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택시운전자 승소...대법서 확정
"강행규정 잠탈 위한 탈법 행위 역시 무효"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택시운수회사에서 근무하는 운전자가 운행 목적으로 지출한 유류비는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강행규정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 행위도 무효라는 최초 법리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경산교통 택시 운전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을 열어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에 따라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유류비를 자신이 부담하도록 해 그에 상당하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2017년 10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유류비와 함께 지연손해금을 달라고 소송에 나섰다.
해당 조항은 광역시의 군(광역시의 군은 제외) 지역을 제외한 사업구역의 택시운송사업자는 택시의 구입 및 운행에 드는 비용 중 택시구입비, 유류비, 세차비 등을 택시운수종사자에 부담시키지 못하게 돼 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2심은 A씨가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택시운송사업자가 택시운수종사자에게 운송비용을 전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유류비 부담 약정은 무효"라고 판단, 회사는 A씨에게 109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배된다는 회사 주장에 대해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강행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도 회사의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도 원심 판결에 손을 들어줬다.
대법은 "원심은 원고를 포함한 피고 소속 택시운수종사자들이 초과운송수입금에서 유류비를 부담하기로 하는 이 사건 유류비 부담 약정은 이 사건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며 "원심의 위 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강행규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 관계자는 "택시운송사업자가 유류비를 부담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노동조합과 사이에 외형상 유류비를 택시운송사업자가 부담하기로 정하되, 실질적으로는 유류비를 택시운전근로자에게 부담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가 납부할 사납금을 인상하는 합의를 하는 것과 같이 강행규정인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적인 행위 역시 무효라는 법리를 최초로 설시했다"며 의의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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