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치료 방법 없는 등 진폐증과 유사"
대법 "석면폐증 걸린 근로자도 진폐증에 걸린 근로자에 준하는 보호가 필요하다는 판결에 의의"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석면폐증에 대한 장해보상연금은 진폐증의 장해보상연금 기준에 맞춰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미지급보험급여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의 배우자인 B씨는 1977~1999년 모 회사에서 자동차 부분품 제조 업무를 수행했다. B씨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석면으로 인해 2014년 10월 석면폐증으로 장해등급 제11급 판정을 받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장해보상연금을 지급받았다.
이후 B씨는 2018년 10월 석면폐증 악화를 이유로 재요양 신청을 했다. 그는 같은 해 11월 입원 치료를 시작한 뒤 폐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폐 이식 거부반응 및 폐렴의 악화로 다음 해인 2019년 2월 사망했다. 한편 석면심사회의 결과 B씨는 '석면폐병형 2/2, 심폐 기능 F3(고도 장해)'로 판정돼 재요양 대상자로 결정됐다.
A씨는 재요양 신청 당시 특별진찰을 통해 B씨의 심폐기능이 F3로 확인됐으므로 장해등급이 상향됐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장해등급 제1급에 따른 미지급 보험급여(장해급여)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20년 4월 B씨가 폐 이식 후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지 못하고 이식 후 폐렴으로 사망했으므로 사망 전 증상 고정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이후 산헙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했으나 이 또한 기각됐다. 이에 A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사망 전 증상 고정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장해등급 제1급과 기지급받은 제11급의 차액에 해당하는 보험급여의 지급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석면폐증도 진폐증과 마찬가지로 장해등급기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면, 석면폐증이 완치되거나 그에 대한 치료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요구하지 않고 곧바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석면폐증이 진폐증과 유사하게 노출 장소를 떠나도 계속 진행되는 등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고, 석면폐증의 장해등급 또한 진폐증 장해등급 기준과 유사한 점 등에 비춰 장해급여 기준에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B씨는 석면폐병형이 제1형 이상이면서 동시에 심폐기능에 고도 장해가 남은 사람으로서, 이 사건 지침의 장해기준에 따라 장해등급 제1급에 해당한다"며 "폐이식을 통해 B씨에 대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장해급여의 지급을 거부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으며,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석면폐증에 걸린 근로자에 대해서도 진폐증에 걸린 근로자에 준하는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석면폐증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지 않더라도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함을 최초로 명시했다"며 이번 판결에 대한 의의를 전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