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24.95%·2분기 5.3% 인상, 3분기 동결에도 부담
전기료 1킬로와트시 당 1원 오르면 비용 70억 증가
철강 시황 안 좋은데 비용만 인상, 중견업체 이미 감산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경기침체로 철강 시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와 올해 이어진 전기료 인상으로 철강업체들이 신음하고 있다.
정부가 3분기 전기료를 동결하면서 철강업체들은 한숨 돌렸지만, 한국전력의 경영난으로 올해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미 중견 철강사들을 중심으로 높은 전기료를 피하기 위해 일정 시간 공장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철강업계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한국전력은 지난 해와 올해 전기요금을 적지 않게 올렸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료는 지난해 12.5% 인상됐으며, 1분기에 24.95%, 2분기 5.3% 올랐다.
한국전력은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은 물가와 산업계의 어려움을 이유로 2분기와 동일한 kWh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2021년 기준 전기료와 비교하면 50% 가량 가격이 오른 상태다. 이는 그대로 기업들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용광로 작업 모습 [사진=뉴스핌DB] |
◆ 포스코, 사용 전기 80% 자체 발전 "엄청난 악영향 없다"
현대제철·동국제강은 부담 "올해 2분기까지 1400억 추가"
철강업계는 최근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철근 등 건축자재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 또 다른 주요 수요처인 조선도 최근 몇 년 치의 일감을 쌓아둘 정도지만, 장기 침체의 여파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비용이 크게 인상됐다.
국내 철강업계 3강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모두 전기세가 부담스럽지만, 포스코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포스코는 사용 전기의 80%를 부생가스와 LNG 자체 발전을 위해 해결하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용 전기량의 80%를 자체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원가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거나 위기가 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약 20% 가량이 되는 포스코의 외부 전력도 규모가 상당해 부담이 없지는 않은 상황이다.
포스코는 사용 전기의 80%를 부생가스와 LNG를 이용한 발전으로 충당한다. [사진= 포스코] |
전기로를 많이 사용하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부담이 크다. 전기료가 1킬로와트시 당 1원 오르면 비용은 70억 원 증가한다.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까지 총 1400억 원의 전기요금이 추가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존재하며, 원자재와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해 제품가 인상이 필요한 상황으로 최대한 제품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고객사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와 함께 "산업계와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현재 3.7%의 전력산업발전기금 요율에 대한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도 "지난해 전기료로 2400억 원 정도 비용을 제출했고, 이는 2021년에 비해 400억 원 정도 더 부담한 것인데 올해도 상당 부분 비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부생가스를 이용해 자체 발전에 나서고, 전기로 생산 효율을 향상시킨다거나 전력비가 좋은 설비를 쓰는 방식을 통해 전기료 인상에 맞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기료가 저렴한 야간에 집중해 조업을 하는 방식 등올 원가 절감 노력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 철근공장 생산 모습 (냉각대) [사진= 현대제철] |
◆대기업 보다 상황 심각한 중견업체 "벌써 7~8시간씩 공장 중단"
"규모의 경제 따라갈 수 없다, 원자재 값 더 오르면 공장 못 돌려"
문제는 이른바 철강 빅3가 아닌 중견업체들이다.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철골 강재 등을 위주로 하는 중견업체들은 현재도 7~8시간씩 공장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한 중견철강업체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많이 뛰었는데 여기에 제조 비용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료가 연거푸 인상이 되고, 더욱이 너무 급격히 오르고 있어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시황이 좋다면 마진이 적더라도 생산을 많이 해서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데 현재는 건설경기가 많이 죽어있어 감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원가 자제가 많이 올라가다보니 중견업체는 적자 내지는 수익을 보기 힘든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철강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포스코는 규모의 경제로 이윤을 볼 수 있지만 중견업체는 이를 따라갈 수 없다"라며 "결국 약육강식 형태로 규모의 경제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전기료가 작년 수준이라도 되면 공장을 돌릴 수 있는데 지금은 중견업체들은 감산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건설 경기가 더 침체하거나 원자재 값이 더 폭등한다면 공장을 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하루에 7시간, 8시간씩 공장을 세우고 있는데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장기화된 수요 침체 속에서 원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구조는 철강산업의 수익성을 급격히 약화시키고 있다"라며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하기도 어려움이 있는데 수요는 없고, 원가 비중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