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뇌출혈로 쓰러진 내연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국토연구원 전 부원장이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 국토연구원 부원장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19년 8월16일 세종시에 있는 자신의 숙소에서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내연 관계 여직원 B씨를 구호 조치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가 B씨에 대한 구호조치를 하지 앉을 경우 그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인식했고, 119에 신고하거나 곧바로 병원에 데리고 가는 등 구호조치를 했다면 B씨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의식이 없는 B씨를 집 밖으로 끌고 나오면서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그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행위를 했고, B씨가 사망에 이를 때까지 그를 승용차 뒷자석 레그룸 부분에 방치하기도 했다.
1심은 "B씨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시반이 확인되는 등 사망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이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B씨에 대한 구호조치 의무를 이행했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B씨는 A씨와 특별한 개인적 신뢰 관계에 있었고, 밤늦은 시간 A씨의 숙소에서 오직 둘만 있던 중 의식을 잃은 건강이상 상태에 빠지게 됐다"며 "이를 인지한 A씨에게는 신의칙, 사회상규 혹은 조리에 따라 119신고 등 구호조치할 작위의무가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119 신고 등 구호조치를 이행했더라면 B씨는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있었으므로, 구호조치 의무 불이행과 B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A씨는 내연관계 등이 드러나 본인의 명예, 사회적 지위 등이 실추될 것을 두려워해 B씨를 내버려 뒀으므로 미필적 살해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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