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이란이 자신의 대리 세력(proxy·프록시)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대적인 무기 공급을 통해 이들을 빠르게 재무장시키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은 지난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과 미군의 압도적인 공습을 받으면서 치명적 타격을 받거나 무기가 많이 고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세력은 그동안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무기·자금을 지원받아 이스라엘·미국을 상대로 무력 투쟁을 벌여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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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5월 31일(현지시간) 정당 깃발 들고 행진하는 레바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WSJ 보도에 따르면 예멘 정부와 연계된 무장단체 '국민저항군'은 최근 홍해 연안에서 후티 반군으로 향하는 화물선에서 대량의 무기류를 압수했다. 이 배는 에어컨을 수송하는 것으로 신고됐지만 실제로는 순항미사일과 대함·대공미사일, 탄두, 표적 탐지 부품, 드론 엔진 등 이란제 무기·장비가 750톤(t)이나 실려있었다.
무기 중엔 이란이 개발한 카데르 대함 미사일과 사크르 방공시스템 부품이 포함됐는데 이는 후티 반군이 미군의 MQ-9 리퍼 드론을 격추하는 데 사용하던 것들이다.
중동 지역 미군 작전을 맡고 있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번 압수 물량은 그동안 국민저항군이 차단한 이란산 첨단 재래식 무기 중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미 중동 연구기관인 바샤리포트의 설립자 무함마드 알바샤는 "이번 무기의 수송 시기와 규모는 이란이 미국의 공습으로 고갈된 후티 반군의 무기 비축량을 보충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말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로 향하는 무기 유입도 본격화되고 있다.
WSJ은 "시리아 새 정부는 이라크와 레바논 국경 지역에서 트럭에 탑재된 다련장 시스템용 그라드 로켓 등 여러 무기를 압수했고, 레바논군도 시리아와의 국경에서 헤즈볼라가 선호하는 러시아산(産) 대전차 미사일 등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시리아에서는 친이란 성향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밀반입 단속이 엄격해졌다. 레바논 중앙정부도 헤즈볼라의 군사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트럭을 동원해 대량으로 이동하던 과거와 달리 소량으로 무기가 운반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가는 오이 운반 트럭에서 러시아제 코르넷 대전차 미사일이, 5월엔 레바논 국경 근처에서 이란제 방공 미사일이 적발됐다.
달라진 점은 과거에는 트럭을 동원한 대규모 밀반입이 행해졌지만 최근엔 소량으로 운반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싱크탱크 근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헤즈볼라에 무기를 제공하면서 (중동) 레반트 지역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재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에 후티 반군에 무기를 보냈다는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