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모금·카드 포인트·구호 물품…다양한 기부 방식
'가짜계좌' 등 기부 악용 사례…대사관 "공식 계좌 이용해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회사에서 단체 모금을 하길래 기부했다. 적은 금액이지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서울 강남구 마케팅 회사에 근무 중인 이모(32) 씨는 '왜 기부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씨의 회사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계좌를 올리고 자율 모금을 실시했다. 이씨는 "언론을 통해 참담한 사진을 봐서 안 그래도 마음이 안 좋았는데 모금하길래 이때다 싶어서 기부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어 "지진이라는 게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않으니까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터키는 6·25 때 파병은 물론이고 보육원도 세우고 학교도 세워줬다던 형제의 나라이지 않으냐. 얼른 회복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 하타이 지역에서 한 생존자가 매몰 90시간만에 구조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6일 기준, 튀르키예(터키) 지진으로 사망자가 4만 1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마음을 보태겠다는 시민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기부 방식도 눈에 띈다. 모아둔 카드 포인트를 통해 기부했다는 김모(30) 씨는 "친구랑 같은 카드를 쓰는데 앱에 접속했다가 포인트로 기부했다는 걸 듣고 나도 소액 포인트라도 탈탈 털어 바로 기부했다"라며 "부디 한명이라도 살릴 수 있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기부는 돈이 아닌 물건으로도 가능하다. 주로 핫팩, 담요, 난방 텐트 등 방한용품이나 아기들을 위한 띠, 모자, 기저귀, 여성들을 위한 생리대 등을 보내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같은 구호 물품은 인천 중구 물류센터에서 1차로 집하되는데 일주일 동안 전국서 하루 최소 50톤이 도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고품' 관련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주한 튀르키예대사관은 지난 12일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강진으로 보건 의료체계가 붕괴해 입거나 쓰던 중고 물품이 전해지면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고 물품은 받지 않겠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이를 전달받지 못한 시민도 있었다.
누리꾼 A씨는 "겨울옷인 패딩이랑 바지, 티셔츠 등을 보냈는데 중고는 안 받는지 미처 몰랐다"고 했고, 누리꾼 B씨 또한 "양말을 포함해 겨울옷 3박스를 이미 보냈다"며 "확실한 정보만 제공하면 좋겠는데 말이 다 다르니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대사관 측은 중고 물품도 세척과 소독 이후 현장에서 배분할 수 있지만 현지는 시간과 싸움을 하는 중이라 새 물건을 보내는 게 당장 도움이 된다며 되도록 낡은 중고품은 피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주한튀르키예대사관 공식 기부처에 대한 안내문. 2023.02.16 mkyo@newspim.com |
일각에서는 '가짜계좌' 등 기부 악용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한 SNS 계정은 지진 현장에서 소방관이 다친 아이를 감싸 안은 그림을 올리며 모금 활동을 벌였지만 게시물은 실제 사진이 아닌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짜 사진으로 밝혀졌다. 또 게시물에 기재된 암호화폐 지갑 주소도 지난 2018년부터 사기 게시물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모인 돈은 실제로 피해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대사관은 기부금 사기를 막기 위해 대사관 공식 계좌나 대한적십자사 등을 이용하고, SNS 등에서 확산하고 있는 후원 계좌는 테러 조직 등에 활용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