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분 연체시 자동해지 조항에도 임차인 승소
"변제액 충당시 상가임대차법상 특례기간은 제외"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상가임대료 3개월분이 연체되면 계약이 자동해지되는 것으로 정하더라도 임차인 보호 특례규정에 따라 6개월치 연체 차임을 공제한 결과 3개월분에 미달하는 경우 임대인이 계약해지를 주장하지 못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A씨는 2018년 7월 B씨와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상가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증금 1575만원, 월 차임(임대료) 262만원, 관리비 100만원으로 정했다.
B씨는 A씨가 임대료를 연체하자 계약 해지를 주장하며 같은 해 10월 A씨를 상대로 건물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송 과정에서 '차임 및 관리비 연체액 합계액이 3개월분에 달하면 임대차 계약은 자동해지된다'는 조항과 '자동해지되는 경우 해지일로부터 1개월 내 상가를 인도한다'는 내용에 합의하면서 조정이 성립됐다.
이후 A씨와 B씨는 보증금 1700만원, 월 차임 280만원, 관리비 100만원으로 정해 임대차 계약을 한 차례 갱신했으나 A씨는 2021년 9월까지 월 임대료 등 합계 3671만원을 연체했다.
그러자 B씨는 "조정 이후 A씨의 차임 연체액이 3개월분에 달해 조정 조항에 따라 계약이 자동해지됐다"며 건물 명도 집행을 시도했다.
A씨는 '2020년 9월 29일부터 6개월 동안의 연체 차임액을 계약 해지사유에서 정한 연체 차임액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9를 내세워 B씨의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는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조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임대료가 상가 임차인의 영업활동에 큰 부담이 되자 6개월의 특례기간은 임대인이 차임 연체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할 수 없도록 임차인 구제 취지에서 임시로 신설된 특례규정이다.
1심과 항소심은 상가임대차법 특례규정의 입법취지를 고려해 6개월 기간 동안의 차임 연체액은 계약해지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은 A씨가 개정 상가임대차법 시행일부터 2021년 3월 28일까지 6개월간 B씨에게 지급한 총 차임 1014만원 중 917만원은 민법상 법정변제충당 순서에 따라 특례기간 이전(2020년 9월 28일까지) 연체 차임에 충당되고 나머지 97만원은 특례기간 연체 차임에 충당된다며 6개월 기간 동안 A씨의 연체 차임 잔액을 총 2455만원으로 계산했다.
이어 "A씨가 2021년 9월까지 연체한 차임액 총 3671만원에서 2455만원을 공제하면 1216만원"이라며 "이는 차임과 관리비 3개월분인 1254만원에 미달해 조정 조항에서 정한 계약의 자동해지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도 임차인의 차임 채무 등 변제액 변제충당 시 2020년 9월 29일부터 6개월 기간 동안 연체된 차임에는 다른 기간 동안 연체된 차임보다 먼저 충당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상가임대차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기 때문에 특례규정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민법상 변제충당 규정이 적용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변제제공 시점에 이미 이행기가 도래한 연체 차임의 변제에 먼저 충당되고 그 중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9에 따른 '특례기간의 연체 차임'은 임대인의 계약갱신 거절권, 계약 해지권 등 권리 행사가 제한돼 상대적으로 변제이익이 적은 경우에 해당되므로 이행기가 도래한 다른 연체 차임보다 후순위로 충당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연체 차임 합계액 계산을 위한 변제충당 시에도 임차인 보호 취지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차인의 채무 변제액을 변제충당할 때 특례규정에서 정한 6개월 기간 동안 연체된 차임은 이행기가 도래한 다른 연체 차임보다 먼저 충당될 수 없고 연체 차임 충당에 관해 당사자가 다른 순서로 약정하거나 임대인이 다른 순서로 변제충당을 지정하는 경우는 임차인에게 불리해 무효임을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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