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한파를 기록한 19일 오전 8시 10분. 영하 10도의 추위에 서울 중구 후암로60길 (남대문로5가) 쪽방촌 밀집 주택가에선 마른 기침 소리가 새어 나왔다. 노후된 주택들 사이로 좁은 빙판길을 따라 올라가자 골목 끝자락에 유난히 낡은 초록색 철문 주택이 눈에 띄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쪽방촌 주민인 손상순(52)씨의 집.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내부 온도가 3.5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신정인 기자] 2022.12.19 allpass@newspim.com |
쇳소리 나는 철문이 열리며 담배와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고, 어두운 공용화장실에선 찬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활한 지 15년이 넘었다는 손상순(52) 씨는 "화장실에서 따뜻한 물이 전혀 안 나온다. 간암 투병 중이라 너무 힘들다"며 기침을 이어갔다.
손씨가 거주하는 108호 방은 1~2평 남짓한 크기에 한기가 가득했다. 기자가 온도계로 잰 실내 온도는 3.5도. 낡은 이불과 베개 위엔 겨울옷과 생활용품, 먹다 남은 음식과 술병이 뒹굴었다.
입김으로 손을 녹이던 손씨는 "난방도 아예 안 되고 보일러는 고장 난지 오래"라며 "식사는 근처 복지관이나 지급받은 식권으로 근처 식당에서 하루 두 끼 정도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남대문쪽방촌 1층 공용화장실. 온수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목욕탕이나 남대문쪽방촌상담소 편의시설에서 씻어야 한다. [사진=신정인 기자] = 2022.12.19 allpass@newspim.com |
2층으로 향하는 난간은 그나마 임시방편으로 감아놓은 테이프가 끊어져 손잡이가 분리돼있었다. 좁고 미끄러운 계단과 더해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또 다른 주민 김태용(69) 씨는 심한 감기로 방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의 일과는 발을 겨우 뻗을 정도로 좁은 방에 누워 TV를 시청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복지 센터에서 받은 겨울 이불과 전기장판으로 몸을 녹였지만 벌어진 문틈으로 계속해서 외풍이 들어왔다. 실내 온도는 손씨 집보다도 1도가량 낮은 2.8도.
김씨는 "전기장판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 쪽방촌은 다들 처지가 비슷하다"며 "영등포 쪽방촌에서도 사람 많이 죽었다고 하더라. 저쪽 끝방에서도 할아버지 한 분이 돌아가셨다"고 토로했다.
남대문쪽방촌 골목. [사진=신정인 기자] 2022.12.19 allpass@newspim.com |
남대문 쪽방촌은 현재 구조와 노후된 시설 때문에 기름, 연탄보일러 설치가 불가능해 전기 난방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2평 방의 전기 판넬 설치 비용은 30만원가량으로 80만원 대의 기초 수급을 받는 이들에겐 부담스러운 액수다.
이에 남대문쪽방상담소에선 후원을 통해 각 집마다 전기 판넬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대영 남대문쪽방상담소 팀장은 "강성교회랑 협업해 매년 60~80가구 전기판넬을 설치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주거환경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방한 용품과 목욕·세탁 시설을 제공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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