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간 불법구금...극심한 육체·정신적 고통"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 당시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2년 반 동안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김도균 부장판사)는 1일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이 사건은 삼청교육대 관련 사건으로 당시 계엄법 13조와 유신헌법 제54조1항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계엄포고는 헌법에 위배되어 무효이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입장에서 계엄포고의 발령과 적용, 집행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 2018년 대법원은 삼청교육대의 근거가 된 계엄포고령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원고는 국가기관에 의해 2년 6개월에 이르는 상당 기간 불법구금돼 강제로 순화교육을 받고 노역을 하는 등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삼청교육대에서 상당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한 것에 비춰볼 때 원고 역시 가혹행위 또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가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대리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80년 10월경 경찰서에 불법 구금됐다가 삼청교육대로 인계돼 같은 해 12월부터 강원 원주 소재 31사단에서 이른바 '순화교육'을 받았다. 이후 1981년 12월에는 청송보호감호소로 이송됐다.
A씨는 도로 정비사업, 벙커 만들기, 군사시설 정비 등 강제노역에 투입되고 잦은 구타에 시달렸으며 이 같은 인권유린 행위는 A씨가 1983년 6월 출소할 때까지 계속 됐다.
민변에 따르면 A씨는 삼청교육대 출신자라는 낙인과 그 당시 당한 폭력의 후유증으로 현재까지도 악몽을 꾸며 트라우마에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민변은 "A씨는 전두환 신군부가 저지른 내란죄의 피해자이자 국가폭력의 희생자이다. 이번 소송을 통해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나 온전히 한 시민이자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며 지난 2020년 A씨를 대리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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