강보험제도 특성상 의료비 전체가 얼마인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플랫폼 입장에서는 의료수가를 제외하고 환자 부담금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 금액이 높지 않다는 것. 플랫폼 측에서는 수수료를 높일 유인책이 낮아 배너 광고나 프리미엄 서비스 등으로 돈을 벌 거라고 예측된다.
다만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법제화가 진행되더라도 국민이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비대면진료 범위가 지나치게 좁기 때문이다. 현재 비대면 진료의 대상은 '재진 환자'를 원칙으로 한다. 이때 재진 환자의 요건은 30일 내 대면 진료를 받았던 의료기관에서 동일 질병으로 진료를 받는 것으로 규정이 까다롭다. 섬,벽지에 사는 환자에게는 초진을 허용하나 보험료 경감고시에 규정된 지역에만 한정되는데 지리상 가까운 지역에서도 허가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구분되기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와 약사가 새로운 의료 서비스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논의 진전이 지지부진되고 있다.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를 보지 않고 처방을 내리게 되는 만큼 오진의 위험이 있고, 까다로운 비대면진료 대상을 가려내는 게 번거롭다. 약사 입장에서는 의약품을 직접 주지 않고 배달하는 과정에서 약이 관리되지 못하며 손상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회장은 비대면진료가 입법화된다면 처방료를 비급여로 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결국 비대면진료가 기능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 개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법안 만들기가 지지부진하며 의료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최근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불법 복제약이 유통됐지만 약국과 플랫폼에서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의료법, 보건의료발전기본법, 감염병예방법, 개인정보 보호법, 약사법, 건강보험법 등에 대한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지만, 정작 이를 주관해야 하는 보건복지부 측에서는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복지부 측에서 각각의 역할을 분명히 규정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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