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지난해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던 미 달러화가 올해 주요 통화 대비 약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전문 투자자들은 달러의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서베이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달러화 약세를 점치는 이유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 일본 엔과 중국 위안화의 절상 가능성, 탈(脫)달러화 움직임 등을 꼽았다.
달러화와 유로화 [사진=블룸버그] |
블룸버그 통신의 'MLIV 펄스 서베이'가 지난 17일부터 닷새 동안 전문 투자 3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는 연말 미국의 기준 금리가 3%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금리 선물 시장에서의 연말 기준 금리 전망치(4.5~4.75%)에 비해 대폭 낮은 수준이다.
전문 투자자들 사이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이 더 강력한 만큼, 달러화 약세 가능성도 더 높이 점쳐지고 있는 셈이다.
또 전문 투자자들은 은행권 스트레스가 미국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미 연준이 주요국 중앙은행보다 더 완화적인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봤다.
실제로 연준은 지난 금융 위기 당시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엇갈린 통화 정책 행보를 보인 전례가 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당시인 지난 2007년 8월~2008년 4월까지 기준 금리를 325bp(1bp=0.01%포인) 낮췄지만, 2008년 7월 유럽중앙은행(ECB)은 오히려 금리를 25bp 인상했다.
투자자들이 달러의 약세를 점치는 건 단지 미국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강세를 펼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달러의 약세를 심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이달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 중앙은행(BOJ) 총재는 엔화 약세를 유발한 기존의 초완화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언제든지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BOJ가 통화 정책 변화를 시도하면, 이는 즉각적인 엔화 절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경기 선행지표의 성격을 띠는 시티그룹의 '서프라이즈 지수'(surprise index)의 중국 수치가 이번 달 약 17년만에 최고로 올라서는 등 중국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조짐에도 위안화는 충분히 절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중국 무역이 회복세라는 사실을 아직 충분히 (위안화 가치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미 달러의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 보는 또 다른 근거는 최근 두드러지는 탈달러화 현상이다. 중국이 페트로달러를 페트로위안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에 나서는 등 탈달러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서베이 응답자의 대다수가 10년 안에 달러가 전 세계 외환 보유고의 절반 아래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문 투자자들과 달리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는 달러화 강세 전망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으며, 통신에 따르면 이들의 과반수 이상은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가 과소평가 됐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