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에 미국산 반도체가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미국산 반도체는 주로 중국과 홍콩을 경유해 러시아로 유입되는데 우크라 전쟁 이래 러시아로 수출된 미국산 반도체 규모가 1000억엔(약 1조원)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신문은 인도의 시장조사 업체 '엑스포트 지니어스'로부터 지난해 2월 24일~12월 31일 기간 동안의 러시아 반도체 수입 자료를 입수해 자체 분석했다. 지난해 2월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한 날이다.
확인한 결과 건당 10만달러 이상의 고액 반도체 거래가 3292건이었다. 이 중 무려 70%인 2358건이 미국산 반도체 업체들과의 거래로 나타났다.
매체들이 확인한 업체명들은 ▲인텔 ▲AMD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애널로그 디바이시스 ▲온 세미콘덕터 등이다.
미국은 우크라 침공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에 반도체 수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적 지원 목적의 수출이 아닌 모든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고 있으며, 제3국 업체도 러시아와 거래시 '세컨더리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미사일과 군용기 부품으로 쓰이는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차단해 러시아의 우크라 전쟁 수행능력을 저하시키기 위한 조치다. 니혼게이자이가 확인한 거래 중에는 AMD 자회사인 자일링스의 FPGA(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비메모리 반도체)칩이 포함됐다. FPGA는 미사일에 사용되는 칩이다.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를 뚫고 계속해서 미국산 반도체를 수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이라는 조력자가 있었다. 러시아가 전쟁 이후 거래한 미국산 반도체 품목 2358건 중 75% 정도인 1774건이 중국과 홍콩을 거쳤다. 러시아와 거래한 중국 업체들의 상당수가 설립된지 1년이 안 된 신생 중소기업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도움으로 러시아의 미국산 반도체 수입 규모는 7.4억달러 이상으로 우크라 침공 전(2.7억달러) 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에서 수입한 미국산 반도체 규모는 전쟁 전 대비 10배 폭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제재에 구멍이 생겼다"며 "반도체 수출 규제는 러시아 무기 제조 능력을 차단하는 중요한 대책이기 때문에 제재 허점을 막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출입 컨테이너 [사진=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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