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피의자 10명 중 7명이 30대 이하
절반 이상이 '하부조직원'…'윗선' 누군지도 모른 채 이용되고 버려져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 진화했다. 어눌한 말씨로 전화해 계좌번호를 요구하던 보이스피싱은 가고 마약을 이용해 피해자를 범죄에 연루시켜 협박하거나 정확한 정보로 특정 집단을 타깃 삼아 맞춤형 사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기준 1만2816명의 피해자, 1450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지만 해결책은 요원하다. 개인이 어떻게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지, 국가 차원의 역할은 무엇인지 뉴스핌이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피고인도 보이스피싱을 당해 빚을 지자 다급히 해결하려는 생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이라 보인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20대 여성 A씨가 지난 21일 법정에 섰다. A씨는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1500만원 상당의 빚을 진 후 지난해 5월 수 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 조직원 지시에 따라 금융기관 대출 담당 직원 등을 사칭해 피해자 5명에게 1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판사 정우철)은 A씨에 대해 "엄연히 기망행위의 일부를 분담했고, 범행 수법에 비춰 피고인에게 위법성의 인식도 분명히 존재했다고 판단된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7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늘어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A씨와 같은 2,30대의 비중이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에 검거된 보이스피싱 피의자 3862명 중 2677명(69.3%)이 30대 이하였다. 연령대별 피의자 수는 구체적으로 ▲20대 이하 1782명 ▲30대 895명 ▲40대 585명 ▲50대 369명 ▲60대 194명 ▲70대 이상 37명 순이었다. 10명 중 7명이 사회초년생에 해당하는 30대 이하인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2,30대를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시키는 주된 경로는 '구인·구직 사이트'였다.
한 일선 경찰관은 "2,30대가 주로 접근하는 알바00, 알바0 등 사이트를 통해 '고액알바'라며 홍보하는 식이다 보니 이들 연령대의 가담률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루된 이들은 주로 하위 조직원에 해당하는 '연락책'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 검거 인원(3862명) 중 54.87%인 2119명이 하부조직원에 해당했으며 이어 ▲계좌 명의인(914명) ▲통신업자 등 기타(720명) 이었다. 관리책 등 조직 상선은 109명에 그쳤다.
하위 조직원에 가담한 이들은 조직 상선이 누군지도 모른 채 범죄에 이용되고 버려진다. 또 다른 일선 경찰관은 "정작 윗선은 필리핀이나 대만 등 외국에 거주하는 이들일 확률이 높다. 그들의 진짜 이름은 모르고 예명만 아는 채로 이용되다 보니 재판장에서도 '저는 박쥐(예명)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말만 반복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실형을 피할 수는 없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경우 해당 행위가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하는 '고의성' 부분에서 범죄혐의를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관은 "이미 피해를 봤다는 이들의 경우에는 그 고의성이 더더욱 입증된 경우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