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세안회의 직전 ICBM 발사로 외면 자초
4개 의장성명에 처음으로 '北억류자 문제' 포함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안보 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소속 외교장관들이 17일(현지시각)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강조한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18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ARF 등 4개의 의장성명은 지난 1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와 핵·미사일 개발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단호하고 단합된 의지를 표명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제12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07.14 [사진=외교부] |
아세안 외교장관들의 공동성명에 이어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ARF가 북한의 ICBM 발사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는 우려를 담은 의장성명을 채택하면서 아세안에서 북한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ARF는 이날 발표한 의장성명에서 "이번 회의는 모든 관련 당사국들이 평화적 대화를 재개하고 비핵화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든 관련 당사자 간의 평화적인 대화에 도움이 되는 환경 조성을 포함한 외교적 노력은 우선순위로 유지해야 한다"며 "이번 회의는 ARF와 같은 아세안 주도 협의체를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관련 당사자들 간의 평화적인 대화에 도움이 되는 분위기를 증진하는 데 있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있음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ARF 등 4개의 의장성명은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한 한반도에서의 긴장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우려스러운 동향이라며,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들의 완전한 이행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뤄내기 위한 노력에 주목하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위협에 대응한 단호하고 단합된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에 채택된 4개의 의장성명에는 특히 인도적 우려로서 북한의 한국 억류자 문제가 처음으로 포함됐다. 한-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의장성명이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지난해 '환영'(welcome)에서 올해 '지지'(support)로 격상한 것도 눈에 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의장성명에 대해 크게 세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먼저 지난 1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아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단호한 규탄 입장을 앞에서 발표한 바 있다"며 "별도의 공동성명에서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엄중한 우려와 깊은 경악을 표명하고, 북한이 긴장 완화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두 번째로는 이번 4개의 채택된 공동성명에는 과거와 달리 남북 양측의 상호 자제 등 그러한 양비론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며 "마지막 세 번째로는 아세안 측이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입장을 작년에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올해는 지지한다는 입장으로 한 차원 더 높게 격상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4개의 의장성명 모두 인도적인 우려로서 우리 측의 억류자 문제가 처음으로 반영된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세안 외교장관 차원의 대북 공동성명은 2016년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7년 만이다.
올해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채택된 4개 의장성명에는 이 밖에 주요 의제인 ▲협력 현황 및 미래 방향 ▲지역 및 국제정세 관련 논의 사항 등이 반영됐다.
특히 올해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 AOIP) 지지 확보 및 이를 통한 성장의 중심(Epicentrum of Growth)으로서 아세안의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장국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의도가 반영됐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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