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장조사서 확보한 자료 삭제 등 혐의
"형사사건 증거자료 인멸…범행 수법 매우 불량"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직원에게 금품을 건네고 회사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하도록 한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임원과 뇌물을 받은 전직 공정위 공무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17일 증거인멸교사와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병철 전 그룹 전략경영실 상무에게 징역 2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전 공정위 직원 송모 씨에게 징역 1년6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417만8000원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서울 종로구의 금호아시아나 본사 사옥. 2020.11.06 alwaysame@newspim.com |
윤씨는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으나 김 부장판사는 송씨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점, 윤씨에게 송씨를 소개해준 브로커 윤모 씨와 송씨가 범행 방법과 전후 사정에 대해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김 부장판사는 윤씨에 대해 "금호그룹 총수일가의 자금 관리를 담당하면서 공정위 디지털포렌식 담당 공무원에게 증거인멸을 직접 교사하고 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공여했다"며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통한 적절한 사법권 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한 점에서 책임이 중하고 비난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또 송씨에 대해서는 "공정위 현장조사 일정 등 단속정보를 누설하고 형사사건 증거자료를 직접 인멸했다"며 "이 과정에서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뇌물을 수수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다만 송씨를 법정에서 구속하지는 않았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전략경영실 상무로 재직하던 윤씨는 2014년에서 2018년까지 공정위에서 디지털포렌식 업무를 담당하던 송씨에게 418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박삼구 전 회장과 그룹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정위는 2014년 8월 그룹 계열사 현장조사에서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는데 윤씨는 공정위 민간자문위원을 지냈던 브로커 윤씨를 통해 송씨를 소개받고 송씨에게 빈 하드디스크를 건네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2018년 1월 송씨로부터 박 전 회장의 금호기업(현 금호고속) 부당지원 사건 관련 공정위 현장조사 일정을 미리 전달받고 삭제할 파일리스트를 건네기도 했다.
윤씨는 브로커 윤씨에게 대가를 지급하기 위해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이 광고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꾸며 회삿돈 1억1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한편 윤씨는 박 전 회장과 공모해 '개인회사 부당지원'에 관여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보석 취소로 재수감됐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박 전 회장과 함께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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