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대형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인 저쿠(哲庫, ZEKU)가 지난 12일 급작스레 모든 사업을 종료하고, 종업원들과의 노동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한 후,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저쿠는 중국의 대형 스마트폰 업체인 오포(OPPO)가 2019년 설립한 업체다. 그동안 투자한 자금이 500억위안에 달하며, 해고되는 근로자수가 3000명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12일 당시 저쿠는 성명을 통해 "글로벌 경제와 스마트폰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회사를 폐업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시장이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소요되는 반도체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그동안 중국의 반도체업체들이 끊임없이 미국으로부터 강한 제재를 받아왔던 만큼, 중국의 네티즌들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저쿠가 사업을 접었을 것이라며, 강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반도체 전문 블로거는 17일 저쿠의 한 직원의 전언을 소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직원은 "오포는 투자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며, 저쿠는 3nm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을 개발중이었고, 저쿠 경영진이 미국을 방문한 직후 회사 폐업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이 글은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고, '미국이 저쿠를 블랙리스트에 등재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이로 인해 저쿠가 자진폐업했다'는 '미확인 주장'이 번져갔다.
반면, 저쿠가 AP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스마트폰 시장이 레드오션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을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접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AP는 퀄컴, 미디어텍의 제품이 주도하고 있다. 저쿠가 AP를 만들어내더라도, 퀄컴 제품의 가격이 더욱 저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저쿠의 제품이 가격은 비싸면서도 퀄컴 제품보다 퀄리티가 좋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 중국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저쿠는 2021년 12월 이미지프로세서인 마리실리콘X를 만들어 냈고, 2022말 블루투스 칩인 마리실리콘Y를 만들어냈다. 중국의 한 관계자는 "저쿠가 출시했던 두가지 칩 역시 혁신적인 것은 아닌, 범용제품이었다"고 평가했다.
OPPO의 창업자 중 한명인 돤융핑(段永平)은 16일 SNS에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면서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지만 어찌보면 이는 가장 작은 손실일 수 있다"고 자진폐업 결정을 두둔했다.
저쿠가 출시했던 마리실리콘X의 이미지[사진=바이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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