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이해우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10년이 넘는 무명의 굴레를 끊어냈다. 필리핀 교포 필립 역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이해우는 14일 뉴스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길었던 무명생활, 약 4년간의 공백을 거쳐 은인같은 작품 '카지노'를 만난 과정을 들려줬다. '범죄도시'로 1000만 감독 반열에 오른 강윤성 감독은 시리즈 속 필리핀 미남 에이전트 역으로 묻혀있던 이해우를 단번에 골랐다.
"2007년부터 연기 생활을 시작해 간간이 작품을 했지만 얼마 전까지 4-5년 정도는 쉬게 됐어요. 거의 10년 만에 친한 제작사 형에게 전화가 와서 '장미맨션'이란 작품에 잠시 출연했는데 그 인연으로 '카지노' 오디션을 보게됐죠. 코로나 때라 비대면 영상 오디션이었는데 필립 역을 꽤나 많은 분들이 탐냈다고 들었어요. 지정 영상 외에 필리핀 교포 역이라 영어 독백도 해서 보내고 캐릭터 설정을 나름대로 해서 태닝도 하고 타투 판박이도 했던 걸 이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
배우 이해우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
필립은 필리핀 현지 카지노 에이전시로 미남이지만 범접할 수 없는 눈빛을 지닌 캐릭터다. 차무식 역의 최민식을 필두로 이동휘, 홍기준과 함께 4인조로 팀을 이룬다. 이해우가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나 연기와는 확고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필리핀 교포 역이라고 겁이 나진 않았어요. 배우다보니 늘 장르물에 갈증이 있었고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 항상 새로운 캐릭터나 장르물에 관심이 있었죠. 정말 좋았어요. 출연이 결정됐을 때 최민식 선배님, 강윤성 감독님 이런 좋은 분들과 작품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고 지금도 소름이 끼칠 정도예요. 감독님이 필립은 카지노의 유일한 비주얼이란 말씀을 해주셨어요. 제 외모와 분위기가 생각하시던 이미지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자세한 이유는 저도 모르지만 저마다 자기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이해우는 오랜 무명생활과 더불어 4-5년간을 쉬면서 생계를 위해 배우생활을 접을 결심도 했었다. 이렇다할 성과를 낸 적이 없어 늘 의심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마지막 끈이 이해우에게 기회를 가져다줬다.
"늘 연기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의심이 있었고 결과로 이어지지 않다보니 그게 확신이 돼가기도 했죠. 딱 언제부터는 아니지만 연기에서 서서히 멀어지려고도 노력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깊은 곳에 배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나름 배우생활하면서 해왔던 루틴들을 못놓겠더라고요. 마지막 끈 같은 느낌이었어요. 전에 생각 못했지만 연기를 그만하게 된 배우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과정이 준비 아닌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범죄도시'를 비롯한 전작에서도 그랬듯 강윤성 감독은 리얼리티 구현에 심혈을 기울이는 감독이다. 최고의 배우인 최민식, 대세인 손석구를 기용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강 연기력의 라인업에 합류하게 된 이해우는 선배들과 연기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잠시 또 감격했다.
"최민식 선배님은 함께 대화하는 것만으로 많이 배웠어요. 배우로서 어떤 자세로 삶을 대해야 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지 정말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하루 하루가 진짜 배움이었고 귀중한 시간이었죠. 손석구 형은 대본이 너덜해질 때까지 계속 연구하는 스타일이에요. 본인이 부분만이 아닌 작품 전체를 꿰뚫고 있고 맥락을 굉장히 잘 보시죠. 많은 배우분들이 형한테 의지했어요. 강윤성 감독님도 제게 더 좋은 작품, 역할 하려면 석구가 하는 작업들 꾸준히 해야 한다고도 하셨죠. 그런 게 대단하게 느껴지고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작업인 것 같아요."
소정 역으로 상대역으로 연기한 손은서 역시 이해우와 비슷한 무명시절을 거쳐온 배우다. 연기와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는 공통점이 있어 더욱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간 배우로 살아왔지만 한켠으로 '생활인 이해우'로 살아온 순간들이 '카지노'를 만난 순간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다.
"손은서 선배와는 겹치는 신이 많다보니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배우생활하면서 힘들었던 부분도 얘기하면서 소통 많이 했죠. 홍기준 선배와 셋이 삼남매라고 불릴 정도로 붙어다녀서 아주 편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죠. 우리 둘 다 갈증도 있었고 배우생활하면서 조금 지친 부분도 있어서 '카지노'를 통해 해소하고 힐링하기도 했어요. 예전엔 주로 이미지로 연기를 그렸다면 이젠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가게 된 것 같아요. 배역을 만들어 나갈 때 실제 에이전트를 만났는데 일상적인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평소 어떤 업무를 하는지 실질적인 수입이 어떤지, 봤을 때 진짜 일반인 같지 않은 분위기나 아우라가 있거든요."
배우 이해우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
꽤 긴 터널을 지나, 디즈니+를 통해 전 세계에 강렬한 첫 인사를 한 이해우는 앞으로 더 큰 과제를 안게 됐다. 오히려 연기를 쉬는 동안 느낀 것들, 살아온 삶들이 지금의 필립을 만들기도 했다는 점을 깨달은 만큼 조금은 자신감이 붙었다. '카지노'는 이제 다양한 배역을 준비 중인 그에게 차무식처럼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는 작품을 꿈꾸게도 하는 작품이 됐다.
"자신있게 저를 배우라고 할 수 있을 시기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지금껏 준비가 헛되지 않았단 생각이 들어요. 당시엔 치열했죠. 방법은 잘못됐을 수 있지만요. 선배님들 말씀 들으면서 내가 준비해온 게 이런 거구나 싶은, 막연히 준비해온 게 이런 뜻이구나. 더 구체적으로 잘 정리되고 정립되는 경험도 했죠. 연기가 사람 사는 얘기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사람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어요. 강윤성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고, 다음에도 어디든 부르시면 가서 뭐든지 하고 싶어요. 또 '카지노'에서처럼,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처럼 한 인물의 일대를 그리는 작품,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걸 한번쯤 해보고 싶어요. 실존 인물이라면 자료를 토대로 상상력을 더해서 인물을 창조해내는 그런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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