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정부지출 전년비 57.7조↓…진도율 55.1%
세수부족에 내년 예산 증가율도 3%대 그칠 전망
G2 리스크에 경기 경착륙 우려…재정 역할 강조
KDI, 재정지출 감소가 성장률 전망 위험요인 지적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올해 역대급 세수 결손이 예고되면서 정부가 지출 조이기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건전성 강화 기조에 발맞춘 행보다.
그러나 최근 중국 부동산 유동성 위기와 미국의 고금리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의 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한 재정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재정건전성만 앞세우다가 자칫 경기 부진의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6월까지 351조7000억원을 지출했다. 작년 동기 대비 57조7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본예산(638조7000억원) 대비 진도율은 55.1%에 머물렀다. 작년 같은 기간 총지출 진도율이 60.2%였던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씀씀이를 조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래프 참고).
정부는 내년 지출 예산 증가율도 2017년(3.7%) 이후 7년 만에 3%대로 잡고 예산 편성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7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한국의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7%까지 둔화한 점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 최소화 노력이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재정지출을 줄였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정부가 지출 조이기에 나선 배경에는 세수 부족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올 상반기 국세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9조7000억원 감소했다. 진도율은 44.6%로, 2000년 이후 가장 낮다. 연말까지 작년과 똑같은 규모의 세금이 걷힌다고 가정하더라도 올해 세수는 당초 예측(400조5000억원)보다 44조4000억원이 모자란다.
세수가 부족한 데다 재정건정성을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부진에도 재정지출을 늘리지 않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대신 감세와 민간의 수출·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미국발(發) 고금리 장기화와 중국발(發) 경제위기로 국내 경기가 위축될 경우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할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한 재정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2023.08.17 photo@newspim.com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대내적으로 세입 여건 악화 등으로 재정지출이 계획된 수준보다 줄어들 경우 일시적으로 국내 수요가 감소할 것을 우려했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정부의 지출 감소가 성장률 전망의 위험 요인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과 저출산 문제 해소, 수출 다변화 등이 여러 요인이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금의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dream7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