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등 제외하고 사실상 최저 경제성장률
민간소비 2.1%, 설비 -2.3% 등 전망…내수·수출 부진
금융시장 모니터링 강화 시급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3년 3/4분기' 보고서를 통해 내수·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1.3%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등 경제위기 등 경제 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실적이다.
한경연은 이 같은 경기 부진의 이유로 장기간 점진적으로 진행되어 온 경제 여건의 부실화와 성장 모멘텀 약화를 비롯해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 지연 가시화를 지목했다. 한경연은 이들 요인으로 연말까지 경기 반등을 이뤄내기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경연은 내수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가 2.1% 성장에 그친 것이 경기 부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금리 급등에 따라 가중된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 등 구조적 원인 역시 민간소비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한경연은 또 기업실적 부진으로 인한 명목임금 상승률 정체와 고물가 등으로 인한 실질구매력 약화로 소비여건이 위축돼 하방압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평택항만 전경. [사진=평택해수청] |
특히 한경연은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해 온 설비투자가 내수침체와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라 반도체 등 IT 부문 외 투자가 급감, -2.3%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건축부문의 공사차질과 부동산PF 부실 등 불안요인이 해소되지 못해 -0.7%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수출은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감소하고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이 지연하면서 0.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한경연은 대내 경기부진에 따른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폭을 뛰어 넘으면서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한경연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 수요압력 저하 및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지난해(5.1%)보다 1.8p 낮아진 3.3%로 전망했다. 폭염과 장마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과 최근 급등한 국제유가로 소비자물가의 하락세는 다소 완만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한경연은 경제위기 때마다 경기 반등의 효자 역할을 했던 수출이 중국 및 주요국의 경기 반등 부진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해 연내에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 힘들 것으로 봤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가 올해 안에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 상황이다"며 "중국의 경기반등 무산으로 인한 영향이 미국 등 주요 교역국으로 파급된다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금융시장 리스크 확산 방지를 위해 세심한 모니터링 및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경기불황과 고금리 상황 지속에 따라 연체율 급등 및 금융기관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며 "불안감을 더해가고 있는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예기치 못한 금융시장의 충격이 경제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대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