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지원금 직장인들 사이 화제...조건 까다로워
기혼자와 형평성 차원...다양한 가족제 인정해야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지난해 말 국내 한 대기업이 쏘아 올린 비혼지원금 복지제도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다. 그동안 결혼한 직원들만 누릴 수 있었던 사내 복지를 미혼자도 누릴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과 기쁨에서일까.
이제는 당당하게 비혼주의를 선언할 수 있게 됐다는 직장인도 곳곳에 등장했다. 직장 상사나 동료 결혼식 축의금만 내던 미혼자들도 이제는 회사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억눌렸던 억울함(?)이 조금은 풀어지는 모양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도 기혼자와 똑같은 복지 혜택을 주기로 했다. 결혼 지원금(기본급 100%)을 동일하게 지원하고 특별 유급휴가(5일)도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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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보자마자 기자는 문득 3년 전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며 이제는 기혼자에 맞춰진 기업들 복지제도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던 삼성 A부장이 떠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같은 제도는 국내 5대 대기업 가운데 삼성이 아닌 LG가 먼저 시행하게 됐다. 기업이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결과라고 여겨진다. 이는 누구나 생각해 볼법한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접수를 시작한 LG유플러스는 지금까지 비혼신청자 1호를 포함해 총 3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주위 반응은 엇갈린다. LG유플러스가 내건 비혼 신청 조건이 비교적 까다롭다라는 시각과 이같은 제도가 자칫 저출생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시각이 팽팽하다.
LG유플러스의 비혼 지원금 대상 조건은 근속 기간 5년 이상 직원 가운데 만 38세 이상이어야 한다. 사내 경조 게시판에 본인이 '비혼 선언'을 하면 기업으로부터 지원금과 휴가 지원이 된다. 다만 이후 결혼할 경우 중복 지급은 되지 않는다. 또 비혼선언 이후 의무근속기간 2년을 채우지 않으면 지원금은 환수된다.
시대가 달라지는 만큼 비혼주의자 및 미혼자를 위한 맞춤형 복지제도가 탄생한 것은 급변하는 시대를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말그대로 기혼자에 비해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한 미혼자들을 고려한 맞춤형 복지다.
하지만 근속 기간 5년 이상인 직원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거나 비혼지원금을 받은 후 의무 근속기간 2년을 채워야 한다는 조건은 기혼자 복지 대비 여전히 차별적이라는 지적이다. 결혼축의금과 지원금을 받는 직원에겐 근속기간을 채워야 한다는 조건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이다.
실제 최근 온라인 상에선 '입사 한달 만에 결혼한 신입, 축의금만 챙기고 곧장 퇴사'라는 커뮤니티 글이 이슈가 됐다. 신입 직원이 결혼 축의금만 챙기고 바로 퇴사해 괘씸하다는게 주 내용이다. 이 글은 지금도 여러 논쟁을 키우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계답게 롯데백화점은 비혼자가 아닌 '미혼자 경조' 제도를 한발 빨리 도입했다. 롯데백화점은 복지제도 개선 차원으로 지난해 9월부터 40세 이상 미혼 직원이 신청하면 경조금과 휴가, 반려식물을 주기로 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다. 매월 10여명의 미혼자가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변하는 시대 속 가족형태도 변하고 있다. 미혼자, 1인가구, 자녀를 두지 않는 부부 딩크족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 가족형태에 맞춰진 복지가 아닌 시대에 걸맞는 개인별 맞춤형 복지가 필요한 이유다. 새로운 시도는 항상 어색하다. 하지만 어색함이 서서히 사라지면 일상이 된다. 기업의 비혼지원금 또한 그렇다. 모두 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복지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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