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CPI, 전년 대비로 2.6% 올라 상승폭 확대 전망
美 실효 관세율 16.6%로 크게 올라
월러 등 소수 비둘기파 입장 선회 주목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이번 주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시선이 6월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에 쏠렸다. 지난달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물가 지표에 나타난 관세 영향의 정도에 따라 하반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전망도 다시 한번 출렁일 수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5일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이 발표하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6% 각각 올랐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5월 0.1%와 2.4%보다 오름폭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해 보다 기조적인 물가 오름세를 보여주는 근원 CPI도 6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9% 상승해 5월의 0.1%와 2.8%보다 빠른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6월 물가 상승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반영됐을 가능성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와 철강 및 알루미늄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주요 교역국에 10%의 기본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2.5%에서 16.6%로 치솟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당시 1.5%에서 2.5%로 실효 관세율이 오른 것과도 크게 대조된다.
아직 적용되고 있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할 경우 이 같은 실효 관세율은 더욱 높아진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8월 1일 시행하기로 한 상호관세가 모두 부과될 경우 실효 관세율이 20.6%로 더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1910년 이후 최고치로 1930년대 대공황을 악화한 것으로 평가되는 스무트 홀트 관세법(Smoot-Hawley tariffs) 시행 당시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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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관세가 물가 오름세 3분의 1 기여"
전문가들은 연준이 고금리 정책을 통해 목표치 부근으로 낮춘 인플레이션이 다시 뜨거워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BMO 캐피털 마켓의 스콧 앤더슨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통령이 여러 나라에 대해 새로운 고율 관세를 잇달아 부과하려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협에서 아직 벗어난 건 확실히 아니다"고 지적했다.
EY 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데이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기업들이 관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 환경"이라며 "관세가 전체 월간 물가 상승의 약 3분의 1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하며 여름 후반에 더 큰 충격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물가에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가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일 포르투갈의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우리는 여름이 지나면서 다소 높아진 (인플레) 수치를 기대한다"면서 연준 위원들이 이 같은 영향이 예상보다 더 높거나 더 낮은, 혹은 일찍, 더 늦게 나타날 가능성에 준비됐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은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금리 인하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마이클 보먼 이사는 물가 오름세가 미미하다면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열려있다고 밝혔지만, 대다수 위원은 이보다 늦은 올해 후반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15일 공개되는 CPI 상승률이 기대 이상으로 높아진다면 연준 비둘기파(금리 인하 선호)의 금리 인하 근거를 빼앗을 수 있다.
반대로 CPI가 예상보다 완만한 오름세를 보인다면 일시적으로라도 비둘기파의 주장에는 힘이 실릴 수 있다. 월러 이사는 지난주 "나는 우리가 너무 긴축됐다고 생각하며 7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며 "나는 이것에 대해 소수 의견에 속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왜 이렇게 할 수 있는지를 경제적 관점에서 아주 분명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해 왔으며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월러 이사는 오는 2026년 5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다.
이날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경제가 약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 한 금리 인하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맥 총재는 "나는 회복력이 있는 경제를 보고 있다"며 "고용시장에서 뚜렷한 약세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3% 바로 아래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연준이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보다 약간 높게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