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포스코·현대건설, 미청구공사 평균 20% 넘게 증가
미분양 위험수위 급증, PF 부실화에 위험성 부각
시행사 부실시 손실 건설업계 전이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미분양 주택이 '위험 수위'를 넘어선 상황에서 공사대금을 제때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계약자산) 금액이 불어나자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청구공사는 시공사가 일정 부분의 공사를 진행하고도 발주처에 대금지급을 요청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공사 기간의 시차로 사업장이 많아지면 미청구공사 채권이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지만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거나 공정과 관련해 발주처와 이견이 생기면 공사비를 온전히 회수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잠재적 부실로 구분되는 이유다. 경기둔화, 금리인상, 미분양 확산 등으로 업황 부진이 장기간 이어질 여지가 있어 미청구공사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 대형건설사, 미청구공사 1년새 평균 20% 넘게 증가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업황 부진과 주택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주요 건설사의 미청구공사가 1년새 평균 20% 넘게 증가했다.
대형건설사 중 GS건설이 가장 많이 늘었다. 2021년 말 9603억원이던 미청구공사 잔액은 2022년 말 1조5558억원으로 62.0% 급증했다. 그동안 분양사업 호황이 지속하면서 신규분양에 공격적으로 나선 결과다. 사업부문 중 비중이 가장 높은 건축·주택부문이 3160억원에서 9560억원으로 늘었다. 인프라부문은 3810억원에서 4240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플랜트부문와 ECO사업부문은 감소했다.
미청구공사가 증가한 것에 비해 부실을 대비해 쌓은 대손충당금은 많이 늘지 않았다. 2021년 말 기준 대손충당금 2698억원에서 작년 말에는 2737억원으로 1.4% 늘었다. 전체 미청구공사의 17.6% 수준이다.
같은 기간 포스코건설은 1조3323억원으로 전년동기(1조424억원) 대비 27.8% 늘었고 현대건설은 1조6539억원에서 2조 595억원으로 24.5%, 대우건설은 8597억원에서 9539억원으로 10.9% 각각 증가했다. 이들 건설사도 주택 및 리모델링 등 분양사업이 늘면서 미청구공사가 대폭 증가했다.
유동자산 중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도 증가세다. GS건설은 2조2000억원에서 3조2516억원으로, 현대건설은 2조4097억원에서 2조9487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미청구공사가 늘어나면 기업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자체 비용으로 공사비를 마련했지만 정작 대금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 상승, 실적 악화 등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경색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사대금 회수에 어려움이 커질수록 건설사의 신규 사업이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
◆ 미분양 위험수위 증가...미청구공사·매출채권 부실화 가능성 고조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및 매출 채권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택경기 부진에 미분양은 10년 만에 최대치인 7만가구를 넘어 10만가구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PF 대출 금리가 치솟아 자금난을 겪는 시행사도 적지 않다.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자금경색이 불거져 PF 대출을 비롯해 회사채, 기업어음 등 자금을 수혈할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다. 건설사가 지급보증, 지급보증, 연대보증 등으로 책임 준공에 나서고 있어 발주처가 부도 및 자금경색이 빠지면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업장까지 떠안을 수 있다.
과거 미청구공사를 회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적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미청구공사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면서 2015년 3조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해 삼성엔지니어링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청구공사가 결국 부실로 이어져 1조5000억원대 '어닝쇼크'를 맛봤다. 이 때문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금 수혈을 받아야 했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3~4년 진행되는 공사 공정률에 맞춰 공사비를 받기 때문에 타 사업에 비해 미청구공사, 매출채권의 비중이 큰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경기침체 과정에서 공사비 회수가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금력이 부족한 건설사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