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대통령 "이미 배치 시작...보여줄 수도 있다"
러 핵무기 30년만에 해외 이전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무기들이 이미 자국의 영토로 이동, 배치되기 시작했다고 25일(현지시간) 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를 방문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 영토에 배치하는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이동해 저장하기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자신에게 알렸다면서 "핵무기 이전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핵무기 반입을 거듭 확인 요청하는 기자들에게 이를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우선 내가 직접 가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2023.03.27 kwonjiun@newspim.com |
한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빅토르 크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도 이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만나 러시아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 영토에 배치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 요청에 따라 이동 배치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이는 비핵화 합의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은 영토와 주권 보장을 약속 받고 자국내 배치됐던 구소련 시절 핵무기들을 포기했고, 러시아는 이들 무기를 자국 영토로 옮겨뒀다.
이에따라 러시아는 핵무기를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에 이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부 경계 지역으로 전전 배치시킨 셈이다. 벨라루스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와는 물론 우크라이나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지난 23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이 핵 종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한편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러시아와 벨라루스 전술 핵무기 이전 배치 합의를 "무책임한 행동"이라면서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생화학이나 핵무기를 사용하면 심각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겠다"고 경고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