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입력 : 2023년02월09일 12:00
최종수정 : 2023년02월09일 12:00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등 독일 승용차 4곳이 배출가스 저감기술을 담합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일 경유 승용차 제조사들이 배출가스 저감기술(SCR)을 개발하면서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23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 독일차 4곳, 'NOx 최대 저감 필요성 없다' 저감기술 담합 꼼수
공정위에 따르면, 4개사는 지난 2006년 6월 독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개최된 소프트웨어 기능회의 등을 통해 SCR 소프트웨어의 요소수 분사전략을 공동으로 논의하면서 '질소산화물(NOx)을 항상 최대로 저감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어 3개월 뒤인 2006년 9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다시 만나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기 위해 이중 분사 방식을 채택하고, 이를 위해 필-레벨 모드(Fill-Level mode)에서 피트-포워드 모드(Feed-forward mode)로 전환되는 조건을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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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23.02.09 jsh@newspim.com |
이후 합의 내용이 반영된 SCR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경유 승용차를 제조·판매했다. 공정위는 4개사가 NOx 저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수 분사전략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관계자는 "4개사의 행위는 보다 뛰어난 NOx 저감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유 승용차의 개발 및 출시를 막은 경쟁제한적 합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품의 종류·규격도 경쟁의 한 요소라는 점에서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며,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상품의 종류·규격을 결정하는 것은 사업자의 혁신 유인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공정위, R&D 기술 관련 담합 첫 제재
이번 조치는 R&D(승용차 배출가스 저감기술 개발)와 관련된 사업자들의 행위를 담합으로 제재한 최초 사례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품의 가격이나 수량뿐만 아니라 친환경성도 경쟁의 핵심요소로 인정함으로써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SCR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 사건의 특성을 감안, 공정위는 튀르키예 등 해외 경쟁당국,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및 자동차산업협회 등 국내외 전문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업했다"면서 "이를 통해 외국에서 이뤄진 외국사업자들의 배출가스 저감기술에 대한 합의가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그 위법성을 입증했다고"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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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스핌 DB] 2021.11.12 jsh@newspim.com |
실제 공정위는 3년 반 동안 약 4만30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증거자료를 검토했고, 튀르키예 등 해외 경쟁당국과도 수차례 컨퍼런스 콜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공정위는 국내 소비자와 기업들에게 피해를 주는 국제카르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발 시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