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까지 피습 몰랐던 러..."취약한 방어 드러나"
"우크라, 러 심장부로 확전 의지 드러낸 셈"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5일(현지시간) 러시아 공군기지 두 곳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 정부가 구소련 때 제작된 무인비행기(UAV·드론)들로 (러 남동부) 라잔 지역의 디아기레보 공군기지와 (서부) 사라토프 지역의 엥겔스 공군기지로 공격을 감행했다"며 "공격은 러시아 장거리 항공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였다"고 알렸다.
러 국방부는 방공체계가 우크라 드론들을 요격했다고 밝혔지만, 라잔 지역의 연료 트럭이 폭발하면서 최소 군인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이 같은날 보도했다. 공군기지에 주둔하던 전략폭격기 투폴레프 TU95기 2대도 파손됐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사라토프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러시아 서부 사라토프 지역의 엥겔스 공군기지에 있는 러군 전략폭격기. 해당 위성 사진은 막사 테크놀로지 제공. Maxar Technologies/Handout via REUTERS 2022.12.04 wonjc6@newspim.com |
NBC방송에 따르면 드론 공격은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 수도 키이우와 남부 도시 오데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발생했다.
엥겔스와 디아기레보 공군기지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러시아의 전략폭격기가 배치된 곳으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중 엥겔스 공군기지에 있는 장거리 폭격기들이 순항미사일을 탑재해 우크라 발전소와 수도 시설 등 기간시설을 공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주요 외신들은 우크라가 드론 공격을 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달부터 우크라 기반시설에 대규모 공격을 가한 것에 대한 보복이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우크라군이 국경에서 무려 600㎞ 떨어진 러시아 서부 영토를 겨냥했다는 점이 새롭다. NBC는 "우크라군이 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해군분석센터(CNA)의 군사전문가 새뮤얼 벤데트는 온라인 매체 인사이더에 러시아가 '엉성한'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스럽다"고 표현했다.
그는 "러시아 방공체계는 왜 드론을 인식해 추적하지 않고 영토 내 깊숙히 침입하게 용인했는가?"라며 구소련 드론이라면 1970년대에 제작된 'TU-141'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정교한 무기가 아니어서 현대식 드론 무기로 보기 어렵다. 비행할 때 소리도 엄청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공군기지 두 곳에서 '미스터리한 폭발'이 발생했다는 소셜미디어 게시글과 관련 보도가 나온 후에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정황도 드러났다.
엥겔스 공군기지가 위치한 사라토프의 로만 부사르긴 주지사는 이날 오전 텔레그램에 "엥겔스에서 큰 폭발음이 들리고 섬광을 목격했다는 소식이 소셜미디어와 일부 언론에서 전해졌다"며 "걱정할 이유가 없다. 훼손된 민간시설은 없다"고 공지했다.
인사이더는 우크라군의 공격이 맞다면 이는 "러시아 내 군사체계가 능숙하게 작동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공격을 받은 지역은 우크라군이 목표물로 삼을 만한 환경이지만 러시아가 방어 태세를 갖추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NYT는 공격받은 디아기레보 공군기지의 경우 수도 모스크바에서 161㎞ 떨어진 지점이라며 "우크라가 러시아 심장부로 전투를 끌고 가 확전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고 장거리 공격 능력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wonjc6@newspim.com