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자료 분석
원안대로 통과 안 된 이사회 안건 0.69% 불과
총수 없는 집단 1.36%…총수 있는 집단 0.63%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대기업 이사회가 여전히 총수일가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1년간 전체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한 안건의 비중이 총수가 있는 그룹에 비해 총수가 없는 그룹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는 결과적으로 총수가 있는 그룹에서 원안 가결률이 높다는 의미로, 대기업 이사회가 총수일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5월 1일 기준 상장계열사가 있는 63개 그룹 소속 288개 상장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는 총 954명으로 전체 이사(1846명)의 51.7%를 차지했다.
총수가 있는 그룹의 사외이사 비중(51.7%)과 총수가 없는 그룹의 사외이사 비중(51.6%) 차이는 0.1%포인트로 크지 않았다.
사외이사 비율은 중흥건설과 엠디엠, 한국항공우주산업이 80%로 가장 높았고, 이랜드(16.7%), 동원·중앙(25.0%), 넥슨(28.6%) 순으로 낮았다.
분석대상 그룹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7.8%로 높은 수준이며, 총수가 있는 그룹(97.7%)과 총수가 없는 그룹(98.8%) 간 이사회 참석률 차이 역시 1.1%포인트로 크지 않았다.
그룹별로 보면 포스코, DL, 호반건설, DB, 하이트진로 등 17개 그룹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이 100%로 나타났고, 삼천리(78.9%), 동국제강(89.4%), 대우조선해양(90.9%), 삼양(91.0%), 셀트리온(91.2%) 등이 하위권을 형성했다.
최근 1년간(2021년 5월~2022년 4월) 이사회 안건 8027건 가운데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총 55건(0.69%)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부결된 안건이 15건(0.19%), 부결되지는 않았지만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이 40건(0.50%)이다.
또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총수가 있는 그룹에서 47건, 총수가 없는 그룹에서 8건 발생했다.
다만, 전체 안건 중에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수가 없는 그룹(1.36%)이 총수가 있는 그룹(0.63%)보다 높았다. 이 기간 총수가 있는 그룹의 이사회 안건 수는 총 7439건으로 이 가운데 47건이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았고, 총수가 없는 그룹의 이사회는 총 588건의 안건을 다뤄 이 가운데 8건을 원안대로 통과시키지 않았다.
이는 총수가 있는 그룹 이사회가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비중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기업 이사회가 총수일가의 영향력 아래 거수기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룹별로 보면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이사회 안건이 가장 많은 곳은 총 22건의 SK다. 그 다음으로는 태광 6건, 카카오·미래에셋 4건, 교보생명보험·KT 3건 순으로 많았다.
dream7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