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스라엘·영국 등서 비대면 진료 구체화
한국 첫 걸음 뗐지만…"좁은 허용범위에 사업 어려울까 우려"
의료진 "국내 현실 맞는 대안 제공도 필요"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일본 건강관리 플랫폼 메디컬노트는 피임약 처방 서비스를 연 지 3년 만에 처방을 약 6만5000건 이뤄냈다. 여성이 성(性)적 주제나 통증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게 어려운 일본 사회에서 비대면 진료는 건강관리를 할 만한 공간을 열어줬다.
일본, 이스라엘, 영국 등 비대면 진료가 각국 환경에 맞게 발전하고 있는 와중에 한국의 비대면 진료 현황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시범사업 과정이지만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관련 데이터를 마련하지 못한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현실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출범 2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이스라엘 아크(ARK) 혁신센터 관계자는 원격진료에 확장현실(XR)과 인공지능(AI)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도 지난 2020년부터 비대면 진료가 급증하면서 받아야 할 환자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비대면 진료 사업이 구체화되는 셈이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출범 2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연사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3.08.08 hello@newspim.com |
해외에서는 일찍이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뒷받침해 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디지털 헬스 산업 지원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약 2억7500만 달러(3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해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정부-병원-스타트업의 협력관계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비대면 진료 정책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현재는 코로나로 발령된 특례조치가 영구화됐으며, 환자가 진찰부터 약 수령까지 자택에서 해결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완전히 보급되지는 않았으나 서비스 이용이 비교적 용이하다. 한국에서는 기간을 넘기거나 다른 병명으로 병원을 찾을 경우 대면 진료가 원칙이라면, 일본에서는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비대면 진료는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 6월부터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정부는 진료를 제도화하기 위해 오는 18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심사 후 오는 24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초진과 약 배송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비대면진료의 범주가 지나치게 좁아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대면진료 보편화를 위해서는 해외 상황을 감안하되 국내 현실에 맞는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세라 서울특별시이사회 부회장은 "해외와 한국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경우 비대면진료에 대한 원칙을 세우기 어렵다"면서 "한국과 달리 영국 의사들은 공무원에 가깝고 공공의료를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초진의 경우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권용진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국내 플랫폼이 의사들과 협업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황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우리나라 의학의 연구 근거(evidence)는 영국이나 일본보다 더 높다. 한국 의료는 미국 시스템에 가까운 나라인 만큼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하지 않으면 의사들이 수용하지 않는다"며 "온라인 오프라인을 직접적으로 비교해야 설득 논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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