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KDI FOCUS 발간…배출권거래제 개선 방안 제시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국내 배출권거래제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8일 발간한 'KDI FOCUS'에서는 배출권거래제의 시장 기능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란 정부가 온실가스 다배출 사업장에 매년 일정량의 배출권을 할당하고, 남거나 모자라는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참여기업들이 온실가스를 감축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과 배출권 가격을 비교해 유리한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특징으로, 한국에서는 2015년에 도입됐다.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허용된 배출량이 국가 배출량의 73.5%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대표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평가된다.
[자료=KDI] 2023.07.18 soy22@newspim.com |
하지만 KDI는 현재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가격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대폭 상향된 만큼 배출권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배출권 가격은 오히려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배출권 가격은 2019년 말~2020년 초반까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가 2020~2021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 전세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상향되면서 다른 국가들의 배출권 가격이 2~3배 이상 급상승한 것과는 상반되는 움직임이다.
문제는 배출권 가격이 낮게 유지되면서 참여기업들은 실질적인 '감축' 보다 배출권 구매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온실가스 감축 설비, 기술에 투자할 유인을 줄이고 배출권을 사는 방식으로 배출권거래제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배출권 판매 수익을 재원으로 하는 기후대응기금의 규모도 축소되는 문제도 생긴다.
KDI는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당한 수준으로 상향된 상황에서 배출권 가격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현재 시장에 반영되지 못하고 배출권거래제의 가격기능이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으며 시장 효율성이 저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국내 배출권거래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이월' 제한이 꼽힌다.
배출권 이월이란 참여기업들이 사용하지 않고 남은 배출권을 다음 연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이다.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할 때 연단위가 아닌, 장기적 시각에서 결정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은 2015년 배출권거래제 도입 당시 이월이 허용됐지만 거래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일부 기업들의 불만에 따라 2017년부터 이월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는 순매도량을 기준으로 제한하기 시작해 그 기준이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이는 기업들의 배출권 확보 수요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기업들은 배출권을 보유하고 있어도 결국 도래할 만기로 인해 미래에 활용하는 것이 제한되고, 이는 곧 배출권의 가격기능과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윤여창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배출권거래제의 시장 기능 개선 방안' 보고서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KDI] 2023.07.18 soy22@newspim.com |
윤여창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이월 제한의 의미는 결국 배출권이라는 재화에 일종의 만기가 부여된 상황"이라며 "거래시장에서 배출권을 많이 팔면 팔수록 남아있는 배출권의 만기가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시장에서 매도를 유도하기 위해서 이 이월 제한이 도입된 만큼 이로 인해 배출권 가격은 자연스럽게 하락하고 있다"며 "현재 배출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만기로 인해 이를 미래에 활용하는 것이 굉장히 제한되기 때문에 굳이 배출권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KDI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월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동시에 추가적인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선 이월 제한 완화로 인해 확대될 수 있는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명시적인 시장 안정화 제도를 도입하고, 유상할당 업체로 제한돼있는 배출권 경매의 참여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상향된 감축목표를 반영한 총공급량을 사전에 공고해 예측 가능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윤 연구위원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의사결정은 인력을 확충하거나 혹은 기술이나 설비에 투자하는 등 장기간에 걸친 의사결정을 요구한"며 "그러나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계획기간이 시작되기 1~2년 직전에 계획이 발표돼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출권 공급량에 대한 장기계획을 공고함으로써 시장 운영의 예측가능성을 개선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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