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너의 이름은'으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재난으로 인한 깊은 아픔과 강렬한 그리움을 극복해내는 희망찬 이야기로 찾아온다.
오는 3월 8일 개봉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24일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국내에서 379만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을 거둔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전작에 이어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과 아름다운 풍경 묘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짙은 감정과 메시지를 담은 판타지 드라마가 찾아온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한 장면 [사진=㈜미디어캐슬] 2023.02.24 jyyang@newspim.com |
◆ 평범한 여고생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사건사고…뜻밖의 여정 속 성장스토리
'스즈메의 문단속'은 이모와 둘이 사는 여고생 스즈메가 등교길에 낯선 남자인 소타를 만나고 그를 쫓아간 곳에서 재난을 일으키는 문을 열게 되면서 시작된다. 11년 전 지진과 쓰나미로 엄마를 잃은 스즈메는 이모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감정을 갖고 있다. 재난을 막는 '문단속'의 업을 이어가고 있는 소타는 스즈메의 실수로 저주에 걸리고, 스즈메는 그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주기 위해 그와 함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스즈메는 어느 바닷가 근처 마을에 살면서 폐허를 찾아다니는 소타를 만난다. 이 작품에서 폐허는 과거의 추억이 버려진 장소다. 재해나 인구감소로 폐허가 된 장소에서 지진과 재난을 일으키는 문이 열린다는 설정이다. 평범한 고교생인 스즈메가 소타를 만나 놀라운 판타지 세계관에 발을 들이게 되고, 이 모든 비밀과 사정을 이모에게 숨긴 채 여행을 빙자한 가출에 나서게 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한 장면 [사진=㈜미디어캐슬] 2023.02.24 jyyang@newspim.com |
주요 등장인물인 스즈메와 소타는 어느날 자신에게 맡겨진 운명을 거부하지 않는, 책임감있는 캐릭터다. 소타는 할아버지를 뒤따라 재난을 막는 문단속의 업을 이어가고 스즈메는 엉겁결에 휘말린 사고를 피하지 않는다. 결국 모두의 목숨을 앗아가는 지진, 재해를 막기 위해 둘은 고군분투하고 이들의 희생은 모두의 마음 속 뭉클한 감정을 건드린다.
◆ '장소를 애도하는 이야기'에서 첫사랑·희생·가족애로 확장…여전한 日애니의 저력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재난의 통로가 되는 곳은 이미 재해로, 또 인구감소로 폐허가 된 장소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 작품을 '장소를 애도하는 이야기'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버려지고 방치된 쓸쓸한 풍경이 강렬한 영감이 되었다. 사람이 떠날 때처럼 장소를 떠날 때에도 애도를 표하고 싶었다"면서 일본을 넘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작품에 담았음을 설명했다.
특히 소타와 스즈메가 폐허에서 재난을 잠그는 과정에서 그 장소에 서려있는 추억을 떠올리고 애도를 표하는 의식을 치룬다. 스즈메가 소타를 잃고 혼자가 된 채로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 돌아오는 곳은 11년 전, 지진과 쓰나미가 휩쓸고 간 고향 마을. 재난으로 버려진 해당 장소와 그곳에 남아있는 사람들, 떠나간 모든 사람들을 회상하고 따뜻한 인사를 남기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한 장면 [사진=㈜미디어캐슬] 2023.02.24 jyyang@newspim.com |
여고생으로 설정한 주인공이 겪어나가는 에피소드는 자연스레 그의 성장담으로 이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11년 전의 자신에게 스즈메가 전하는 위로는 조금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유치하고 직설적이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감독은 마주하지 못했던 과거의 상처와 슬픔을 대면하고 한발 더 나아갈 희망을 전해주길 주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지극히 일본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첫사랑, 성장, 애도, 희생, 가족애 같은 키워드를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서사로 확장됐다. 최근 열풍을 일으킨 '슬램덩크'에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도 전 세계에 통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