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범 전 특전사령관·군정위 수석대표
우수한 장교·노련한 부사관 군대 줄이탈
'돈' 문제 아니라 불합리한 제도 수두룩
국군 장병들 '마음' 잡을 현장 정책 시급
군인사법 47조의 2에 따라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 생활에 관한 기본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군인복무규율에 의하면 '사기'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군대의 강약은 사기에 좌우된다. 사기는 군 복무에 대한 군인의 정신적 자세이며, 사기 왕성한 군인은 자진해 어려움에 임하고 즐거이 그 직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군인은 자기 직책에 대한 이해와 자신을 가져야 하며 굳센 정신력과 튼튼한 체력을 길러 죽음에 임하여서도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왕성한 사기를 간직해야 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
◆'잘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 지휘관 책무
높은 사기를 유지하는 것은 지휘관의 제일 중요한 임무다. 강한 훈련을 시키는 것이 강한 사기를 유지하는 첩경이다. 다만 강한 훈련은 여건을 마련하고 시키는 것이다. 여건 마련 없이 실시하면 강한 훈련이 아니라 고통만 가한다. 사기만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여기서 말하는 여건이란 잘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못하는 지휘관은 기본이 안 된 지휘관이다. 난방비 아껴서 연말 실적 올리겠다고 생각하는 지휘관은 자격이 없는 장교이다.
육군 특전사에는 강하수당이라는 것이 있다. 생명수당 또는 위험수당이라고도 표현된다. 특전사 요원이면 장교와 부사관, 병이라는 신분에 관계없이 낙하산을 메고 항공기에서 이탈하는 강하를 분기에 1차례 이상하면 받는 수당이다.
2014년에는 계급에 따라 월 5만원~9만원을 지급했다. 거의 20년 동안 동결된 상태였다. 국방부에 얘기하면 '공감' 하는 척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회 타령'만하고 시간이 걸리니 좀 기다려달라고 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 필자가 다른 보직에 가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일단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에게 국회와 기재부를 직접 찾아가겠다고 보고하고 직접 정부세종청사로 달려갔다.
2년이 걸렸지만 강하수당을 월 7.5만원~12.6만원으로 45% 증액 인상했다. 참모들도 안 된다고 했던 일이 정말로 어렵게 성사됐다. 그런데 특전사 출신 대통령이 취임하고 무기 산다고 '전투요원'에게만 강하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럴싸한 말이지만 사기를 짓밟는 정책이다. 작전팀에서 잘 근무해 상급부대 본부로 발탁이 되면 강하수당을 못 받게 된다. 이게 정말로 합리적인가. 납득이 된다고 생각하나.
◆병사·간부, 왜 '상대적 박탈감' 있는지 살펴야
지금 군에서는 우수한 장교와 노련한 부사관들이 빠져 나가고 있다. 강하수당처럼 줬다 뺐고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주는 정책과 이해 못하는 논리를 앞세우니까 기분이 나쁜 것이다.
단순히 돈을 깎아서가 아니고 적게 줘서도 아니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다. 이런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북한은 자칭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을 수립할 때부터 선군정책을 폈다. 나라는 망해도 '조선 인민군'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우스갯말까지 나온다. '북한이 자기 나라 군인들에게 어떻게 해 주는지 보고 배워야 한다'는 말인가.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남자에게만 부여되는 병역인데 왜 모든 남자가 안 가고 특례가 존재하는가. 이 나라 여자들은 왜 자기들도 가겠다고 요구하지 않는가. 그나마 젊은 시절에 남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한 달에 200만원 주는 게 많은가.
간부들이 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그들의 생활수준을 사회 유사직과 비교해야지 과거 군대와 비교해서는 절대 안 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더 받고 게으른 사람은 덜 받는 게 세상의 이치다.
근데 어찌해 다 똑같이 주는지도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로 자문해봤으면 한다. 국군 장병들의 마음이 상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