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사건관계인들 재판 진행 중…이 대표 등 핵심만 남아
이 대표 이어 '돈봉투 수수자' 20명도 줄소환 예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과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수사가 사실상 이 대표만을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대표의 신병 처리를 결정하기 전, 그를 직접 조사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갈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검찰과 민주당 사이의 기 싸움이 재연될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법조계 안팎에선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가 8월 중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07.26 pangbin@newspim.com |
◆ 李, '대북 송금·백현동' 최종 윗선 지목
이 대표는 대북 송금 사건과 백현동 사건의 최종 윗선으로 지목된 상황이다.
특히 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쌍방울의 대북 송금 대납을 사전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하면서 의혹이 더 커지기도 했다.
다만 이 전 부지사 측은 최근 진술을 번복했고, 이에 그의 앞선 발언을 두고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압박해 없는 진술을 얻어냈다는 측과 민주당이 그를 압박해 진술 번복을 끌어냈다는 측 간의 진실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백현동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전날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정 전 실장은 이 대표의 최측근이자 그의 정치 공동체로 꼽히는 인물로, 사실상 검찰 수사가 이 대표 목전까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두 사건은 현재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대북 송금 사건에선 이 전 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이, 백현동 사건에선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 등 주요 인물들이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이 대표 조사만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검찰이 이 대표를 조사한 뒤 그에 대한 신병 처리 방향을 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검찰이 소환을 통보하면 적극 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檢-野, 갈등 격화하나…이재명 이어 '돈봉투 수수자' 줄소환도 예고
그동안 민주당과 검찰 사이 갈등의 골은 계속 깊어져 왔다. 검찰 수사에 반발한 민주당은 여론전을 펼치고 압수수색을 몸으로 막기도 했으며, 항의차 대검찰청을 포함한 여러 검찰청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장 지난 23일에도 박범계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4명은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관련 항의차 수원지검을 방문한 뒤 지검장 면담이 불발되자 농성을 벌이기까지 했다.
민주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정권이 교체된 후 최근 '돈봉투 사건'까지, 검찰이 야당을 겨냥해 과잉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은 여러 차례 '야당 탄압'이라며 검찰을 비판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또다시 이 대표에 대한 소환을 통보할 경우 검찰과 민주당의 갈등이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올 초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대장동 사건'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 중앙지검에서 각각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문제는 이 대표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시 후보(전 당대표) 캠프로부터 300만원의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 의원 '수수자'를 특정해 나가고 있다.
검찰은 수수자 특정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들을 순차적으로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당대표를 포함해 의원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는 모습은 밖에서 보기에 매우 부적절하고, 내년 총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결국 민주당 입장에선 검찰 수사 자체에 반발하는 입장을 유지해 나갈 수밖에 없어 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