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지난 2015년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만난 A씨와 B씨는 약 2년간의 교제 끝에 피고인과 피해자 신분으로 마주하게 됐다.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A씨는 평소 수입차를 끌고 다니며 의사 직업과 재력을 자랑하고 다녔다고 한다. A씨는 "너랑은 처음부터 결혼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지인들에게도 B씨를 결혼할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등 B씨에게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것이라 믿게 했다.

신뢰를 쌓은 A씨는 "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테스트하는 것"이라며 B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A씨는 B씨로부터 현금 1억원 상당을 이체받고, B씨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1700만원 가량을 결제하는 등 돈을 편취한 뒤 돌려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A씨는 B씨와 교제하는 기간 동안 또 다른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해 다른 여성들을 만나고, 자신이 화가 난다는 이유로 B씨를 골프채로 폭행하고 얼굴과 머리, 복부 등을 수회 때리며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지난 2019년 사기, 폭행, 특수폭행, 상해,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yooksa@newspim.com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교제하는 기간 반복적으로 폭력과 상해를 가했다"며 폭행, 특수폭행,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믿고 돈을 지급한 데는 피고인의 직업이 의사이기 때문에 변제능력이 있다고 믿었던 것이 주된 이유"라며 "피고인이 직업 자체를 기망하지는 않았고, 소득이 적은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었던 것은 피해자도 알고 있었으며, 변제를 독촉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변제할 능력과 의사에 대해 피해자를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일부 혐의만 유죄만 인정하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에 쌍방이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는 교제하는 중간에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것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며 "피고인과 타 여성간의 만남이 피해자와의 관계가 소원할 때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해당 여성들은 피고인으로부터 금전적 피해를 입은 것이 없다고 증언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와 결혼할 의사나 변제할 의사 없이 피해자를 기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를 위해 3000만원을 공탁했고,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 양형조건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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