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준 부촌에 3배 많은 영업점 집중
강남은 1만명당 3.8개, 노원은 0.7개 그쳐
5대 은행 부촌 편중 여전, 인프라 개선해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5대 은행의 영업점 '부촌 편중'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익성 등을 이유로 최근 5년간 서울에서만 20% 이상 영업점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강남 등 부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는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5배 이상 많은 지점이 운영중이다. 고객편의를 위한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각 은행과 은행연합회, 서울시 통계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서울 영업점은 총 1297개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1643개와 비교하면 5년동안 21%(346개) 감소한 규모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303개로 가장 많았고 그동안 최다 영업점 타이틀을 놓지 않았던 국민은행이 올해만 서울에서 27개 영업점을 통폐합하며 297개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 297개, 하나은행 239개, 농협은행 161개 등이다.
영업점 감소에서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이 많이 살고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에 더 많은 인프라를 집중시키는 이른바 '부촌 편중'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에서 5대 은행 영업점이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200개가 넘는 204개가 운영중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대표 지역으로 꼽히는 노원(38개), 도봉(16개), 강북(16개) 등 이른바 '노도강'의 경우 운영중인 5대 은행 영업점을 합해도 70개에 불과하다. 자치구 세곳의 합산이 강남구 한곳 대비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재정자립도를 기준으로 상하위 지역을 비교하면 편중 현상을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말 기준 재정자립도 상위 8개 서울시 자치구(강남·서초·중구·종로·송파·영등포·성동·마포)에는 5대 은행 전체 영업점에 58%에 달하는 754개가 운영중이다.
하지만 하위 8개 자치구(노원·강북·은평·중랑·도봉·관악·성북·강서)는 17%에 해당하는 226개에 불과하다. 부촌 지역에 3배 이상 많이 영업점이 집중됐다는 의미다.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의 중요성을 감안해도 은행들의 부촌 편중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산이 아닌 인구수를 기준으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은행권 설명도 근거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자립도 1위이자 인구 3위(53.6만명)인 강남구는 1만명당 3.8개의 5대 은행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재정자립도 최하위이자 인구 4위(50.1만명)인 노원구는 0.7개에 그쳤다. 재정자립도 6위, 인구 1위인 송파구(1.33개)와 재정자립도 18위, 인구 2위인 강서구(0.7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은 단순히 해당 지역의 경제 수준이 아니라 거주 및 유동인구 규모, 지역민 연령대, 인근 지역의 인프라 등 다양한 조건을 반영해 개소 여부를 결정한다. 사람이 많으면 재산도 많은 경우가 많아 수치상 그렇게 보일 뿐 의도적으로 부촌에 영업점을 더 많이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며 "비대면 영업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이 같은 편중 현상은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며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