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전투를 하고, 생존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밝게 보이길 바랐어요. 서로를 걱정하고, 챙겨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하일권 작가의 웹툰 '방과 후 전쟁활동'이 영상화가 됐다. 티빙이 선보인 동명 오리지널 시리즈를 연출한 성용일 감독 역시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구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하는 고3 학생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방과 후 전쟁활동' 성용일 감독 [사진=티빙] 2023.04.06 alice09@newspim.com |
"제작 기간도, 후반 작업도 오래 걸렸어요. 공개하기 전까지 긴장도 많이 했고요(웃음). 어떻게 봐주실까 걱정도 했는데, 막상 공개가 되니까 후련하네요. 작품에 대한 칭찬과 지적도 있었는데 지적은 겸허히 새겨듣고, 칭찬은 기분 좋게 들으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하하."
이번 작품은 총 10부작이다. 이번 파트1은 6부까지 공개됐으며, 이달 중순 파트2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웹툰을 바탕으로 한 만큼, '방과 후 전쟁활동'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중 첫 주 유료가입기여자수 역대 1위를 기록했다.
"1위를 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계속 긴장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재미있게 봐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작품을 연출하면서도 장르적인 부분에서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을 거란 느낌은 있었어요. 보시는 분들의 기대치에 충족 되어야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했는데, 기대하신 부분이 어느 정도는 충족된 것 같아서 기쁘죠. 하하."
'방과 후 전쟁활동'은 K-학원전쟁물이다. 괴생명체의 침공에 맞서 철저한 생존 서바이벌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런 작품에서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이 있지만, 이번 작품은 극중 성진고등학교 3학년 2반 학생들 모두가 주인공으로 그려졌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방과 후 전쟁활동' 성용일 감독 [사진=티빙] 2023.04.06 alice09@newspim.com |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부분이 바로 1부였어요. 촬영 인원이 굉장히 많아서 작가님한테 이야기를 끌고 갈 화자를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작가님들은 3학년 2반 전체가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의견을 수용했고요. 그래서 1화에서는 아이들을 최대한 자세히 그려내려고 했어요. 그래야 다음으로 넘어갈 때 '이 아이는 누구였지?'라는 생각을 안 할 것 같았거든요. 많은 아이들이 시청자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제 의도였죠. 저에게도 모험이라는 느낌이 있었지만, 1화는 다음 회차를 보기 위해 기반을 다치는 편이라고 생각했죠."
작품은 입시와 수능이라는 전쟁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들의 이야기다. 공부 집중해도 부족할 시간에 하늘을 뒤덮은 구체로 인해 실제 전쟁에 놓이게 된다. 그러다보니 학생들과 어른들의 대립이 그려졌다.
"원작을 보니까 아이들 편에 서주는 어른이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의도를 녹이려고 했던 걸까 곰곰이 생각을 해봤죠.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어찌 보면 아이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이들끼리 경쟁을 해야만 하더라고요. 어른들이 이런 교육 정책에 아이들을 내몬 것 같다는 걸 느꼈어요. 입시를 블랙코미디로 그려낸 거죠. 아이들과 어른의 대립을 통해 이런 현실을 빗대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극중 박은영 선생님이나, 이춘호 중위처럼 우리를 위해 도와주는 어른이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원작에서는 선생님이 도망가지만, 드라마에서는 최소한 선생님이 학생을 도와주길 바랐고요. 학생을 위해 희생하는 어른을 있길 바랐고, 그걸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가는 의지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방과 후 전쟁활동' 성용일 감독 [사진=티빙] 2023.04.06 alice09@newspim.com |
한 학급의 학생이 모두 주인공이다보니 다양한 캐릭터들이 작품에 나온다. 소외당하는 학생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학생까지. 극중 보라와 일하는 소위 말하는 '일진' 학생이다. 최근 학교폭력 이슈가 있었던 만큼, 감독은 "이들을 나쁘게만 그리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전에 작품을 했을 때, 나쁜 학생들은 정말 나쁘게 표현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학생들은 나중에 서로를 돕고 성장해요. 그렇기 때문에 나쁘게 표현하는 게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나빠 보이지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작품 속 인물들이 전쟁을 거치면서 변해요. 소외된 학생들은 점차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죠. 또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 친구들도 이를 통해 반에 동화가 되고 친구를 돕기 시작하고요. 전투를 하고, 생존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밝게 보이길 바랐어요. 서로를 걱정하고, 챙겨주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더라고요. 이를 통해 생존을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돕고, 희생을 해야만 살 수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아이들의 이런 모습들이 작품의 정체성이기도 하죠."
파트1은 호평 속에 시청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달 중순 파트2가 공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성용일 감독은 파트2에 대해 "아이들의 감정에 이입해서 봐달라"고 당부했다.
"파트2 역시 아이들의 생존기예요. 어떤 난관에 부딪히는지, 그걸 어떻게 이겨내는지가 관건이죠. 3학년 2반 학생들의 감정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을 다 조명하려고 노력했거든요. 아이들의 감정에 이입하게 된다면 정말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아이들이 왜 이런 극한 생활에 놓이게 됐는지, 어른들은 그 과정에서 어떤 잘못을 했는지 집중해주신다면 좋겠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